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말하자면 합이 모자라서 아쉬운 공연이었어

우선 재림라다
평소 재게는 자기 목 상태 잘 예측해서 똑똑하게 발성 쓰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 날은 그게 나랑 잘 맞지 않았어
일부러 락 느낌 내려고 한 건지 긁어서 내는 소리 많았는데 난 사실 그건 좋았어. 그런데 그 전의 공연에선 아 여기선 라다메스가 락보컬이니까 긁어서 이런 소리 내는구나 오 저길 보면 그렇다고 재게 목 상태 안 좋아서 일부러 긁어서 커버치려는 건 아니네 재게 성대는 역시 믿듣이네 이런 식으로 본인이 의도해서 긁어내는 소리라는 확신을 줬는데 이 공연에선 계속 불안불안한 느낌을 줬어

공주는 감정선이 나랑 잘 맞아서 캐스트에 있으면 맞춰서 보는 배우고 그 기대는 항상 배신하지 않아
다만 아이다에선 로브 피날레가 깔끔하거나 시원한 적이 없어서 그 부분은 굳이 기대하지 않고 가 그래도 다른 부분이 커버해서 늘 만족스러운 공연 보여줬거든. 뭐 다른 배우라도 내가 본 것 중에 그리 다를 바 없기도 했고.
그런데 이날 1막은 공주 꺼 본 중에 참 손에 꼽게 실망스러웠어. 그리스 샌디로 본 이후 이런 실망 오랜만이었어...
중음으로 스케일 전개할 때 묻어나는 감정을 너무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날은 중음부터 소리가 탁하더라. 계속 집중이 안 돼서 전 많이 먹고 와서 배에 힘이 풀렸나 혼자 이런 딴생각 하면서 듣고 있었어.
그러다 어느새 로브까지 왔는데 공주가 표현하는 짓눌림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의 의지 이런 거에 늘 감동받고 오는 사람인데 이 날은 목소리 잠긴 거, 로브 중간음부터 계속 흔들리는 거, 충부운해 소리가 가다가 먹히고 사라지는 거 다 너무 실망스러웠어.
그래도 2막에선 이지부터 바로 화해했다. 아이다 최애장면 인챈트먼트에서 공주가 휘리릭 인사하는 거 공주 최애장면 이지에서 고개 갸우뚱하면서 신들의 의지를 가늠하고 운명 받아들이는 거. 공주는 진짜 이지 장인이야...

사실 내가 이 글 쓰게 만든 장본인은 마이크 볼륨이야.
이날 인터랑 끝 불판에서도 나온 소리인데 듀엣 중에 배우간 마이크 볼륨 안 맞는 건 물론이고 이지같이 혼자 부르는 노래나 부전자전이나 어나더피라미드같이 배우 간 겹치는 부분 거의 없는 노래에서도 볼륨이 왔다갔다 하더라 와 너무 신경쓰여
컴퓨터 모니터에서 내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마우스 포인터가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는 느낌이라면 알겠니? 이거 엄청 신경 건드리고 짜증나. 편하게 극에 집중을 못 하게 해.
마이크 볼륨 10으로 잡으면 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2로 잡으면 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설정하는 사람이 전혀 모르고 아무렇게나 바를 게이지 중간으로 뒀다가 송출되는 소리 듣고 맞추는 느낌이었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이다는 극작의 틀이 확고하고 음악 너무 좋고 앙상블이 받쳐주니까 항상 감동의 최저치는 맞춰주는데
이 날은 앙상블도 좀 짜증났어. ;;
빨래터씬 그 마젠타 색감 내가 워낙 너무 좋아해서 그림자로 표현되는 벽화 감각 정말 아름답다 이러면서 입 벌리고 보는 씬인데 이 날은 이상하게 빨래터에 가는 여인들 항아리 각도가 엄청 안 맞는 거야.
그래서 아 뭐지 신경쓰이네 이러면서 그 안 맞는 앙에 계속 눈길 주다가 무대에 조명 밝아졌는데 얼굴 안 익숙한 분이더라. 그 분이 스윙인지 원래 하던 분인지는 내가 앙상블 이름 몇 명 못 외워서 모르겠지만 평소에 아이다는 뭐 주연 배우들이 설마 깽판을 친대도 앙상블만 봐도 제값한다 ㅎㅎㅎ 이러면서 보러 가던 극인데 좋아하던 장면에서까지 평소만큼 몰입을 못 하니까 너무 속상했어.

그리고 오케가 속도 희한하더라
똑같은 4/4박자로 가더라도 어디선 96이고 어디선 112인 것 같이 희한하게 차이나는 속도감
그래서 수트송에서도 암네리스 메인보컬이랑 좀 삐끗하다가 맞춰 들어가는 느낌 나고
인챈트먼트에서도 어디는 빨랐다 어디는 느렸다 해서 씹어먹듯이 하나하나 발음 똑똑하게 하는 재림라다랑 미묘하게 들어가는 박자 차이나니까 불편했어
재림라다 평소에도 불호였던 한 글자 한 글자 똑바로 발음하려는 게 오케랑 어긋나니까 되게 불안하더라구
오케 내가 본 공연에선 1월 중반부터 계속 이렇게 박자에서 불안한 느낌 나

이렇게 말하면 너무 꼰대같지만 전체적으로 기합이 빠져있는 공연을 보고 왔어
1층 중블 고속도로 안에 못 들어간 회차는 3층으로 가는데 그나마 어렵게 간 꿀자리 회차가 이러니까 아니 이 날에 차라리 3층으로 가서 돈이나마 아꼈어야 했나 싶고
서울막공까지 1달 가량 남았고 앞으로도 내 표는 줄줄이 있는데 바로 전 관극 감상이 이래버리면 다음 공연 가는 길이 그다지 신나지가 않아.
사랑하는 아이다 즐거운 기분으로 보고 올 수 있게 다들 힘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