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코쌤한테 혼나겠지만. 좋다.

머릿속에 산발적으로 단어들이 둥둥 떠다니는 상태야.
레드. 블랙. 공간. 비극. 존재. 마티스 등등.

빈 캔버스 가득 레드를 칠할 때의 숨막힘.
흰 형광등으로 바뀌는 순간
작품이 전혀 다른 색으로 보이는거 참 인상적이였어.
그리고 극에서 그런 조명은 전혀 쓰지 않으니까. 굉장히 낯설면서 신선하고. 공간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졌어.
켄이 부모님의 죽음을 회상할 때 내 눈앞에 소복히 쌓인 눈, 방 문고리에 말라붙은 피가 보이는거 같고.
숨쉴틈 없는 논쟁도 좋고.
콜렉터들 흉내내는 로스코에 빵 터지고.
켄이 떠날 때 로스코 표정이 가장 인상깊었어. 울컥.

초반엔 나도 켄의 입장에 가까웠는지
앤디워홀 등 현재만 본다는거에 막 욱했어.
그게 뭐가 나빠? 이러면서ㅋㅋ
정말 꼬장꼬장한 로스코를 제대로 느낀듯.
시간이 지날수록 로스코의 마음이 더 가까워졌어.
내 아버지의 작아진 뒷모습을 보는것같달까. 슬펐어.

신일쌤 존재감은 정말 말로 다할수가 없다.
막공 꼭 가서 미친듯이 박수쳐야지!
지상켄은 발성은 아쉬웠지만 연기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
작품 선택 잘한듯.
다음은 요정켄이다!

교체되는 세대에 대한 생각도 들고.
작품의 공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
정말 작품은 공간, 조명에 따라 전혀 다르니까.

로스코 자살한거 원래 알고있었던지라
물감씬에서 진짜 자살한건줄 알고 이제 끝났구나 싶었는데ㅋㅋㅋㅋ

오랜만에 연극이라
음악없이 함성소리없이 박수소리만 가득한 커튼콜이
낯설면서 좋더라.

여기서 질문.
마지막씬의 작품. 원래 블랙 사각이였던걸 레드로 덧칠한거지?
실제로도 로스코가 그렇게 그렸어?
어떤 의미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