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점부터.
1. 우선 프리티 사용 방식. 거칠게 이야기해서 제이미 각성 용도 말고 좀 더 다양한 층위로 쓰일 수 있는 캐릭터 같은데 그저 제이미에게 현자같은 친구기만 한 거...? 그리고 갑자기 파티장에서 프리티가 욕하는 거 순간 웃기고 객석도 놀라긴 하는데, 뒤이어 생각할 수록 문제를 그냥 저렇게 해결한다고? 싶었음. 사실 프리티가 변하는 방식이, 메이크업인 것도 맘에 안 들고. 내가 느끼기에 프리티는 외양을 꾸미지 않아도 딘에게 일갈할 수 있는 캐릭터거든.
활용할 구석이 참 많은 캐릭터인데 너무 평면적이고 기능적으로 쓰인게 아쉽더라.  

2. 음향 무슨 일이니.
  이건 배우 탓 아니고 음향탓인 거 같은데 오늘 첫곡 진짜 너무 뭉쳐서 소리 나서 뭐라는 지도 모르겠고 헤지쌤랩하는데 또 너무 울려서 뭐라는지 하나도 안 들려.

3. 서사가 안전하긴 한데 깊이가 없어.
  갈등이 이렇게 까지 없을 필요가 있나 싶음. 딘 빼고, 헷지 빼고 모두가 제이미를 응원하고 모두가 제이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런게 따뜻은 하다만 사실 너무 현실이랑 동떨어진 이야기라서. 그냥 이건 뮤지컬이다-하고 쓰루하면서 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온건한(?) 이야기의 연속이다보니 오히려 제이미라는 인물이 겪는 내적 갈등, 벽을 넘고 나를 표현하기 까지의 섬세한 고민같은게 결여되어 있어서 이야기 깊이가 확 떨어짐.

4. 무대 너무 좁게 사용해  엘아센이 사블이 아쉬운 극장이 아닌데 왜 이렇게 시야가 좁아보이지, 무대도 다른 극보다 높게 쓰는데 뭐가 문젤까 싶은데 무대사이드를 아예 안 쓰더라. 왼/오 동선이야 있지만 그것도 중블 시야 내에서 움직이니까 사이드에 앉으면 소외된 느낌 많이 받겠다싶고, 무대 사이드를 거의 안 쓰니까 나는 엘아센 단차며 시야며 과학인 거랑 별개로 무대 세로폭 때문에 가끔은 답답한데 되게 인스타그램 화면비 보는 기분이었어.

극호였던 점은 단연 배우들.

1. 레몬 잘 모르는 배우였는데 잘 하더라! 이건 확실지 않은데 1막 첨부터 2막 끝까지 춤이 느는게 보여(?) 이걸 의도한 건진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 몸 쓰고 표정 쓰고 이런거 되게 열일곱 제이미랑 잘 맞는다 생각했고 대사톤도 일정하게 잘 잡아서 연기해서 좋더라. (사실 몇 넘버는 쓰릴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거슬리진 않았음. )

2. 여왕 마가렛 말해 뭐해  (좀 길다 내가 여왕 애배기도 해서)여왕 후기마다 있는 멘트같은데 여왕은 여왕이야. 내내 찌들어있고 지쳐있는 표정인데 제이미 바라볼 때 , 제이미랑 아이컨택할 땐 바로 따뜻함 장착하더라. 리미티드 에디션 레이랑 제이미랑 양 옆에서 들떠있는 그 넘버에서 그 불안한 표정,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끊임없이 의심하는 표정으로 순간 중심 잡는거 감탄함.   드레스 값이 90파운드면 한화로 13만 6400원인데,  저 돈이면 거의 대극장 빕석 노할인 (오디기준) 평일 가격 웃돌잖아? 정말 빠듯하게 살림하면서 아낄 거 아껴가며 20파운드 넣어가며 그리고 금목걸이까지 팔아가며 아들 자존심 챙겨주고 상처 안 받게  케어하고.  그 과정을 극에서 다 보고 심지어 1막에서마가렛이 과거를 얼마나 후회하는지 아는 이상 2막 he’s my boy 안 울수가 없었어. 제이미저놈새끼 말버릇 보소 소리가 진짜 나오더라고 ㅋㅋㅋㅋㅋㅋ 이건 내가 한국 관객이어서 유교패치가 되어있어 그런건 아닐거라 믿음.
2-1) 아 좀 재밌었던 건 ㅋㅋㅋㅋㅋ 여왕마가렛이 새인생 살아야지 이러는데 내가 대극장 뮤지컬 처음 본게 고딩때 2008년 엘아센에서 했던 지킬이어서 ㅋㅋㅋㅋ  저기 여왕님 십여년 전엔 같은 곳에서 침대프레임 부여잡고 새인생 외치지 않으셨던가요 싶었음.

3. 앙들!!! 엘아센 음향이랑 별개로 너무 잘하고 연습량이 보여서 절로 기립함! 산드라가 제이미 아빠도 겸하는 설정 나는 좋았는데방금 다른 후기에서 산드라 배우 97년생이래서 놀랐고

4. 레이 이모 누구시더라 했는데 왜 이름이 익숙하지하고 걍 넘겼었는데 리미티드 에디션 듣자마자 아니 베어 삼연 수녀님?!?!?했음.

5. 호중르브레 아니지 호중로코샤넬 너무 웃김 ㅋㅋㅋㅋㅋ 진짜 고급 코믹 연기 스킬이더라. 배우는 작정하지 않고 정말 진지하게 연기하는데 관객이 웃게 만드는!



마지막으로 한국정서랑은 안 맞는다고 느낀게
셀털하자면 나도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일을 2년 좀 넘게 했었거든. 담임도 맡아보고 하니까막상 내가 헷지였으면 어떨까 싶었어
물론 한국은 프롬 파티 없고 인종 다양성도 영국보다 없음

그런데 아직도 애들 교복 안 갖춰 입으면 복장 불량을 지적하는 나라니까, 교칙과 선도, 단체 생활이 여전히 중요한 교육문화니까.
아무리 우리 반에 제이미 같은 친구를 내가 마가렛,레이 같은 맘으로 응원하고 네 꿈을 펼쳐라! 지지해주는 상황이라 해도
한국 상황이면 애들이 쌤 제이미는 되고 왜 저는 안돼요 당연히 말 나올거란 말야. 그리고 학부모 민원이 학교와 무관한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실 생각보다더더 학교에서 신경 많이쓰거든. 분명 학교 기강 흔든다, 애들 맘 괜히 들쑤시고 다닌다, 한 명 허락해주면 애들 다 허락해줘야 한다.어떤 별말들이 나올지 너무 훤해서 내가 헷지쌤이라면 참 고민 많이 했겠다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