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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 저녁공 엄베르-지혜롯데-상현알베르트 후기

..(222.106) 2013.12.08 00:08:31
조회 1170 추천 4 댓글 11



한동안 연뮤를 좀 멀리하고 연뮤갤도 요즘 어그로, 혐짤종자가 날뛰는 판이라 멀리하고 살았는데

본진님 인생캐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다시 돌아옴.



베르테르는 영상으로 핥다시피못해 영상을 파헤치고 다녔었고

오늘이 자체첫공


일단 결론을 말하자면

이 극은 내 취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더 취향이었음ㅋㅋ



고전 클래식한 느낌을 원했는데

정작 공개된 프레스콜, 무대와 의상은 오히려 모던한 느낌이라 당황했었는데



공연을 보고나니

클래식발레 공연을 보고 온 듯한 기분이야.



의상은 노란색, 갈색 따뜻한 색을 사용했는데 무대가 무채색이라 그런지-

가볍기는 커녕 오히려 더 음울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더라.


꽃이 피는 화훼도시 발하임인데 어째서 겨울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그것은 곧 베르테르의 이야기가 품고 있는 슬픔,

사랑이라는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꽃들이 모두 져버린 황폐한 토지,


베르테르를 서정멜로라 하는데

서정멜로는 보통 가을에 어울리잖아, 따스하지만 어딘가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근데 이번 베르테르는 겨울에 걸맞는 서정멜로라는 기분이 들어,

남은 것은 쓸쓸한 잔향.

해바라기와 어울리지 않는 계절이지만 해바라기가 스러지는 것이 화려해보이면서도 정작 허무해.



모던하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을 보는 내내 점점 /고전 비극/같은 느낌이었음.




대사와 가사들도 문학적이지만

조명과 해바라기들과 잔잔한 실내악,


그리고 마지막 그 장면이 지니고 있는 잔향이 너무 강해서

떨쳐낼 수가 없었음




엄베르는 노래얘기가 제일 말이 많았는데

직접 본 감상은 막 좋지만도 않았고, 그렇다고 막 나쁘지만도 않았어


그냥 아,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는 거구나.........라고 느낌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연기로 대부분 극복이 되기도 했고, 엄베르 음색 자체가 베르테르 넘버와 너무 잘 어울려서 현실입갤은 없었음


베르테르자체가 정말 찌질찌질 스토커이지만 감수성이 풍부하야 자신이 스토커인지 위험한 사랑꾼인지 모르는 놈인데

엄베르는 으휴 저 찌질한 놈 쯧쯧이 아니라...

안쓰러움을 동반하게 됨.


보통 첫사랑은 뭣도 모르고 생각없이 막 불태우게 되잖아,

엄베르의 경우도

비록 액면가는 그렇지 않지만 정신상태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휘말린 어린 청소년의 위험한 풋사랑 같았음.

그래서 나는 오르카의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더라, 안쓰럽고 토닥토닥여주고 싶고.



지혜롯데는 참 예쁨

너무 예쁨

많이 예쁨

목소리도 예쁨. 지혜롯데는 2막보다 1막에 한표,

1막은 사랑스러움ㅠㅠㅠ 내가 베르테르라도 반함//

그치만 베르테르와 알베르트 사이에서 흔들리는 롯데는 와닿지 못한 거 같아서 아쉬워.

연기가 나쁜 것도 아니었는데 몰입도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상현알베르트는

나는 좀 개취인게 성악발성때문인지 노래하실 때는 좀 많이 느끼........ㅠㅠ

알베르트가 무섭게 말하는 것도 아닌데 분위기는 너무 무서웠음.


'철저하게 이성적'이다라는 느낌이 무슨 뜻인지 알겠음.

그렇다고 권위적이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100%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었어, 남편으로서 친구로서 재판관(?)으로서

문제는 그게 어찌보면 당연한 건데 무섭게 느껴져.



승재카인즈는 초반에는 아쉬웠는데

마지막 사랑을 전해요 리프라이즈에서 울컥하게 했음ㅠㅠㅠㅠㅠ

참 신기한 게 아무리 연기를 잘하고 노래를 잘 해도 몰입이 안되는 배우가 있는 반면

이 배우는 노래, 연기 좀 아쉬운데 막판에 확 몰입하게 되더라고ㅠㅠㅠ 그래서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



극 중에서 아쉬웠던 점은

음향이 좀 많이 왔다갔다 하는 거 같고 에코가 많이 들어가서

대사 전달력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음. 특히 마지막은 에코 빼면 좋겠음.





그리고 정작 현눈 터진 건

커튼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등 돌리고 앉아있는 베르테르가 너무 쓸쓸하고 아프더라.

다 인사하고 퇴장할 때


베르테르가 롯데와 같이 가려는데 알베르트가 롯데 착 채가면서 행복한 표정으로 가는데

그때 엄베르의 씁쓸한 미소.............



그거 때문에 정작 커튼콜에서 펑펑 움ㅠㅠㅠㅠㅠㅠ

마지막까지 그는 혼자였어.


찬 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휑한 무대에서 베르테르 혼자 남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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