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뭔데 이런글을 쓰냐 라고 묻는다면 그냥 덕후일 뿐이고 가끔 후기 올리면 이렇게 긴 건 어떻게 쓰냐고 묻는 횽들 있더라구. 그리고 후기 쓰고 싶어도 다 휘발된다는 횽들도 있고 해서. 뭐 꼭 후기를 쓸 필요는 없지만 쓰고 싶은데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막막한 횽들에게 나는 이렇게 쓴다고 약간의 팁을 주는거니, 참고만 하길. 일단 이렇게 쓰다가 자기 스타일이 생길거야. 각자 보는 방법, 쓰는 방법은 다 다르니까. 깔고 들어가면 ‘후기를 잘 쓰는 방법’이 아니라 ‘나는 후기를 이렇게 기록합니다.’에 관한 글이니까 너무 따지면서 읽지는 말아줘.....

1. 자 우선 극을 봅니다. 일단 나는 자첫하는 공연은 되도록 많은 정보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스포를 피하기 위해) 관극을 해. 그리고 공연의 기본은 분석이 아닌 감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봐. 공연이 끝나고 나서 생각을 하는데, 여기서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거나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재관람을 할거고 그럼 그때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내가 놓친 것을 쫓아가며 관극을 하겠지. 그런데 횽은 꼭 시놉을 읽고 가고 싶다고? 그럼 읽고 가야지.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 말을 다 들을 필요는 없어. 이건 그냥 나는 이렇게 한다는 글일 뿐.

2. 어쨌든 처음에 관극을 하고 나오면 바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핸드폰 메모장을 켜. 그리고나서 생각이 나는 것들을 막 입력해. 그러니까 브레인스토밍 하는 건데, 순서 상관없이 그게 단어든, 문장이든 대사, 조명 등 그게 뭐든지 떠오르는 것들은 다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입력 하는 거야. 재관람 이상이나 회전문러들의 경우는 평소랑 달랐던 디테일이나 실수, 이런 것들을 입력할 수 있겠지. 정성스럽게 쓸 필요 없어 “얀코가 침 튀김” 이 정도로 대충 막 갈겨. 그리고 순서대로 입력한다면 좋겠지만, 그거 순서 떠올리다가 뒷부분의 다른 걸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생각나는대로 빨리빨리. 바로 하는 이유는 몇 시간 지나고 나면 분명히 흐려지는 부분들이 있거든. 뭐 나는 머리가 좋다, 뛰어난 인간이다, 슈페리어 그 자체다! 라고 생각하는 리차드들이 있다면 그냥 잠을 자면서 와도 좋아. 그런데 보통은 저렇게 입력하는데 20분도 채 안 걸리기 때문에 나는 그냥 빠르게 저장해놓고나서 음악 들으면서 머리 식힘. 만약 인터미션이 있는 극이라면 인터미션 시간에 1막을 이런식으로 저장해놔도 좋고.

3. 이제 집에 도착했으니까 좀 씻고, 화장은 지우자. 나는 이상하게 화장 안 지우면 머리가 안 돌아가더라. 뭐? 별걸 다 고나리한다고? 미안. 그럼 그냥 손이라도 씻고 와. 핸드폰에 저장해놓은 메모들을 열어놓고 플북이든, 리플렛이든 그런 게 없다면 예매페이지에 있는 정보에서 오늘 보고 온 극에 관한 설명들을 찾아봐. 거기에 스토리라인이 나와있지? 그러면 아까 보고 온 극이 주마등처럼 지나갈거야. 그럼 이제 한 번 써볼까?

4. 가장 쉽게 쓰는 방법은 이거야. 뮤지컬의 경우, 넘버를 가이드라인 삼아서 쓴다. 연극의 경우, 막을 가이드라인 삼아서 쓴다. 그런데 연극은 솔직히 어디가 1막이고 2막인지 잘 모를 때도 있잖아. 그럼 이야기의 기본인 기승전결을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쓰면 되는 거지. 내가 가장 처음으로 쓰는 건 극에 관한 이야기 (스토리나 넘버), 그리고나서 추가적으로 쓸 미쟝센이 있다면 거기에 대한 언급을 하고 배우의 연기에 대한 얘기는 적절히 혼합시켜서 쓰거나 마지막에 기록해. 일단은 이렇게 순서에 맞춰서 쓰는 것들은 내가 보고 들은 것, 그리고 순간적으로 느꼈던 것을 써. 나는 그렇게 함. 그리고나서 집에 돌아오면서 그 극을 곱씹으며 느꼈던 점이나 후기를 쓰면서 추가적으로 해석하고 생각한것들은 마무리단계에 쓰는 편이야. 이 방법에 대해선 각자 쓰는 방법이 다르니까 편하게 쓰면 될 것 같아. 난 이렇게 써야 정리가 잘 되더라고. 꼭 이 모든 걸 다 언급할 필요도 없어. 솔직하게 쓰고 싶은 것만 써도 충분함. 그냥 아는 걸 써, 횽. (핏. 톰)

5. 그리고나서 한번 쭉 읽어봐. 솔직히 그냥 덮어도 상관없긴 한데 난 나중에 다시 읽을 때 문장이 안 맞거나 뭔가 말이 꼬인걸 보면 좀 싫길래... 고칠 수 있을 때 바로 고쳐놓는 편. 물론 이것도 고나리는 아닙니다.

6. 가장 중요한 건 많이 써보는거야. 후기를 남기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면 굳이 쓸 필요 없어. 근데 나는 나중에 후기 없으니까 내가 당시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질 않아서 그게 좀 슬프더라. 나는 꼭 후기를 쓰고 싶다, 그런데 너무 막막하다 하는 횽들은 이렇게 하는 덕후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고 횽들 나름대로 쓰는 방법을 찾아서 잘 정리했으면 좋겠어. 많은 횽들의 좋은 후기가 보고 시포요. 쓰고 나니까 너무 별 것 없네. 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질문은 받지 않아. 횽이 쓴 후기 보자고 해도 안알랴줌. 부끄러우니까. 그럼 다들 굿밤!!

+)이렇게 썼지만 나도 이글검토하고 올리는거아니라 다시읽으면 꽤부끄러울지도.안읽어야지.이거 보고 비웃는  후기전문가횽들 엄청 많을테지만 그냥 모른척해줘...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