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뮤판에 있으면서 그간 개인적인 굴곡도 있었고, 크고 작은 현타도 오기도 하고, 한동안 맘에 드는 공연 없어서 자체 휴공하기도 했고.

근데 사실 이번 지킬 10주년 양봉 사태는 심하게 멘붕이 온다.

첨에 개롤들 들고 일어났을 때 나는 그냥 관조적입장이었어. 뭐 일부 입걸레같은 어그로들이나 이상한 갤러들로 그간 상처받은 계자들도 있었을꺼고, 그 사람들끼리의 나름 감정섞인 대응이고 , 또 그간 여러번 겪었듯 워낙 이쪽 계자들이 나포함 우리 덕들을 병신호구로 여기는 것도 다 알고 있었으니까.. 연례행사 또 터졌구나 싶게 담담한 마음이 들더라.

아.. 근데 이 사건이 흘러가는걸 조용히 지켜보다가  또, 내가 최근 웨스트엔드 빌리 15주년 축공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랑 오버랩되기 시작하면서,

역사적인 '지킬 10주년'에 오명을 남기는 모든 것들에 대해 화가 나기 시작했어.

웨스트엔드 빌리엘리엇 계자들은 15주년을 함께 만들어온 모든 이들에게 (제작팀 뿐만 아니라, 관객들, 주민들 포함 모든 사람들.. 자세히 누구누구였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기쁨과 고마움을 나누고 함께 즐거움에 참여하자고 제안하는 듯 느껴졌고, 어떤 종류로 축제화시켜서 즐거움과 감동을 최대한 선물해주려 노력해가는 모습으로 느껴졌는데 (물론 그쪽 공연도 축공 티켓팅은 겁나 치열했을꺼고 티켓값도 비쌌다며.. 근데 돈 모자란다고 덕질 안하는건 덕이 아니잖아. 우리 나라에서 그런식의 행사를 한다했으면 밥굶고 돈마련해서 간다는 새우젓들 널리겠지..)

지킬 계자들은 10주년을 기념하는 느낌이 빌리랑 뭔가 많이 다르더라. 

계자들끼리만 10주년 축하하고 기념하고, 관객들은 10새끼로만 여기는것 같이 느껴진다?

할인 같은게 없다는 말이 아냐. 할인은 없어도 돼. 퀄리티 잘 나오는게 덕들이 더 바라는거지. 

나는 오디컴퍼니도 돈 벌고 거기 딸린 공연 만드는 식구들도 충분히 돈 벌고 후원도 많이 들어오고 우리나라 뮤지컬 판에 돈이 많았으면 좋겟어. 그래서 실력있는 배우들도 이 판에서 열심히 한우물만 파고 다른 판으로 눈독 안 들여도 연예인들보다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뮤지컬의 위상이 높아졌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사랑하는 작품들이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을꺼 아냐.. 

그니까 돈이나 할인 문제 말고, 다른 차원의 서비스를 말하는거다. 

관객과 함께 10주년을 기뻐하고 감동을 함께 나눌만한 다른 것들을 엠디말고 너네가 준비한게 있나? 

하다못해 영상이나, 작은 행사나 기념 음반이나 사소한 그런거라도 말야... 

이런 부분에서 10년동안 지킬을 사랑해온 팬들이 서운할꺼라는 생각은 아예 해보지도 않았니? 

관객은 그냥 든든하게 통장에 돈이나 채우고 있으면 되는건가?

얼마전 11월 30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해. 여느때와 다름없는 조지킬 낮공을 보고 기쁜 맘으로 저녁에 집에 왔는데 그 날이 지킬 900회 공연이라고 앙상블과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케익켜놓고 있는거  SNS에 올라온걸 봤어. 공연보고 좋은기분으로 왔는데 그걸 보니까 조금 섭하고 소외감 느껴지더라. 900회 공연인거 관객이 알면 안 되는건가? 커튼콜에서 우리가 같이 감격하고 박수쳐주고 그랬었으면 우리도 뭔가 뭉클하고 더 좋았을껀데... 아쉽더라고..  

내가 그깟 돈 쪼금 내고 공연에 애정 쪼금 있다고 애정깡패짓하며 되지도 않는 권리 주장하는 모양새 될까봐 사실은 이 말하기도 조심스럽기는 하다... 

솔직히 국내 뮤지컬이나 라이선스 수준 낮다고 무시하고  오리지널이나 외국 공연만 고퀄인듯 위세 떠는 뮤지컬 매니아들 주변에서 보면서 저 사람들이 진짜 뮤지컬을 조아한다면 우리 나라 공연도 봐주면 좋을텐데 하고 아쉬움을 가졌던 적이 많이 있었다. 

근데 솔직히 이번 '지킬 10주년 훼손 사태'를 겪으면서 이젠 경제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더라도 국내 공연관람을 확 줄이고, 몇년 바싹 돈 많이 모아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공연보러 한번 나가는게 내 정신건강에 좋은게 아닐까 하는 현타가 온다.. 

내가 왜 양아치, 봉, 호갱 취급 받으면서 (사실 오케나 앙상블 무대 번역도 한참 아쉬운) 국내 공연에 목을 매야 되는건가 싶어졌어. 

점심도 못먹어가며 피케팅한 조지킬 3차 티켓들도 놓을까 말까 고민되네... 

한탄글이야. 문제가 되면 삭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