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지낸진 7년쯤 됐고 친해진건 3년 내외.

걔는 돈 잘 버는 대기업 다니고

나는 일이 잘 안되고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자존감 급 바닥칠 때

같이 술도 먹고 여행도 다니고 하면서 엄청 친해졌어

정말 어려웠을 때 생활비 아끼고 아껴서 관극다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이랑 만나는 건 멀어지고 했는데

얘가 집 근처까지 와서 (지하철 40분거리)

그냥 보고 싶어서 왔다고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택시비까지 줬어

걸어가도 15분도 안되는데 택시비3만원...

그 땐 그 배려가 정말 고맙더라.

그 이후에도 종종 만났는데 내가 너무 미안해서 먼저 계산하면

지금 나한테 쏘지 말고 나중에 성공해서 쏘라고 뒤로 돈 찔러주고 그랬어

자기는 술 취해서 정신 나간짓 한거라고 하는데

사실 한두번도 아니고 뻔히 문자로 카드사용내역 나오는데 그냥 나 무안할까봐 그런거지...

그렇게 몇년 지났고 다시 내 일도 잘 풀려서

생활비 안아껴도 관극 할 수 있고 친구들 만나도 내가 다 쏠 만큼 여유 생겼을 때

갑자기 그 친구 얘기 떠오르더라.

2년 전에 거리에서 모 공연 포스터 보고

'야 이거 재밌다매. 재밌냐?' 했을 때 내가 관극전이라 '안봐서 모름' 했었거든.

그러다 지난 달에 얘랑 술마시러 갔는데

그 집에 그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는거야.

그 친구는 지나가는 얘기로 '아 이거.' 하고 넘어가고

난 그 날로 집에 와서 바로 1열 예대 걸었지.

극싸는 자리 있는데 기왕이면 1열 정중앙앉히고 싶었고

이 친구가 궁금해하던 페어가 제일 잘 나가는 자리기도 해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오늘 예대 터지고 결제하고 얘한테 시간 비워놓으라고 했다.

뭔가 사소하고 별거 아닌데 난 하루종일 기분 좋았어ㅋㅋ

내 돈으로 같이 관극하고 싶은 사람 손에 꼽히는데 그 중 한 명이 얘라서 참 좋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