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거나 좋은 조건으로 투자받는 회사에게는 그까짓 리플렛 몇 장 아무렇지 않을지 모르나 ㅡ 그쪽도 마찬가지로 열악할테니까 꼭 그렇지는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ㅡ 매 작품 사활을 걸어야하는 회사에게 리플렛과 포스터는 오프라인에서 공연을 알리기 위한 얼마 안되는 희망 중 하나다.

그런 리플렛이 갖다놓고 돌아보면 곧 자취를 감춘다. 처음엔 의심했다. 벼룩시장 가져가지 말라는 공고문을 전에 본 적이 있는데... 설마 폐지줍는 노인들께서? 그럴리 없는데. 극장에 들어오신 적이 없어. 그분들 가게에 물건 들어오고 남는 상자들 가져갈 때도 얼마나 조심스럽게 부탁하는데. 지난번 ㅇㅇ네 가게에서도 그랬잖아.

고민 끝에 새 것을 갖다놓던 날 다른 일 하는 척을 하며 힐끔힐끔... 비치해놓은 곳을 자꾸만 살폈다. 와서 두세 장만 가져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으나 ㅡ 사실 두 장 이상 가져가는 것도 이해가 잘 안되기는 해도 ㅡ 2시간쯤 지났을까, 뜻밖의 광경을 보게 된다. 한 뭉텅이를 다 챙겨가는 사람이 있다.

놀라서 달려갔다. 저기요. 그거 왜 가져가시는건가요? 상대방은 머쓱해하더니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정답은 의외로 이곳에 있었다. 못구한 사람들이 많아서 나누어 주려고요ㅡ라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물으니 무척 언짢아하며 일명 리플렛 투어라는게 있다고 한다. 자신은 그걸 하는 중이고 부탁받은 것까지 챙기는게 전부라고. 나는 다른 관객도 보라고 둔거니 다 가져가시면 안된다고 말했다. 상대방은 기분나쁘다는듯 5장을 제외한 나머지를 내려놓고 떠났다.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들으니 여러 장을 수거해가 교환에 쓰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고 그런단다. 연뮤갤에 가끔 들어오면서도 몰랐던 용어, 몰랐던 쓰임새. 순간 허탈했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지만, 많은 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유료관객의 유입을 기대하며 만드는 리플렛인데 사실은 일부가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었다니.

그때 날 마주했던 그분은 이 글을 읽고 내가 누군지 기억할지 모른다. 그래서 글을 쓰기에 앞서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고 며칠간 끙끙 앓았다. 그렇지만 대학로와 그 주변에는 분명히 리플렛 만드는 것조차도 부담되는 회사들이 있다. 이 공연이 잘 안되면 스탭배우 돈주기도 힘들어지는 아니 이미 힘든 그런 회사들. 정말 사정이 힘든 회사의 조악하기 짝이 없는 리플렛이 홍보하는 공연은 연뮤갤에서는 크게 인기있을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여러분 모두가 친구 주고 교환하고 나눌 리플렛까지 챙겨가기 전 한번쯤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가볍게 가지고 가는 그 리플렛이 어떤 회사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