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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나더 감상 조금+테니슨의 인 메모리엄 이야기(스포)

ㅇㅇ(114.201) 2020.07.09 10:09:20
조회 968 추천 37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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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긴글주의 스포주의







가이가 그의 나이 스물 둘이었소, 하고 토미가 짧게 가이를 마주보고 퇴장할때

거의 항상 아주 오래 전 잃은 친구의 얼굴을 잠시 마주보는 가이의 시선으로 따라가서, 멈춰 있는 토미의 찬란한 젊을을 본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어제 유난히 그 장면에서 오래 전에 두고 떠난 토미의 안타까움,

'빨갱이도 동성애자도 없'는 세상에 자기마저 떠나고 정말 혼자 남은 가이를 위한 복잡한 슬픔 같은게 애틋하게 보였어.


어나더가 회상이다 보니까 주로 가이의 감정에 몰입하는데

어제는 어쩐지 토미의 시선이 선명하게 와닿아서 그의 눈에도 결국 두고 간 이 외로운 친구가 많이 그립고 아프지 않았을까 싶고.

토미는 신념을 위해 싸우다 후회도 미련도 없이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런 토미에게도 가이는 놓고 가기 아쉬운 추억이었을까 했어.

그래서 그런가 유동토미가 퇴장하고 혼자 무대를 둘러보는 빵가이를, 약간 떠난 토미의 심정이 되어서 보게 되더라.




티타임에 커닝햄이 얘기하는 테니슨의 In Memoriam A.H.H 읽고 있는 중인데
이게 스물 셋(어나더 컨트리 문학 참고서에는 22세라고 나오지만)에 죽은 친구에 대한 추모시잖아.

아무래도 토미를 잃은 가이의 심정을 생각하면서 읽게 되더라고. 가이도 토미가 죽은 후에 테니슨을 다시 펼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여운이 남은 채로 읽다 보니까 뭔가 더 마지막 가이 같다 싶은 부분이 있어서 같이 보려고 좀 가져왔어.

옛날 책이라 번역이 좀 고풍스러워. (아서를 아아써라고 표기하는 책이야...)




87.


그 옛날 그 안에서 제복 차림으로 지냈던
경건스런 담들 옆을 거닐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읍내를 쏘다니며
식당 안의 떠들썩한 모습도 보았다.


나는 다시 한 번 들었다, 대학 교회에서
높이 세워 놓은 풍금들이 우렁찬 소리를 내고,
울려 퍼지는 우레 같은 음악 소리가
창유리에 그려 놓은 예언자를 뒤흔들고 있는 것을.


나는 다시 한 번 들었다, 멀리서 들리는 외침이며,
버드나무 사이로 경주하는 배들의
규칙적인 노젓는 소리를. 그리고 나는
강가와 많은 다리와 예나 다름없는


회색빛 온 사방 평지를 거닐면서,
옛날 같이 느꼈지만, 똑 같은 것은 없었다.
보리수 늘어선 길을 한참 거닌 끝에 나는
그가 거처하던 방을 보았다.


그 문에는 다른 이름이 붙어 있어
나는 머뭇거렸다. 방 안은
노래 소리, 손뼉치는 소리로 온통 시끄럽고
소년들이 잔을 부딪치며 방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 방에서 한때 우리 젊은 친구들은
모여 앉아, 철학과 예술,
노동, 그리고 변하는 시장
그리고 나라의 모든 사회과학을 토론했었다.


누군가 의견을 제대로 발표하고자 해도
주제에서 다소 벗어나거나,
여기저기서 누군가는 변죽만을 건드리고,
누군가가 안쪽만을 파고들 때면


끝에 가서 명선장인 그가
요점을 짚어나가곤 했었다.
기꺼이 우리는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저 듣고만 있었던 우리는 보았다,


법률의 영역에 역량과 미덕과 음악성을 곁들인
열띤 언변으로 이 문제 저 문제를
자유로이 언급한 끝에 결론을 맺을 때,
그의 안에 계시는 하느님이 그의 얼굴을 밝히고,


그 모습을 고상하게 하며, 지극히 지혜로운
그의 파란 안구에서 빛나고 있는 것을,
그리고 그의 영묘한 눈 위에서는
미켈란젤로의 이마 뼈를 보았다.






가이는 영국으로 돌아와서 학교를 둘러보면서 토미를 추억하지는 못했을 거고,
또 개스코인 시절이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아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크리켓이 그립다고 말하는 감정, 그리운 얼굴로 천천히 둘러보고 나가는 감정하고 좀 닿아 있는 것 같았어.








70.


어둠 위에 내 아는 그 얼굴을 그리려는데
그 생김새를 똑똑히 볼 수가 없네.
그 안색은 희미하여
공허한 밤의 탈바가지들과 뒤섞이네.


유령 같은 석수들이 다듬은 구름탑들,
항상 닫히거나 열리는 깊이 갈라진 틈,
손가락질하는 손, 그늘진
사색의 가로에 검은 천 두른 형상들


활짝 열려 있는 문으로 흘러나와
일그러진 얼굴을 몰고 가는 무리들
반쯤만 살아서 나뒹구는 검은 덩이들
가없는 물가에 나태하게 길게 누운 형체들.


그러다가 별안간 의지가 못 미치는 데서
마접의 음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영혼의 격자창으로
그대의 밝은 얼굴 비쳐 영혼을 잠잠케 하네.





이건 뭔가 일부는 무의미하고 일부는 불분명한 기억들 속에서 토미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의 감정하고 닿아 있는 것 같고.

인터뷰 중 토미 저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이의 마음이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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