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님은 소같이 우직한 사내였나보다. (발성과 마임에서도 소가 느껴져)

얼굴이 긴 아고리-발가락이 예쁜 남덕, 어찌할 수 없는 로맨티스트.

소품이 모두 드로잉이었고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배우들.

무대를 깊게 사용해서 뒤에서 등장하는 동선의 활용이 좋았어.

지현준님이 극 중에서 직접 소를 그리는데-와우!! *.*

음악과 무용에 가까운 움직임과 그림이 우아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채워.

"내 그림은 가짜야"

화가의 끝없는 고민과 절망과 고독이 느껴졌어.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난 자유로워.누구도 내 그림을 간섭할 수 없어"

부농의 막내아들이라 어머니 치마자락 붙잡고 어리광이나 부리던 순수한 환쟁이.

그러니, 생활력 없는 사내라...

부인도 꽤나 안되었지 뭐야.

일생을 건 운명의 남자라 해도 행복은 짧고 인생은 길고 힘들지.

웬지 부인한테 막 감정이입이 되네;;;;

내용이 진지하고 무거워서 마음이 힘들 때 보면 우울했겠는데 싶기도 하고.

아니, 오히려 힘들 때 보면 카타르시스 때문에 위안이 되었으려나.

좌절과 절망과 가난에 시달렸지만 평생 사랑하던 소와 그림, 아이들을

따라 가던 마지막 장면에서는 꽤나 먹먹했어.

'길 떠나는 가족'

가족을 소달구지에 태워 따뜻한 남쪽 나라로 함께 가고 싶었던 꿈을 그린 그림.

커튼콜에서 감정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지현준님의 벅찬 표정.

어머니, 남덕, 모든 배우를 위해 기립박수.

돌아나오는데 어떤 젊은 남자관객이 객석에서 울고 있더라고.  (꽤 많은 관객이 울더라)

난 먹먹하긴 했는데.. 그런 감수성이 부럽긴 하다.

어르신, 남자, 떼거리, 커플... 꽤 다양한 관객층이었는데 관크가 없었네. 완전 시체관극. ㅎㅎ

시작 전에 옆자리 아저씨가 일행인 아주머니에게 "혼자 보러온 사람도 있네" 속닥속닥. 

그려요. 그게 바로 나요. -ㅍ-ㅋㅋ;;

이제 일욜이면 막공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