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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ㅁㄱ에 ㅇㅁㄱㅁㅇ) 작년 자석 스터디하면서 씀- 2.실비아 플라스

dd(112.169) 2013.12.09 22:12:51
조회 1526 추천 16 댓글 5

 실비아 플라스( Sylvia Plath, 1931-1963), ‘죽는다는 것은 예술, 다른 매사에 있어서처럼 난 그것을 예외적으로 잘 한다’는 말로 대표되는 여류시인이다.

 8세 때 보스턴 대학의 생물학교수이자 땅벌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아버지의 자살로 심적 외상을 가진 채 스무살, 잠시 아버지의 묘소에 들린 후 "아주 오랫동안 산보하러 나갑니다."는 메모를 남긴 채 지하실로 내려가 다량의 수면제를 털어넣고 자살을 기도한 시인.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후에도 하버드대에서 문학을 공부, 스미스 대학 수석 졸업이라는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그리고 유명한 테드휴즈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딸을 출생한후 폭발적으로 시 창작을 하던 어느날 31세에 그녀는 다시 한번 자살을 기도한다. 1963년 2월 11일, 옆방에 아이들이 자고 있는데 먹을 것을 마련해 놓고 부엌으로 들어 가 오븐에 머리를 넣고 가스밸브를 열었다. 손에는 "제발 의사를 불러주..."라는 글을 쥐고서 말이다.

 

튤립은 너무 쉽게 흥분합니다. 여기는 겨울입니다. 보세요, 모든 것이 얼마나 하얀지, 얼마나 조용하고, 얼마나 눈이 쌓여 있는지.

햇빛이 이 하얀 벽과 이 침대와 이 손 위에 머물러 있을 때

나는 혼자 조용히 누워 평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나는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폭발과는 관계가 전혀 없습니다.

- [튤립] 일부, 실비아 플라스

 

+ 세상은 너무 쉽게 찌들어가

여기는 여름

모든 것이 얼마나 초록인지 얼마나 시끄럽고

얼마나 많은 사건이 쏟아지는지

먼지가 새까만 벽과 이 바닥과 이 발끝에 머물 때

나는 담밸물고 미친듯이 소리쳐

너희들은 쓰레기

폭발! 개나 줘버려

실비아 플러스

누나 널 따라가고 말거야

너의 지독한 외로움

내 머리도 오븐에 쳐박고 날려줘

폭발! 개나 줘버려 개나 줘버려 개나 개나소나 개나 소나개나 소나개나

(내 머릴 구워 너의 접시 위에

올려줄게 꼭꼭 씹어먹어줘

그래 오직 난 너의 사랑이니까)

- [튤립], 나쁜자석

 

튤립은 여기가 끝은 아니다. 총 7행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내 이름과 내 세탁물을 간호사들에게,

또 내 병력을 마취사에게, 내 몸은 외과 의사들에게 내주어 버렸답니다.

 

그들은 내 머리를 베개와 시트 끝 사이에 받쳐놓았어요

마치 닫히지 않는 두 개의 흰 눈꺼풀 사이의 눈처럼.

멍청한 눈동자, 모든 걸 놓치지 않고 봐야만 된다니.

간호사들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요, 그들이 성가시진 않아요.

그들은 흰 캡을 쓰고 갈매기가 내륙을 지나가듯 지나가죠.

저마다 손으로 일을 하면서, 이 간호사나 저 간호사나 똑같이,

그래서 얼마나 많은 간호사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내 몸은 그들에겐 조약돌이죠, 그들은 마치 물이 흘러 넘어가야만 하는

조약돌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돌보듯 그것을 보살펴 주지요.

그들은 빛나는 주사 바늘로 나를 마비시키고, 나를 잠재우지요.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여행가방에는 신물이 났고-

까만 알약 상자 같은, 검은 에나멜 가죽으로 된 간단한 여행가방.

가족사진 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내 남편과 아이.

그들의 미소가 내 살에 와서 박힙니다, 미소 짓는 작은 갈고리들.

 

나는 모든 것을 풀어 놓아 버렸어요,

고집스럽게 내 이름과 주소에 매달린 서른 살의 화물선

그들은 내 사랑스러운 기억들을 깨끗이 닦아버렸어요

초록빛 플라스틱 베개가 달린 운반 침대 위에서 알몸으로 겁에 질린 채

나는 내 찻잔 세트, 내 속옷장, 내 책들이 시야에서 침몰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물이 내 머리를 뒤덮었지요.

나는 이제 수녀입니다. 이렇게 순결했던 적은 없었어요.

 

꽃은 필요 없어요, 그저

양손을 위로 향하게 하고 누워서 나를 완전히 비워두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얼마나 자유로운지, 당신은 모르실 걸요. 얼마나 자유로운지-

그 평화스러움이 너무 커서 멍해질 정도니까요,

그리고 그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아요. 명찰 하나와 자질구레한 장신구 정도면 족해요.

평화란, 결국은, 죽은 자들이 다가와 에워싸는 것이죠.

난 그들이 성찬식 밀떡처럼 평화를 입에 넣고 다무는 것을 상상합니다.

 

튤립은 우선 너무 빨갛죠, 그 꽃들이 나를 아프게 합니다.

포장지를 통해서도 난 그들이 가볍게 숨쉬는걸 들을 수 있답니다.

지독한 아기처럼, 그들의 하얀 기저귀를 통해서 튤립의 빨간색이 내 상처에 말을 겁니다.

그것은 잘 어울려요.

그들은 교활하죠. 둥둥 떠 있는 듯하지만 나를 내리누르며

그들의 느닷없는 혀와 색깔로 내 속을 뒤집어 놓아요.

내 목둘레엔 십여 개의 빨간 납 봉돌.

 

전엔 아무도 날 쳐다보지 않았지만, 지금은 주시 당하고 있죠.

튤립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군요, 내 등 뒤의 창문도요.

하루에 한 번 햇빛이 천천히 넓어졌다 천천히 가늘어지는 곳에서요.

그리고 나는 태양의 눈과 튤립의 눈 사이에 있는

오려낸 종이 그림자 같은, 밋밋하고 우스꽝스러운 나 자신을 봅니다.

그리고 내 얼굴이 없군요. 난 스스로를 지워 없애고 싶었답니다.

활기찬 튤립이 내 산소를 먹어 치우는군요.

 

그들이 들어오기 전엔 공기가 무척 고요했지요.

법석 떨지 않고 부드럽게 다가왔어요.

그런데 튤립이 떠들썩한 소음처럼 공기를 꽉 채워버렸어요.

가라앉아 뻘겋게 녹슨 엔진 주위에 강이 부딪혀 소용돌이치듯

이젠 공기가 튤립 주위에 부딪쳐 소용돌이치는군요.

그들은 얽매이지 않은 채 행복하게 놀고 쉬던 내 주의를 집중시킵니다.

 

벽돌 또한 따뜻해지는 것 같군요.

튤립은 위험한 동물처럼 철책 안에 갇혀 있어야만 해요.

그들은 거대한 아프리카 고양이처럼 입을 벌리고 있어요.

그리고 난 내 심장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것은 나에 대한 순순한 사랑에서

그 접시 같은 빨간 봉오리를 열었다 닫았다 합니다.

내가 맛보는 물은 바닷물처럼 따스하고 짜며,

건강만큼이나 머나먼 나라에서 오는군요.

 

 도어즈(Doors)가 월리엄 블레이크의 시에 나오는 구절에서 그들의 밴드명을 착안했다는 말이 있다. ‘알려진 것과 모르는 것 그 사이에 의식의 문이 있다’ 라는 구절이라고 한다. 그들은 그들의 음악이 마치 마약과 같이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이 시 ‘튤립’도 그런 맥락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다. 병실 한 귀퉁이에 놓여진 튤립이 삶과 죽음 사이의 ‘문’ 역할을 하는 듯한.. 튤립은 이중의 의미로 보여진다. 그녀를 매료시키는 강렬한 죽음의 유혹, 그리고 붉은 폭력처럼 다가오는 현실의 삶. 극의 시작에 이 노래를 배치했던 것은 빨간 튤립과 병실의 하얀색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듯 19살 고든의 상황과 감정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그에 대조적으로 프레이저의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니었을까 한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실비아 플라스 누나’. 누나보다 ‘내가’ 로 바꾸었으면 조금 더 고든의 입장을 대변하는, 19살 폐교씬을 위한 복선이 되기도 하였을 것 같다는 생각도 덧붙여본다. 혹은 노래 발성상 ‘누’ 발음이 필요했다면 ‘누군가’도 좋지 않았을까? 누군가, 라고 하면 고든이 쓴 가사이니 본인이 될 수도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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