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알렉산더라는 극은 전체가 빌리의 꿈같은 극이었는데,
내 인생 한 토막을 잘라 너에게 줄게 스콜을 보니까 비로소 빌리가 괴롭던 꿈의 반복에서 해방되어 알렉산더를 만나러 가는 마지막 꿈처럼 보였어.


자신이 알아봤기 때문에 알렉산더가 죽었다는 자책감에 빌리는 매일같이 알렉산더의 꿈을 꿨을거라 생각해.
바람과 별처럼 빌리를 사랑했고 기억하겠다며 미소짓는 알렉산더지만, 사실 알렉산더의 진심은 아무도 모르는거잖아?
꿈속의 알렉산더는 빌리가 간절히 바라는 알렉산더의 모습 같거든.

대니와 고우트가 함께 지낸다는 이야기도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빌리 스스로가 '알렉산더라면 이렇게 듣고싶어했을거야'라고 상상한 썰에 불과하다 생각해.
내 귀엔 그 때 윤빌리 목소리가 서글프게 들려서 그렇기도 하고(물론 대니와 고우트처럼 나와 알렉산더는 함께 하지 못한다는게 슬퍼서일수도 있겠고).

그런데 빌리는 매번 꿈에서 깨는거야ㅠ 눈이 빛을 되찾고 알렉산더를 만나는건 망상같은 꿈에 불과해. (급 달콤한꿈이 스친다)
다시 캄캄한 현실에 눈 뜨면서 맥없이 알렉산더를 찾고ㅜ 암전 되면서 고개도 어깨도 떨군 뒷모습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지.
개인적으론 빌리가 마지막에 죽었다-고 보는 것보다 훨씬 서러운 결말이라고 생각하거든. 나는 한두어번 빼고 늘 빌리는 극중 안죽었다고 봐서.

마지막까지 빌리는 언제까지일지도 모르는 고통스런 삶을 혼자 버텨내야겠구나ㅠ 하며 쓸쓸하게 애정극을 보낼 줄 알았는데,
내 인생 한토막에서 빌리가 퇴장하는게 아니라 알렉산더 뒤에 남아있는걸 보니까, 알렉산더가 결승에서 만나고 싶었던건 역시 허밍버드가 아니라 빌리였고, 빌리는 알렉산더와 함께 달려준 것 처럼 벅찼다.
엔딩 포즈도 똑같이 잡아줘서,
아 결국 빌리가 갔구나.
마지막 빌리의 꿈이었구나.
혼자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게 알렉산더가 각설탕이 되어줬구나
싶어서 울컥했지만 완벽한 결말을 본 거 같았어.


이날따라 난 누구야?묻던 알렉산더에게 빌리가 넌최고의경주마 라고 대답하는 장면도, '널 최고의 경주마라고 하면 혹시 니가 엄마 말처럼 달아나버리진 않을까?'하는 빌리의 두려움도 크게 느껴져서 다른 날들보다 빌리의 죄책감이 심했을거라 봤거든. 그래서 피날레가 곱절로 안타까웠는데 스콜이 다 위로해준 느낌이야.

당연히 나올거라 상상하면서도 절대 못볼거라 확신했던 스콜을 기대 이상의 어레인지로 봐서 진심 행복했다.

일주일 지나도록 뽕 안빠지는거 당연하겠지ㅠㅜ



ㅎㅈㅇㅇ) 200628-> 200627낮 알렉산더 스콜 박제 봐줘라
ㄷㅈㅇㅇ) 알렉산더 돌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