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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유쾌한 하녀 마리사' 후기모바일에서 작성

구노(39.7) 2014.03.08 09:34:02
조회 790 추천 11 댓글 8

부부의 다툼으로 시작하는 도입. 21세기 지식인이라 자처하는 작가 토마스는 점성술과 전생에 사로잡힌 아내 요한나가 못마땅하다.
다음 날 작품의 취재 차 프랑스의 생트로페로 떠나는 토마스, 때마침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요한나의 동생 나디아.
요한나는 남편이 떠난 후 우연찮게 전시회 티켓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말도 없이 전시회를 다녀온 남편을 의심하다 외도를 확신하게 된다.
하녀 마리사와 함께 외도의 대상이 누구인지 추리한 끝에 동생 나디아와 남편이 바람났음을 알게 되는 요한나. 그녀는 오히려 전생의 업보라 자책하며 독이 든 술로 자살을 계획한다.
하지만 하녀 마리사의 실수로 멀쩡한 술과 바꿔치기 되고 독주는 귀가한 토마스가 마시게 되는데...

국내 창작 희곡이지만 번역극을 연상시키듯 배역은 외국 성명, 장소는 유럽 어느 중산층 부부의 응접실로 설정했다.
일반적으로 응접실 연극은 고전적인 리얼리즘 양식으로 이 작품의 무대 역시 얼핏 보면 중산층 가정의 응접실을 재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원색으로 채색된 무대의 컬러, 상하수 양쪽의 세트 모서리선과 현관으로 통하는 사각의 뚫린 벽면, 각 문들은 천정에 소실점을 두고 서로 포개질 것처럼 기울어져있어 어딘지 모르게 뒤틀린, 일상성이 제거된 비현실적인 공간의 인상을 준다.

등장 인물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 액세서리는 동화 속 인물들처럼 과장됐는데 시체를 둘러싸고 벌이는 작품의 이야기와 맞물려 그로테스크하다.

이런 외국의 지명과 인명 설정, 무대 양식, 등장인물의 외형은 상식에서 벗어난 등장인물들의 태도와 행동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고 응접실 연극의 형태는 이 비일상을 일상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그릇이 된다.

작품에서 죽음은 사소한 것으로 여겨진다. 슬픔을 느낄 틈도 없이 시체 처리에 공을 들이고 그 어려움과 해결에 일희일비한다.  또 토마스를 죽음으로 이끈 친인척간의 외도는 극 후반 마리사 언니의 동일 사례를 해프닝처럼 넘기는 인물들의 태도로 희석되며 사람들의 이중성을 드러내고 토마스의 죽음을 더욱 가볍게 만든다.

작가와 연출은 죽음에 대한 태도를 의식적으로 강조하며 거리두기를 한다. 그래서 해피엔딩의 결말은 즐거움을 주지만 공연이 끝나면 금방 낯설어진다.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 여행 후 귀가한 토마스가 요한나의 유서를 읽는 장면에서 한 공간에 세겹의 시간이 흐른다 . 토마스의 현재, 유서를 쓰는 요한나의 과거, 요한나의 전생.
연출은 이런 씬의 처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별다른 효과 없이 요한나 전생의 사진을 무뜬금으로 보여주고, 배우들을 동시에 등장시켜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연기를 주문한다.
배우들은 시치미 떼며 연기하는데 고난도의 연출력을 요구할 것 같은 장면을 단순하면서 키치적인 발상으로 넘기는 것이 상당히 재기발랄하며 유희적인 인상을 줬다.
슬로 모션으로 처리된 요한나, 마리사, 수잔느의 싸움도 새롭지는 않지만 기억에 남는다.

제목의 표현처럼 유쾌한 작품이다. 특히 남자 배우들의 코미디는 단타성이지만 상당히 타율이 좋다. 다만 현실을 환기 시킬 수 있는 지점을 조금 더 고민하였다면 어땠을까?

무대 왼 편에 위치한 파라다이스를 연상시키는 아늑한 항구의 그림,  오른 편 무대 위 인물들을 끊임없이 비추는 거울.  서로 포개질 듯 사선으로 마주하는 무대처럼 이상향을 향한 뒤틀린 인물들의 욕망이 쓰러질듯 위태롭게 마주하며 포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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