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쯤 전에 키우던 다육식물 분갈이하고 나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ㅜ 시들시들해져서 죽어가더라.

그래서 거의 확실히 죽기 직전에 그래 어차피 죽을거 물이나 많이 먹고 가거라 하고(다육은 물 많이 주면 안됨) 물줬거든

근데 물 주고 (다육이는 아마도 이미 죽어가던것+과습으로 죽고) 이틀 뒤에 옆의 흙에서 작은 새싹이 나는 거야

좀 기다리며 지켜봤는데 크는 거 보니까 걍 잡초같더라고 그래서 어차피 잡초니까, 하고 뽑아버리려고 했는데 문득 너무 가엾더라

그다지 크지도 않은 화분, 그것도 가운데에서 자라는 것도 아닌 화분 가장자리의 그닥 공간도 없고 영양도 부족한 그곳에서라도 어떻게든 아등바등 살아남으려 하는 모습이 불쌍하고 슬펐어

요 며칠 서울 정말 추웠지 나 사실 그 새싹 별로 관심 없어서 물주기는커녕 거의 잊어버린 채 그동안 걍 베란다에 방치했거든

근데 어제 간만에 환기하려고 베란다문 열었더니 그 새싹이 고개 푹 숙이고 시들해져 있는거야

갑자기 아차 싶어서 일단 방으로 들이고 반나절쯤 지나니까 고개 바짝 들더니 몇시간 사이 쪼그만 이파리를 새로 하나 냈어

문득 너무 미안하고 슬프고 그렇더라

갑작스런 셀털미안 나 취준인데, 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세상이 나더러 넌 이 세상에 쓸모없고 아무짝에도 필요없대

그래서 몇 번이고 죽으려고 하고 세상에서 없어지려고 무던히 시도했어 다 실패했지만

근데 얘는 내가 그렇게나 무시하고 죽든말든 내버려 뒀는데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던 거잖아

물도 안주고 관심도 안주고 밤에는 거의 영하까지 내려가는 차가운 곳에 내버려두고 그랬는데

그런데도 그 잠시 따뜻한 곳에 두고 관심 가져주니 그사이 고개들어 싱싱해지고 새싹 내는게 너무 미안하고 벅차고 그렇더라

아직은 고작 떡잎 떨어지고 이파리 서너개 난 것 뿐이라 무슨 풀인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

만약 이 녀석이 걍 이름없는 잡초라 해도 그냥 키우려고 해. 텅 비어있는 갑갑한 자취생활을 위로해주고 있는, 그야말로 살아줘서 고맙고 그런 녀석이거든

내가 남에게 힘내라고 할 그런 상황이 아니라서 뭐라고는 못하겠는데

그래도 일단 살았으면 좋겠어, 얼어죽기 직전이라도 발버둥친 이 풀잎처럼 나도 너도 살았으면 좋겠어... 살고 싶어...

안연뮤글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