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마지막날 출근해서 휑한 사무실을 보며 열폭에 쩔어가던 내게 친구가 CJ 다니던 지인이 줬다며 가자고 해서 급 반차내고 가게 된 킹키부츠....

대체 나같은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뵈지도 않는 그노무 초대권 대체 내 친구 같은 애한테는 그렇게 쉽게 생기는건지.....^^:

우선 느낌은 나같은 샌님도 썩 거부감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거? 좀 보수적이기도 하고 선입견,편견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라 여장남자라던가...트랜스젠더라던가 나 비롯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남자답다 라는 이미지와 상반되는 이미지에 거부감 있어서 헤드윅이나 라카지나 프리실라 같은 작품 애초에 흥미 없었고 볼 생각도 없었는데....초대권으로 걍 별 생각없이 가서 봤는데 킹키부츠 속 드랙퀸 모습은 크게 어색하고 불편하지 않더라. 롤라가 여장을 하긴 했어도 막 여자 목소리를 시종일관 고수하지 않고 노래는 걸쭉하게 흑인 그루브 느낌 충만해서 그런가 걍 좀 특이한 의상 취향 가진 남자 정도로 받아들여지더라구.

난 갤에서 한창 상플로 관심쩔던 작품에 갑툭튀한 강홍석이 누군가..뭐 위탄이나 이런데 출신인가 했었는데 인터 때 찾아봤더니 뮤지컬 경력이 그래도 좀있는 배우였네. 오늘 배우들 중에 유일하게 가장 인상깊었던 배우가 바로 홍석롤라였어. 연기도 능청스럽고 좋았는데 뭣보다 넘버가 압권.....아주 land of lola부터 sex in the heel 등등 넘버 진짜 팝적으로 흑인 그루브 제대로 살려서 맛깔나게 뽑더라. 등장 첫곡부터 레베카 립마냥 객석에서 박수에 환호 터질 줄은 상상도 못했어. 빨간 빤짝이 드레스에 파란색 원피스 입었어도 노래 부르는 목소리는 걸쭉한 남자 목소리라 우선 거부감이 없었고 점잖은 편인 나도 어깨가 들썩들썩하면서 환호도 소심하지만 자연스럽게 나오고 흥겹고 좋던데? 아주 등장하는 신마다 존재감이 있어서 왜 공원 인물 소개 페이지에 두번째로 나오나 싶었어. 넘버 들으면서 아 저 역할 넘버가 저래서 김범수 카더라가 돌았구나 이해도 되고...롤라 넘버는 뮤배들 중에서도 팝적으로 가창하는 배우들이 해야겠더라고. 차라리 쇼맨쉽 좋은 가수가 하는 것도 낫겠다 싶고....뭣보다 롤라는 정말 노래를 잘 해야될 거 같아. 폭발적인 고음 같은 가창으로 관객에게 어필하고 압도하는게 되게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오늘 찰리랑 다투고 아버지 앞에서 노래하는 홍석롤라에게서 휘트니 휴스턴을 보았어요!!!

오늘 보면서 만짱 음색으로 듣는 롤라 넘버는 어떠려나...헤드윅도 오래 했겠다 만짱이 소화하는 롤라 캐릭터 찰지고 좋겠다 싶다가도 워낙에 가창이 인상적인 역이었던 지라 만짱 가창 스타일이나 음색 좋아하는 나지만 홍석 롤라보다는 가창기술이 주는 압도감은 좀 부족하려나...싶기도 했고....개막 전 파티영상 풀린거 보면서는 만짱 나이도 적지 않은데 여전히 아저씨 느낌 안 나면서 스타일 좋고 넘버 쌈빡하게 뽑는구나 싶었는데 실제 후기에서 아무래도 가창에 대한 말이 있기도 했고 내가 어제 다른 캐스트를 보기도 해서 그런가 아무래도 비교가 안 될수가 없을 거 같아. 아무래도 갤 후기 보면서 좀 더 영업이 필요해ㅋㅋㅋㅋ

찰리는.....선덕여왕에서 덕만이같은....동이에서 동이같은...왔다 장보리에서 장보리같은...누가 해도 솔까 별 상관없을 거 같은...주연이지만 별 존재감이 없었던게 사실..보는 내내 별로 매력없는 역할인거 같은데 대체 열무는 왜 복귀작으로 이 작품의 저 역할을 택한거지...생각이 맴맴 돌더라. 아무래도 롤라 역할이 워낙 임팩트가 세기도 했고 찰리 역할 자체가 별로 눈에 띄는 부분이 없기도 했고 넘버도 내 귀에는 킬링 넘버 하나도 없던데....지현우는....올미다에서 지피디로 나올 땐 나도 꽤 좋아했었는데 무대에서는 별로 임팩트가 없더라. 기럭지 좋고 마지막 넘버에서 춤선은 좋았지만..평소에 막 연기파는 아니었어도 발연기라고 생각해본적은 없는데 무대에서 보니 뭔가 발연기인듯 발연기 아닌 발연기 같은...다른 후기 보니 발음 문제 많이 언급되던데 대사 치는게 살짝 어색해...그게 발음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대사를 찰지게 치지를 못하더라고. 그리고 애초에 노래 잘 하는 배우 아니란건 알고 있었고 실제로 보니 노래를 잘 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았는데...노래도 역시 찰지지를 못해...찰리 넘버를 롤라같이 팝적으로 소화할 필요가 없을 거 같긴 한데 가창 스타일이 되게 매력없고 밋밋한 스타일이던데....고음을 못 올리진 않는데 살짝 먹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노래건 연기건 왜이렇게 맥아리가 없어....한마디로 무대에서 별 재미가 없는 배우였음. 

선아로렌은 내가 본 전작(위키드)이랑 비슷한? 통통 튀고 유쾌한 느낌이었어서 아 저 언니가 이번 작품에서도 자기가 잘할 만한 역할 골라서 편하게 즐기면서 하나보다..생각 했고 연애의 흑역사 겨드랑이에 바람 부쳐가면서 능청스럽게 잘 소화했지만 저 넘버 하나로 저 배우가 여기서 재능낭비 하고 있나....싶었고....역시나 굳이 저 역할에 정선아를? 정선아가 굳이 저 역할을? 이라는 찝찝함은 지워지지 않았음....지찰리랑 홍석롤라 듀엣 넘버 때 좀 답답했던 터라 그럴 일은 없겠지만 롤라랑 로렌 신나는 듀엣 넘버가 듣고 싶어지더라. 더뮤였나 한뮤대에서 시즌옵러브 부르는거 보니까 굵직한 스타일 발성도 잘 내던데 진짜 오늘 홍석롤라랑 그 축하무대 스타일로 노래 부르는 선아로렌 넘버 있었으면 귀호강 터졌을듯...ㅋ돈 역할 역시 굳이 고블리 같은 네임드를 쓸 필요가 있는 역할인가....? 라는 의문이.....^^:;;;;이미지는 참 잘 어울리긴 했다만ㅋ니콜라 역할은 솔까 내가 좀 짜증나 하는 역할이었고...예은배우 노래도 좀 위태위태했었는데 마지막 넘버에서는 잘 질러줘서 다행...

그리고 그 엔젤들 뭐얔ㅋㅋ치마 훌렁 까는데 초록색 삼각팬티 보고 식겁하고 핑크색 팬티 보고 두번 식겁하고...돈이랑 롤라랑 권투신에서 사회보는 언니 노래 쩐다..생각하고 있다가 그 라운드걸 뭐얔ㅋㅋ그 라운드걸 비롯 엔젤들 다 남자인거지? 라운드걸 오빠(?) 몸매가........ㅠ진짜 엔젤들 춤선 쩔고 무대에서 끼부리는 거 쩔고... 티비를 안 보기도 하고 캐스팅 보드도 안 보고 들어간터라 대체 한선천이란 사람이 누구야...찾다가 금새 포기했어ㅋ

내가 1층에 혼자였으면 나도 공연 때 막 환호하고(충분히 자발적으로 그럴 수 있는 흥겨운 분위기였어) 그랬을텐데 옆에 친구가 있기도 했고 아직 2층에서 기립할 내공은 아닌지라 걍 마음속으로만 들썩들썩하면서 있었던 터라 아쉽네ㅋ옆에 언니 둘은 아주 덩실덩실 잘 놀던데...ㅋ초대권으로 갔던 터라 옆에서 친구가 약봉지를 바스락 거리든 뒤에서 육성으로 대화를 하던 앞에 남자 머리 땜에 요리조리 머리 피해가며 보든 너그러워지더라. 이래서 초대권으로 온 머글들이 관크를 하는건가 싶기도 했고....잭 때는 거지같더니 오늘 킹키 때는 2층 음향 좋았던 터라 역시 음향은 극장이 아니라 음향팀 만지기 나름인가 싶었고...암튼 다들 킹키부츠 보러 가시고....새해 복 많이 받길! 

ㅎㅈㅇㅇ 두시간 내내 흥겹게 즐겼는데 신나는 넘버 들으면서 즐기는 와중에 순간 불쑥 눈물이 울컥하던 뮤지컬이었다! 예전에 애비뉴큐 볼 때 이런 느낌이었던 거 같아...어른들의 힐링극 킹키부츠 보러 가세요!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