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친구랑 오늘 삼층을 예매해서 간 내가 병신이지..
매표소에 단관무리 보고 각오는 했지만 나는 그래도
공연을 회사차원에서 단관으로 문화회식을 올 정도면 어느정도는 개념은 있겠거니 했는데
그 사람들은 그냥 공연이 자기네 회식의 연장선이었나봐

3층 왼블 중블 두 구역의 삼열 사열 다 자기네가 샀으니
아무데나 앉아도 상관없지 않냐는 윗사람으로 보이는 어르신의 말이 있고 난 후로
앞에는 고창석 나와서 극 시작전 워밍업 중인데도
다들 일어나서 여기 앉았다가 저기 앉았다가
휴대폰에 수구리 장착에 여기까진 그냥 참을만했어

근데 암전되기 직전에 양옆에 여자 둘이 부축하다시피해서
어떤 여자를 데리고 들어와서 앉았는데 딱 봐도 걸음도 제대로 못걸을만큼 취해있었고
지나칠때부터 술냄새가 났어.

사실 그여자 오기 전에도 미미한 술냄새는 나고 있었고
다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술주정 비슷한 시끄러운 소리들이 많았지만
그래 뭐 연말이고 한둘도 아니고 몇십명 성인이니
어셔들도 컨트롤 못하겠거니 해서 참았어

근데 인사불성이 된 사람은 어셔가 막았어야지.
사실 그정도로 술에 만취하면 난 차라리 얌전히 자겠거니 했거든.
근데 술이 에너자이저였는지 일단 소리부터 지르고 계속 대화하고
시종일관 꺄르르륵 꺄르륵 웃고 핸드폰 꺼내서 카톡에 수구리는 기본이고
머리위로 손 들고 춤을 참 열심히 추더라.
템포 느린 곡은 머리위로 느리게 손 흔들고.
옆에 앉은 같이온 일행도 말리다가 포기하고
나도 말려봤는데 나한테 해맑게 웨^^?! 하길래 나도 그냥 포기했어.

처음에 어셔가 그러시면 안된다고 들어오길래 내가 이분 술취하셨다고.
극 보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극을 못보겠는데 이분 데리고 나가주시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안된다더라.
근데 너무 머리위로 손을 열심히 흔들고 계속 말하니까 들어와서 또 그러시면 퇴장하셔야 한다고 엄포를 줬어

근데 그러고 한 십분 정도는 잠들었는지 조용했어. 근데 신나는 노래 나오니까 또 흔들고 소리지르고 말하고 웃고가 시작됐지..
안되겠어서 난 뒤를 돌아다봤는데 부를 어셔가 없더라.
괜찮겠지 하고 다 나가버린거야.

그때서야 일행도 감당이 안되겠는지 그 사람 데리고 일어나서 나가려고 했는데
술먹은 사람이 몸이 통제가 될리가..
한걸음 가고 주저앉고 또 한걸음 가다가 주저앉고. 덕분에 나랑 지인은 또 아무것도 못보고. 어셔라도 있었으면 그거보면 와서 데리고 나갔을텐데 없었어. 그렇게 앉다 서다 옆자리 앉다 이자리 앉다를 하다가 결국 끝까지 앉아서 웃고 떠들고 흔들고 춤추다 인터미션..

나랑 지인은 덕분에 일막을 통으로 날렸고
인터미션 시작하자마자 어셔가 잠시 이야기좀 할 수 있겠냐고 데리고 나오더라.
나오니까 나처럼 예매해서 온 소수의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다른 객석으로 이동해서 보시면 어떻겠냐고 묻는데
나는 이게 재관람이었고 내 지인은 첫관람이고
되게 기대해서 날짜맞추고 온건데
일막을 다 날린 상황에서 그리고 그 관크에 이미 공연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상황에서 이막이 무슨 소용..
할인이라도 많이 받았으면 덜억울하지 정가다주고..
그래서 다른 날짜로 봐도 되냐고 물었고 그렇게 처리하기로 하고 인터때 극장을 나왔어.

연말이라 올해 말까지는 단관이 많다고 하더라
혹시라도 나처럼 예매했다가 기분 상하는 일 있을까봐..
적어도 술이 저렇게 취했으면 아무리 단관이고 다수라고 해도
입장은 좀 안시켜줬으면 좋겠고 사방에서 핸드폰에 잡담에 수구리에 통제가 안될거 같으면
적어도 나처럼 소수인 관객을 위해 사전에 공지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나왔어.

그냥.. 지인도 나도 되게 기대하고 기다린 공연이었는데 술냄새와 함께 최악의 공연이 된 게 한스러워서 적어봤어.
어셔들한테는 자기네 잘못이라고 충분히 사과 받았는데..

인터때까지도 자기네 잘못 모르고 뻔뻔하게 출입문 앞에서
누구씨는 괜찮아요?술 많이 안먹었어? 하고 깔깔거리던
개념없던 그 회사 정말 알고 싶었는데 안알려주더라.
앞으로 술먹고 공연보러 오는 단관은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긴글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