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찍는 감독은 율우빈
찍히는 주체는 배우인 메본

이 날의 율우빈과 메본은 율우빈 시나리오에 맞춰 연기하던 메본으로 보이긴 했지만 영화가 아닐 수도 있고..
뭐 뮤비던 영화던 어쨌든 영상을 연출하고 그걸 찍고 찍히는 둘이었는데,
더 생각해보니 적어도 율우빈은 진술들이 녹화되고 있다던가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걸 알텐데도
이런 놀이 아닌 놀이로 영상감독으로 연출을 하는 노선이었다는게.... 머리가 아프다....

율우빈 등장부터 양 손 엄지와 검지로 가위 모양 만들어서 뷰파인더 마냥 구도 잡듯이 각 재면서 들어왔고,
이거이거 또 오늘 뭐 나오겠다싶은 생각에 설레더라고..

딸깍 하고 불 끄고 나서도 율우빈은 자기 공간에서 계속 카메라 워킹하면서 좋아! 나이스!와 같은 리액션하고
메본은 구본하 살아있다라고 허공에 글씨를 썼는데
나는 이게 율우빈 연출 속 배우인 메본이
말로는 할 수 없고 나 지금 연기하고 있지만 '구본하는 살아있다'고 본인의 존재를 표현한 것 같았어.

아무래도 곳곳에서 '물감?', 'ㅆㅂ', '태양에 눈이 멀어서~' 하고 흠칫해서 입 찰싹 때리거나 가리는거 보면서도
오늘은 의도적으로 제한된 상태에서 해야할 말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낙서에서 둘이 3도 쌓고 나서 뮤비 찍는데
메본이 우체카메라 보면서 하는데 둘의 모습이 진짜 도라이로 보이다가도
카메라 앞에서 반드시 노래로 연기만 해야하는 메본으로 생각하니 죠금 안타깝기도..
그래서 이게 낙서맆하고 '하아.. 살았다. 야... 말하지마..' 라고 육성으로 내뱉는걸 보니, 힘들게 연기 했는데, 잘 끝냈다. 이런 느낌이었거든...

근데 율우빈 이 장면에서 이미 기괴하기 짝이 없는 비주얼을 선사하는 사람인데
그 눈을 하고 우체로 카메라 워킹 이어하고, 계속 좋아! 나이스! 리액션 하면서 약 이름 읊으면서 노래하다가
이어서 컷!! 오케이!!! 가자! 하고 암전되는 순간에 둘 다 끼야햐하하 하며 웃는데
'컷 오케이 가자'에 일단 적어도 내 대가리는 금이 갔어...
속으로 'ㅅㅂ 이율 평생 트유해라..' 이 생각이 절로 들더라..

이 날 불판만 봐도 대가리깬 바발 많아서 안심(?)하면서도 극본 짜놓은 율감독 노선에 놀랐고, 그래서 자꾸 다시 떠올리게 되더라고..

근데 저기서 공연이 끝이 아니었잖아.
암전 후 다시 조명 들어 오고 율우빈이 본하 스탠드 마이크에 서서
"4에 2, 3 액션!(박수 짝) 안녕하세요!!
오늘도 이렇게 홍대 최고의 락 클럽 드바이를 찾아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드바이에 미친 개또라이 보컬을 소개합니다"라며 구본하 소개하는데
일단 메본은 율우빈 뒤에 서서 같이 손가락으로 구본하 자리 가리켰던 걸로 기억하고

내가 말하고 싶었던건, 슬레이트 외치듯이 "4에 2, 3 액션! 짝!"......
도랏다고.. 진짜 이율 평생 트유해...

여기서 부르는 넘버가 미친밤 초연버전이긴 한데
율우빈이 4에 2, 3으로 말했고 내가 숫자가 맞게 들었다면...
#S4의 2번째 컷, 3 테이크 진행한다고 외친걸까...........
미친밤이 4번째 넘버잖아...
또라이 넘버에서 본하 깨워서 본격적으로 부르는게 미친밤이잖아..
근데 이걸 율감독이 액션! 하니까 메본이 다시 우빈마이크 가서 또라이 부르잖아....
그거부터 또 다시 한다는거냐고 뭐냐고.....
이 노래 둘이 자리 바꿔서 2컷으로 3번째 하는거냐고... 뭐냐고....
율감독님 또라이 본공 버전 맘에 안들어서 초연버전으로 영화 또다시 찍는거냐고 뭐냐고.........

이어서 태양 저편 넘버 시작 전에
메본이 율우빈에게 겨우 힘 내는 느낌으로 노래 하자.. 네가 원하는거.. 다 해줄게...라고 했는데
많이 지쳐있지만 네가 하자는거 기꺼이 할 수 밖에 없는 처지 같았던게 생각이 많이 난다고...
근데 율우빈은 마냥 신나서 아핳 좋지!!! 좋아!! 좋아!! 하고 있으니...
이건 뭐 가늠이 안되는 도라이거든요....

그리고 메본 보면 나가고 싶어하는 느낌 자체가 별로 안들고,
율우빈은 나가기 위해 별거 다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둘 다 공간을 나가고 말고는 중요치 않아 보였거든..
뭐 언제는 물리적으로 나가는게 목적인 날도 있겠지만,
이 날은 그냥 본하도 우빈이가 하자는 대로 했을 때 결과값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ㅋㅋㅋㅋㅋ
그래서 계속 쫄래쫄래 따라서 같이 go out 이 아니라 keep going together 할 것 같은 생각이.....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까
작중 율우빈이 앵벌이, 영업했던게 본인이 촬영하는 이 영화를 영업하는거였고 이 영화의 흥행 성적은 태양 저편 넘버로 가닥이 잡힌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ㅋㅋㅋㅋ

그리고 플북에 율우빈이 제일 좋아하는 대사였나? 거기에 '가자!'라고 했는데,
나는 이번시즌 율우빈 자첫한 날부터 율우빈은 이 '가자' 이 한 단어가 율우빈의 전부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자첫 후기 찾아보니 율우빈은 노래하는거 씬나맨, 본하 조아맨, 그래서 결국엔 가자가자가자로 수렴. 이렇게 적어놨더라고..

근데 플북 보고 율우빈이 좋아하는 대사라고 한걸 안 후에 또 공연을 보고 나니까
'가자'를 통해 율우빈 본인 노선을 곧이 곧대로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여러 의미로 보여주고 있어서 이 이상한 맛 페어를 끊을 수가 없거든요......

마무리는 어떻게 하지...
그냥 이게 뭔가 착착 들어맞는 느낌이 들다가도 다시 머리가 아파오는데 너무 재밌는 노선을 본 것 같아서 남겨 놓고 싶었어...

안녕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