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찬지터는 정말... 기가 막혔다. 기깔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니 그 의미도 없는 건 아닌데, 그보다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뇌혈관도 막히는 가증 끝판왕이었음.

그날찾 부를 때만 해도 아~ 재미없다~ 지겹다~ 반쯤 죽어있는 심드렁지터라 내 취향은 아니겠거니 했지만 그래 비지터 쟤도 얼마나 질리겠어. 인간 역사 동안 맨날 그놈이 그놈인 똑같은 놈팽이들 데려가는 게. 나름 리플레쉬를 위해 안 데려가는 척해놓고 데려가는 농락질도 해봤을 것 같고, 죽어라 들들 볶는 인성질도 해봤을 것 같고, 그 뭐냐 그 거꾸로 선 저승사자 괴담처럼 물구나무 선 채로 데려가는 짓도 해봤을 것 같고, 하여간 별별 기상천외한 방법 다 시도해보고도 또 뭐 새로운 거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젠 하다하다 컨셉질에 진심이 된 할아범탱 같았다.

근데 그 컨셉질로 참 X같은 걸 가져왔어. 낯짝이 얼마나 두꺼우면 이제 갓 스무살 된 것 같은 어리버리한 컨셉을 잡냐?? 아이고 할배! 아이고 주책이야!! 심지어 젊은 혈기가 넘치는 열혈 경관도 아니야. 네가 엔카베데라고?? 진짜???부터 튀어나올 어눌하고 찐...따스러운 핏덩이었다. 경관봉이 아니라 모종삽 쥐여줘야 할 것 같았어. 제자리높게뛰기 마지막 숫자 외치지 말라고 했는데 혼자 우렁차게 외쳐서 단체기합 받게 하는 얼타는 타입...

근데 이게 꽃맨하고 케미가 괜찮더라고. 꽃맨은 비지터고 뭐고 다 이겨먹을 것처럼 뻣뻣하고 안하무인인데, 여기다가 맨과 우먼 눈치를 설설 보는 새파랗게 어린 놈을 붙여놨어. 문제는 이 어린 놈이 주눅 들어서 눈치는 무진장 보는데 절망적으로 눈치가 없어서 맨을 멕여. 미안해하면서 할 말 다 하거나, 할 말 다 하고 미안해하거나, 미안해야 하는 줄도 모르거나. 맨이 오늘도 고발 한 건 하고 왔다는 걸 발설해놓고 "역시 혁명 영웅이십니다...!!" 이러고 앉았는데, 반어법으로 비꼬는 것도 아니고 진심이야. 이게 어떤 느낌이었냐면, 뭐든지 척척 해내는 것 같은 사수(한달차)를 향한 존경과 선망이 가슴에 가득 찼는데 아부도 세련되게 못하는 신입(3일차) 느낌? 아니 이걸 뭐 어떻게 해. 죽여 살려. 이런 타입은 강한 직진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라 유연하게 돌아가야 하는데 닥돌하는 꽃맨이 여기에 말려서 말문이 막히고 돌아버리는 게 불쌍하고 재밌었다.

저 얼빠진 놈이 비지터 본모습이었다면 튕겼겠지만 맨과 우먼의 사각에서 배경으로 존재할 때 쎄해지는 건 그대로였고, 맨과 우먼 하는 거 보면서 참지 못하고 빵 터져 낄낄대는 식으로 중간에 계속 암시를 넣어줘서 괜찮았어. 맨이 욱하고 질렀다가 역풍 맞고 깨갱해야 하는 "당신 헛소리 들을 만큼 들었어!"에서는 ".....헛소리?"하고 무섭게 압박해놓고, 직후에 "전 거짓말 안 한다니까요ㅠㅠㅠ"하고 억울한 피해자처럼 울먹거린다든지, 맨이 자기 신념을 고래고래 피력하니까 싸한 표정으로 경멸하거나, 맨과 우먼 사이에 확실하게 균열이 나버리는 순간 옳거니~ 손가락을 튕기며 앗싸리 좋아하고.

그러다 이 컨셉질을 끝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오는데, 이 애송이지터 아무리 높게 쳐주려고 해도 우먼보다 연하였거든. 심지어 그 어린 수연우먼보다도 동생뻘이야. 그런 놈이 대령님과 친구였다니 뭔쌉소리야??? 소리가 절로 나올 판이지. 그 직전에 우먼이 대령님 액자 붙들고 너무 힘들다고 울먹이는 거 보면서 잠깐 원래 연식으로 되돌아와 이 짓도 못해먹겠네 살짝 현타 오기도 했고, 거짓말도 더 안 통할 것 같으니까 대령님부터는 컨셉 훌훌 벗어던지고 본색이 튀어나옴. 대령님에서 대령님에 씌인 것처럼 잠시 다른 인물이 되니까 그걸 변장쇼의 커튼 삼아 바꿔치기 하기에도 타이밍이 괜찮았어. 꿋꿋이 컨셉 밀고나갔다가 죽었다 살아난 뒤 본체 튀어나오는 것도 좋았을 것 같지만.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어제 재밌었고, 어제 페어와의 시너지도 좋았다? 이거 한 번 더 해줬으면 좋겠다? 아니,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