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하다는 후기를 읽은 후였고
아무래도 실제로 쓰여진지 오래된 (93년!) 작품이다 보니 걱정을 좀 하고 갔는데 그런 생각 전혀 안들었어.
오히려 최근 작품이라 듣고 봤어도 어색함을 느끼진 않았을 것 같아.

줄거리는 공개된 시놉에 있는 게 전부야.
결론을 알고 모르고가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어려운 내용도 아니니 그냥 안읽은 상태로 가는걸 추천.
주요 사건을 빼고 간단히 얘기하면..
오랫동안 창고 안에서 상자들을 관리하고 숙식을 해결하며 창고지기로 살아온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야.
하나는 짐을 보관하고 다시 내보내는 창고라는 단순한 시스템 안에서 완벽을 추구하며 삶의 가치를 찾는 자양이란 남자,
다른 하나는 이 삶을 지겨워하고 하루라도 빨리 창고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기임.
창고 안에서 자신이 성실하게 일해온 삶이 가치있다고 믿고자 하는 자양은 함께 있는 기임의 변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변수(?) 때문에 괴로워하게 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사실은 의미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서 그걸 확인하고 싶어하고...

흐름이 다이나믹한 극은 아니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느슨하지 않게 잘 짜여진 극이라는 느낌이었고 북어대가리와 상자의 내용물과 자양의 삶이 나타내는 상징이 인상적이었어.
마지막 장면에서 북어대가리를 놓고 식탁에 앉아있는 자양의 독백이 굉장히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박윤희 배우 좋더라..


ㅎㅈㅇㅇ 오래가는 극은 항상 이유가 있다라는 사실을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