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눈팅하는 머글이 원스 후기 남깁니다...

ㅇㅇ · 2015.01.25 02:30:20

사실 미국에서도 '와 재미있다!!'하고 생각한 적은 없는 작품이었는데, 그래도 왠지 봐야할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관람. 보기전에도 그다지 재미에 대한 기대는 없었는데 생각보다 더 재미가 없었. 미스캐스팅이라는 말을 조심하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미스캐스팅인듯.

일단 무대는 뉴욕에서 봤던 무대와 똑~같이 재연해놨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음료를 파는 것까지. 그래서 음료를 구입했는데, MD컵에 담아주는것치고 저렴해서 그건 마음에 들었음. 그리고 되게 자연스러움을 표방하며 세션이 공연을 시작하는데 "~해볼까?"하는 말투가 너무 대사티가 나서 굳이 대사를 쳐야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짐.

먼저 이창희 Guy. 이창희 배우는 최근 <고스트>에서 봤었는데, 사실 그때도 난 별로 인상깊게 보질 않았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실망스러웠음. 사실 이 배우, 특히 노래 스킬면에서는 별로 흠잡을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딱히 트집을 잡을 만한 구석이 없는 보이스톤이 이 작품에선 가장 큰 흠이 되지 않았나 싶음. 뭐랄까, 깨끗하고 곧은데 배운듯한 발성이다. 그것도 아주 잘. 교과서적으로. 그래서 전혀 야생의 톤이 없다. 극 중에 '날 것 같은 목소리'라고 하는데 정말 전혀 그렇게 들리지 않음. 그리고 배우의 목소리 색깔 자체도 특색이 없는 목소리라 매력도 느껴지지 않고. 이 작품이 작품 자체가 잔잔하고 노래도 잔잔하기 때문에, 정말 목소리 매력빨로 듣는게 큰데, 그럼에도 특색이 없으니까 간이 전혀 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그걸 감내할 정도의 연기를 잘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이 작품이 캐릭터들도 크게 감정표현을 하는 캐릭터들이 아니기 때문에 연기를 보여주기가 힘든 작품이라는건 알겠다. 그래서 더더욱 연기력이 필요하고 그럴수록 분위기가 있는게 중요한데, 그것도 부재.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 자체의 이미지가 너무 소년의 이미지가 강하다. 내가 이미 이 작품을 봐서 내 뇌리에 어떤 이미지여야 한다는게 강하게 박혀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작품은 홀아비냄새 나는 아저씨가 어딘가 특별해보이는 여자를 만나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의 매력이 폴폴 풍겨야 이런 subtle한 캐릭터에도 설득력도 부여되고 볼 맛이 생기는데, 이 배우는 그것보다는 어린 축에, 소년 같은 느낌이 있다보니 널을 뛰는 캐릭터가 납득이 안됐다. 사실 이 납득을 시키지 못하는 부분은 걸 역할의 박지연씨의 탓도 있는것 같긴 하지만. 레알 처음에 볼 때의 걸의 캐릭터는 누가봐도 저 사람 진짜 이상하구나 싶은 캐릭터인데, 이게 '이상한 여자 아냐?'가 아니라 '엉뚱한 매력이 있네'라고 생각되게 해야하는데, 박지연 배우는 그게 안됐음. 그래서 가이가 걸에 대한 태도가 일관성 없고 뜬금없는 듯한 생각이 드는거다. 외로웠던 남자가, 4차원적인 매력적인 여성을 맞나 가랑비 비 젖는 끌리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아서, 이게 지금 스크립트가 이상한가 싶은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만약에 이창희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가 '날 것'의 느낌 때문이라면 내가 기대하는 목소리의 날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아직 뮤지컬 필모가 길지 않아 약간은 생소한 날 것인가 싶음. 노래 자체는 잘하던데, 이렇게 목소리톤이 중요한 노래는 어울리지 않는걸로. 내가 뮤지컬 배우로서의 윤도현씨를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아마 이 역할은 윤도현씨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배우로서의 윤도현씨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시종일관 한결같은 표정과 대사톤 때문인데, 이 작품에는 그게 더 어울리니까<-. 그리고 차라리 이 역할은 목소리톤이 좋은 가수를 캐스팅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음. 이 작품이야말로 남녀주연이 가수라도 좋을 듯한 작품인데 왜 뮤지컬 배우를 캐스팅하는 고집을 부렸는지 알수가 없음. 왜 그, 오디션 프로에서 약간 쇳소리 섞인 목소리들 간간히 나오지 않나. 그런 사람들.

박지연 Girl을 이 전에 본건 <레미제라블>이었다. 레미제라블에서는 대체 왜 저렇게 예쁜 에포닌을 마다했는지 마리우스가 이해가 가지 않았더랬. 생각해보니 이런 면에서 초연 라이센스 레미제라블은 이해가 안가는것 투성이었음. 앙졸라를 두고 마리우스와 사랑에 빠진 코제트라던지(...). 아무튼, 거기선 얼굴에 검뎅을 묻히고 나와도 예뻤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 배우는 정말 예쁘긴 예쁘다. 귀엽고 예쁜데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다. 만약 이 작품이 여느 작품처럼 귀여운 여주인공이 필요한 작품이었다면 예쁘고 화사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캐릭터는, 캐릭터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관객이 보기에 이 여캐릭터의 4차원도 감수하게 만드는 매력과 특별한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 캐릭터인게 문제. 상식적으로, 뜬금없이 여자가 나와서 왜 기타를 버리고 가냐고 묻고, 아무런 배려없이 죽으려 한게 아니냐고 공격하고, 진공청소기를 고쳐달라고 하면서 돈 대신에 음악으로 선물해주겠다고 하는 뻔뻔함은 내가 당하지 않더라도 보는 입장에서 복장터지는데, 그런 여캐에게 사랑을 느끼는 가이를 납득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없음을 납득시킬 수 있는 매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념없음이 4차원의 엉뚱한 매력으로 느껴지는 그런. 그런데 박지연 배우는 전혀 그걸 느껴지게 하지 못함.

목소리도 그렇다. 노래를 못하는것도 아니고 목소리도 좋은데 목소리에 흡입력이 없음. 만약에 목소리가 특이하다던지, 창법이 특이해서 입을 열자마자 확 관심을 집중하게 만드는 그런 목소리라면 또 노래나마 집중을 하겠는데, 박지연 배우의 목소리는 다른 뮤지컬이라면 어떤 뮤지컬이건 무난하고 무리없이 소화할만한 예쁘장한 클래식한 목소리라, 이렇게 노래에 기승전결이 없고 잔잔한 작품 같은 경우에는 너무 평이하게 느껴졌음. 목소리 예쁘구나, 정도.

아, 그리고 원작에서 체코 엑센트가 섞인 영어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외국인 발음이 섞이게 한 건 뭐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체코 엑센트가 섞인 영어를 듣는 느낌과 지금 라이센스에서 하는 <빨래>의 솔롱고 같은 억양이 섞인 한국어를 듣는 것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억양을 그 솔롱고+서양인이 한국어 하는 듯하게 굴려서 하는 발음 때문에 '체코 사람이니까 솔직하다'하는 농담이 처음에는 전혀 웃기지 않다. 사실 그 농담은 계속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결국 어느 한 부분에서는 반복학습적으로 웃게되긴 하지만 말이다. 뭐 아이리쉬에게 들리는 체코 억양 영어는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미국인에게 들리는 체코 억양은 비유하자면 북한 사투리를 쓰는 한국어 같은 느낌이다. 강단 있고 거친 느낌이다. 그래서 거기서 나오는 특유한 분위기가 또 있는데, 억양을 이렇게 서양인(과 미묘하게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듯한)이 한국어 하는 억양이 들리게 잡으니까 그냥 여자버전 솔롱고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음 =_=

이 역할도 더블캐스트인 전미도 배우가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전미도 배우는 예쁘지는 않지만 서늘한 분위기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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