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newsculture.tv/sub_read.html?uid=39923

“대사를 구현하는 방법, 어려웠죠.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선천적인 청각장애인을 연기한다는 점이었어요. 태어날 때부터 들을 수 없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봤을지, 혹은 어떻게 느꼈을지 고민했죠. 외부에서 보는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인물이 매우 얕아질 것 같았어요. 보다 크게 바라보고 그 안에 완전히 들어가고 싶었죠. 큰 사고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그 사람이 돼야 하는데, 온전히 빌리가 돼서 그의 삶을 이해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에게는 무려 12살 차이가 나는 귀여운 여동생이 있다. 이미 공연계에서는 그를 ‘동생 바보’ 로 알고 있기도 하다. 
 
“동생이요? 동생도, 아마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요. 작품을 하면서 사실 그 아이 생각이 많이 나요. 오빠들이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가족 안에서 어떤 느낌을 갖고 있을까, 싶어요. 동생이 몸집은 엄청 작은데 철은 빨리 들었거든요.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작아요. 그런데 얘가 친구들 고민을 다 들어준다더라고요. 그런 것 보면 한편 재미있으면서도 짠해요. 막내라서 사랑을 많이 주긴 했지만 과연 그 아이가 필요한 사랑을 줬을까 싶죠.” 

"저도 몰랐는데 청각장애인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굉장히 큰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삶 속에서 늘 혼자라고 여겼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니까요.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순간을 맞는 거래요. 가족보다 훨씬 소중한 존재가 된다고 하던걸요. 그것을 알게 됐을 때, 미로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느낌이었어요. 빌리에게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던 것은 실비아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빌리의 대사가 마음에 남아요. 다들 귀가 있어도 듣지 않는다는 말이, 매번 대사를 하면서도 정말 슬퍼요.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인인 남자와 서서히 청력을 잃어가는 여자. 여자는 자신의 애인과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을 싫어하죠. 그 가운데 실비아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이야기를 하는 빌리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사실 그런 생각 들어요. 모든 감각이 멀쩡한 우리 중, 온전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눈은 포장할 수 없지만 입은 쉽게 포장할 수 있잖아요. 눈은 다 느껴지지만, 입은 거짓을 전달할 수 있잖아요. 어쩌면 빌리와 실비아가 가장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전문은 더 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