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L열 산주 필요유무 질문했고 개롤들이 따뜻하게 답해줘서 갔다와서 후기 쓴다고 약속했는데

밤공 보고 나오니 피곤이 어마어마하게 밀려와서 돌아와서 일단 누워서 자고 일어났어. 이따 핫막도 가야 하는데 어제의 피로가 별로 사라지지 않은 기분이라 마음에 파문이 일고 있다ㅋㅋㅋ

공연 후기는 쓸 마음 안 들고 그놈의 L열 자리 후기 쓸게. 쌩눈이랑 산주 골고루 해봤어.

일단 난 쓸 J열까지도 그럭저럭 꿀자리라고 생각하는 뒷열덕이야. DEF 앉을 바에야 i열까지 후진하는 취향이고. 대명2 앞쪽 극세사 단차 진짜 싫어하거든... 숨막히는 기분.

J 처음 앉은 날 의외로 시원하게 탁 트인 뷰와 목 한 번 안 돌리고 골고루 볼 수 있는 편함과 내가 안경 쓰고 시력 1.0~1.2에 난시가 있는데 눈물이나 디테일한 표정은 아니더라도 지금 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구나. 는 충분히 보이는 뷰에 대만족했었어.

그래도 L열은 걱정 많이 하면서 갔었는데 극 시작하고 미니넷 등장하는 순간 오? 오, 예상을 넘고 저 쪼끄만 미니 얼굴 표정이 잡힌다 여기에서도! 하고 흡족해하며 무릎 위의 산주를 방치한 채 일단 에원리까지 봤음.

그 뒤로는 산주를 꽤 많이 들면서 봤는데, 산주로 극세사 표정보다 무대 전체를 보는 걸 훨씬 좋아하는 내가 산주를 든 이유는 그냥 극이 너무 지루해서...

신피랑 피아노랑 악보랑 미니가 눈이 하도 작아 보이길래 아라를 그렸나 안 그렸나 알고 싶어서, 런촤가 노래도 연기도 개피곤해 보이길래 아픈가? 얼굴 상태 좀 살피려고 들기 시작했음.

L열에서 산주를 들면, 배우의 상반신이 잡힘. 상체 전부까지는 조금 못 되고, 배 정도까지 잡혀 배우들이 무대 세로 깊이 중앙쯤에서 연기할 때는.

심의관 씬에서 미니넷이 앞쪽으로 나오면 가슴까지 겨우 잡혔음. 이건 내게는 지나치게 크게 잡히는 뷰라 심의관 씬마다 산주를 내려놓거나 어둠 속에 숨어 관극하고 있는 뚠뚠해져서 귀여운 신피의 통통한 볼살을 봤음. 악보를 어디까지 넘겨놨나도 관찰하고...

사설이지만 신피는 진짜 악보 자기 멋대로 넘기더라. 내앵경 같은 건 처음에는 넘기다 중간부터는 아예 건반만 신나게 두드리고 넘버 끝나면 고개 폭 숙이고 손가락 만지작거리며 딴청하다 갑자기 퍼뜩 생각난 듯 고개 발딱 들고 남은 페이지 빠르게 파라락 넘겨서 페이지 맞춰놓고 다시 고개 숙이고 딴청하는데 귀여워서 웃었어.

마리아나 신피나 쓸 반주 경력 길어서 어지간히 외웠겠지만, 마랴는 그래도 꼼꼼하고 정확하게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치는데 신피는 마이웨이로 넘겼다 안 넘겼다 두장 한꺼번에 넘겼다 난리인데 그 어렵고 빠른 곡들을 다 외워서 치고 있다는게 대단한 거 같아.

그러니까 L열에 대한 내 의견은, 시력이 1.0 이하가 아니고 나처럼 단차없는 앞쪽보다 뷰 터진 뒷열덕인 경우에는 L열이어도 산주 없이 관극하는게 별 지장 없다는 거. 극싸여도 닥전진인 앞열덕인 경우에는 산주 필수니까 가져가길 권하고.

그래도 한 번씩 산주로 배우들 생생한 표정 보는게 재미있기도 했어. 미니는 아라를 그렸던데도 왜때문에 눈이 그렇게 작아 보이는 건지 의아했고 런촤는 몸살은 빠졌는데 얼굴이 통통하게 부었어... 딱 봐도 피로누적에 아파서 부은 얼굴에 얼굴 근육도 힘들게 써서 표정 연기하는게 보여서 안타깝긴 했음.

L열의 문제는 뷰가 아니라 음향이야 음향. 음향이 어마어마하게 심각해.

대명2는 벽싸에 붙으면 거기도 뷰랑 편안함은 기대치 이상으로 좋은데 심의관 목소리들이 귀신 소리로 울려대고 배우들 피아노 소리는 먹힌 소리가 나거든.

이런 벽싸보다 L열이 훨씬 심각한게 공포임. 뚜껑 아래 가장 깊은 곳에 박혀서 그렇겠지 ㄹㅇ동굴 소리가 남. 여기는 동굴이고 나는 곰이다 파와 마늘을 먹어야 하나.. 싶었고.

K랑 L은 뷰가 아니라 음향 때문에 반드시 S등급을 깔아야 했을 떨어지는 좌석인데, 해브니가 잘못하고 있는 거야. 아무리 죽어가는 굥호가 하는 짓이라지만... 쯧.

특히나 어제 미니넷과 런촤는 미니는 원래 성량이 작다지만 연기는 레고여도 노래 하나는 짱짱했던 런촤까지 컨디션 저하로 출력 최저치가 펼쳐진 바람에 동굴 안에서 속삭이듯 불러지는 슈페리어 내앵경 따위를 듣고 있자니 어찌나 잔잔하던지 잠이 오길래 그냥 좀 잤어...

막공주라 매일 L열 가는 횽들이 쏟아지겠지. 지극히 주관적인 후기라 도움이 될 거 같진 않지만 참고하길 바랄게.

덤으로 어제 L열이며 K열이며 산주 들었다 놨다 하는 덕들이 겁나 많아서 계속 내적웃음이 터졌어. 그들도 나를 보며 마찬가지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