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통장에 있는 쇠붙이들을 다 끌어가서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ㅈㅅ)

자넷으로 자막하려고 했는데 마지막으로 본 날(16일 규베르)
새롭게 다가온 해석이 있어서 막내리기 전에 쩌리석이라도 한번 더 봐야하나 계속 산책하게 만드네.

아래도 비슷한 글 올라와서 나도 써 보는데
그전엔 카인즈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멘붕된 벨텔이 자신도 모르게 다시 롯데를 찾아갔다가 힘들어하는 롯데의 마음을 알고 죽음을 선택하는 거라 생각했거든.
근데 16일 공연 보는데 쥠알베가 앙들이랑 카인즈 다 퇴장한 뒤에 벨텔이랑 단 둘이 남았을 때 속마음을 일갈하잖아. '넌 본거야 살인자의 모습에서 너 자신을'이라고.
여기가 단 둘이 있는 유일한 장면이고, 다른 장면에서는 젠틀하고 예의를 갖춰서 돌려 말하던 알베가 그동안 벨텔을 보면서 느껴왔던 것들을 막 쏟아붓는데 벨텔이 그동안 자신도 몰랐던 자신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았어. 팩폭을 당했다고 할까. 거기에 반박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랑이 결코 축복받거나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누군가를 불행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된 것 같아.
그래서 죽음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롯데를 보러 갔다고 생각하니까 온실씬의 대사나 감정이 더 와닿더라고.

그리고 롯데와 벨텔이 서로 예전 그대로 돌아와달라고 하는데 그게 왜 그렇게 아이러니하면서 아픈지. 벨텔은 알베를 떠나라는 것도 자신과 도망가자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억지로 밀어내지 말고, 순수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과거처럼 자신의 마음을 받아만 달라고 하는 것 같았어.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롯데의 외로움이나 공허함을  벨텔도 느꼈던 거라고 봐야겠지. 하지만 롯데는 계속 자신을 자랑하지 말라고 하고.. 서로 돌이킬 수 없다고 하고..

베르테르라는 작품 자체가 서사가 한결로 차곡차곡 쌓이기보다는 감정이 비약이 있는데 그게 또 절절하고 뭔가 바로 납득은 안 가도 대사와 넘버를 곱씹가보면 나중에 이게 그래서 그랬나? 싶은게 계속 나와서 뭐지뭐지 하면서 계속 보게 만드는 극인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