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의 의형제를 마지막으로 본 게 12년 전인 2002년으로(하;; 연식), 
그만큼 엄청난 추억버프가 끼어들었다는 점 감안>
 
쇼노트의 블러드브라더스와 학전의 의형제는 
기본적으로 같지만 다른 작품.

프로덕션에 따라 작품의 성격이 달라지는 건 일상적 현상이고, 학전 자체가 라이센스를 들여와 100% 한국화 하는 재능이 있는 극단이기에 확연히 다른 분위기 일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인데, 인물에 대한 해석 자체가 완전 딴판이라 조금 끄적거려봄.
 
미키와 에디 vs 무남이와 현민이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의형제로 자라야 했던 두 아이. 태어날 땐 똑같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의형제로 운명이 갈라진 이후에는 확연히 다른 삶의 기회를 갖게 된 두 아이.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잘 통하는 친구가 된 쌍둥이. 하지만 그 사회는 형은 사탕봉지를 달라고 구걸하면 동생은 사탕봉지를 건네주고, 형은 담배를 꾸면 동생은 담배를 피진 않지만 사 줄 수 있는, 관계의 틈을 만든다.

그래도 이 정도의 틈은, 그 둘의 우정(?)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집과 일자리, 실직한 노동자와 대학생, 전과자와 정치가라고 하는 이 격차는 우정이라는 완충판만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 끝내 비극의 도화선이 된다.


쇼노트의 블러드 블라더스와 학전의 의형제 모두 이 스토리 레일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하지만 이 같은 운명 혹은 사회적 위치가 변해가는 과정에서 대응하는 쌍둥이 형제의 태도는 극과 극이다.


쇼노트 버전에선 에디가 능동적 인간형으로, 미키는 수동적 인간형으로 그려졌다면 학전 버전에선 무남이(미키)는 철저히 능동적 인간, 현민이(에디)는 수동적 인간이다.


즉, 에디는 자기에게 주어진 풍성한 기회 때문에 삶을 더 능동적으로 자신감있게 살아가는 인물이라면 현민이는 오히려 그 풍성한 기회 때문에 풍성한 기회가 주어진 사회에 기대어 사는 인물이다.


한편, 미키는 애초에 자신에겐 기회 자체를 주지 않았던 사회를 원망하지만 그 사회 속에서 상자 접는 일이라도 다시 해보길 꿈꿀 정도로 불합리한 사회에 물들어가는 인물이 된다. (미키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쌔미를 자신의 자화상으로 여겼기에 더욱 그러한 듯) 결국 미키가 원망을 토해 낼 유일한 대상은 자신이 가졌던 유일한 삶의 기회였던 린다를 빼앗아간 에디로 점철된다. 즉, 미키를 분노케 한 건, 자신의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은 에디가 된다.


그러나 무남이(미키)는 자신에겐 기회 자체를 주지 않았던 사회를 원망하면서도 이 상황을 자신이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미키가 쌔미를 자신의 자화상으로 생각했다면 무남이는 타락하는 꼴통(쌔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반면교사로 생각한다) 무남이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서울대 법대를 꿈꾸며 야간 고등학교를 다닌다. 그 꿈이 무산되고 공장에 취직한 후에도 친구들과 노동조합을 꾸려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행동한다. 하지만 결과는 미키와 마찬가지로 해고. 살려고 노력할수록 바닥으로 치닫는 자신과 다르게 세상에 어느 하나 치열할 것 없는 주어진 기회를 이용해 국회의원으로 승승장구하는 현민이는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자 분노의 대상이 된다. 즉, 무남이를 분노케 한 건 현민이가 가진 사회적 배경이다.

그만큼 마지막 미키(무남이)의 외침이 닿는 곳도 확연히 달라진다. 

그래서 난 미키를 생각하면 안쓰럽고, 무남이를 떠올리면 안타깝다. 

미키에 대한 감정이 갈라진 운명에 대한 인간적 안쓰러움이라면 무남이에 대한 감정은 개인의 힘으로 깰 수 없는 구조의 벽을 온 몸으로 부딪치다 절망한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