빅터... 빅터... 빅터...

나오면서 조그맣게 소리내어 불러봤어.

크리쳐가 된 기분으로.

크리쳐가 가장 먼저 배운 단어 '파라다이스',

그리고 읽고 외운 실낙원, 추방당한 천사.

앞을 못 보는 드라쎄가 크리쳐를 만져서 보니까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인 드라쎄가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빅터에게도 엘리자베스에게도 머리를 만져보게 해.

갓 태어난 정신으로 통제할 줄 모르는 어른의 몸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몸부림치는 것,

세상을 인지해 가면서 

새를 보며 꺄르르 좋아하고

사과의 달콤함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유아기에서,

생존에 대한 배움없이 적의에 찬 세상에 버려져

배울수록 모르는게 더 많아진다며 절망에 차

드라쎄에게 사춘기 소년처럼 대들다가,

마침내 당당하게 논리로 빅터에게 맞서고,

급기야 "너만 창조할 줄 아느냐"며 역습하는 피조물.

고통 속에서 1년만에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

행위예술처럼 압도적이야.

피조물에게 복수하려고 스스로 죽어가는

창조주의 머리를 안고 있는 크리쳐를 보면서

손꾸락에 계속 시선이... 

손꾸락 연기도 섬세해...

"생각이 우박이다. 날 마구 때린다."

짧은 어휘로 흉측한 외모 안에 숨겨진 지성을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아니 어휘가 단순하기에 더 울림이 있었어.

되살아난 빅터는 백지의 어린애처럼

낯선 세상을 두려워하며 크리처에게 다가가려하고

이젠 빅터가 아니게 된 빅터, 텅 빈 빅터를

크리쳐는 기묘한 표정으로 바라봐.

일말의 애정도 없이 괴물을 바라보듯 거리감을 두고...

"서, 가, 착하지"

빅터가 크리쳐에게 처음 했던 말을

크리쳐가 빅터에게 그대로 하지.

그렇게 빅터와 크리쳐는 거울의 대칭같은 존재야.

둘 다 결핍으로 인한 두려움을 안고 있고.

괴물에게 어머니처럼 세상을 가르치는 드라쎄와 

빅터의 어머니인 마담 프랑켄이

정영주 배우의 1인 2역이라는건

크리쳐와 빅터가 사실 다르지 않다는걸로 보였어.

(컷콜때 가발 벗는거 멋있음 bb ㅎㅎ)

생명에 대한 호기심을 파헤치고

아버지 죽음의 트라우마를

완벽한 인간을 만듦으로 극복하려던 프로메테우스, 빅터...

순수한 광기, 공감능력 없는 소시오패스.

난 오만한 소년 같은 빅터라서 율리가 괜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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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율리팬인 친구가, 프랑켄 보더니

해미넴 옆에 있으니 율리가 오징어 같대;;;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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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넴이 몽블랑산에서 실험노트를 빅터한테 던질 때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빅터의 손에 착 안착하는데

완전 멋있어. ㅋㅋㅋ 뭘 던지는 것도 멋있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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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요점만 뽑아 정제하면서 뼈대만 살린 느낌이랄까

이야기가 풍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구

해미넴이 다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오로지 사랑받고 싶어하는 크리쳐가 

아직도 이해가 되진 않아;

그 캐릭터가 내겐 닿질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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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의 전경수 배우는 '길 떠나는 가족'의 남덕이었구나.

그때도 엄청 예뻤는데 이번에도 엄청 예뻐. ㅎㅎ

어쩌면 드라쎄처럼 엘리자베스도 크리쳐의 친구가 되었을텐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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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인공적인 느낌의 비닐로 온통 쌓여 있고

의상은 시대를 지워낸 흰색인데

자둘하면서 보니까 그런 연출이 극하고 잘 어울리게 느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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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첫 자둘 모두 중블 오피2열에서 봤는데

허리펴서 의자에 딱 붙이고 보니까;

해미넴이 바닥에 붙은 장면도 어느 정도 보이더라.

하지만 어서 일어서라고 속으로 계속 응원을 보내게 됨.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