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태생의 가객꾼 해두익이 "성난 살덩이"라 명한 도움고수들과 각지를 돌며 순회 경연을 하는데 필시 근방에는 옛 애인 돔히가 떡허니 버티고 있으니 성난 해두익의 고성이 하늘을 찌른다더라
 
경연이 시작되자 오늘의 대장 고수인 준씨를 필두로 성난 살덩이의 고수들이 무작위 가곡을 연주하는데 탁 형씨의 울림통이 장대하여 귀가 맑아짐을 느꼈다
 
주연인 다두익은 여흥이 가득하여 경연 초장부터 한시도 몸짓을 고정하지 못하고 경연장 곳곳을 누벼, 도성 밖까지 소문이 자자한 그년의 얼골을 깊이 감상할 수 없을 만큼 혼을 쏙 빼더라
 
물건너 온 양인들의 기색이 숭하다는 것은 들었으나 속곳만을 입고 가무를 추는 처자는 본 적이 흔치 않아 절로 눈이 돌아가고 흥이 돋지 않을 수 없다
 
맴맴 울다 웃다 하는 산만한 낯짝이 흡사 동리의 백치 아다다를 떠올리게 하였으나 미인도의 정석과 같은 얼골 속에 깊은 한이 있어 정신을 놓은 듯 하니...
 
역시 어엿쁜 년들은 오뉴월에 서리가 내릴 짓거리를 하여도 동정심을 사는 듯 하다
 
경연의 분위기는 고조되고 다두익은 햇볕 마름을 즐겨하던 한설로 분하여 첫 지아비인 룯허와 만남하는데, 이때에 구전으로만 전해 듣던 "달달 가무"를 선보이더라
 
경연장에 가득한 형씨들과 합을 맞추니 과연 가무로 다진 일심동체의 현장이 아닐 수 없었으나 한편으로는 말복 더위에 모인 형씨들의 정신이 과연 오롯한 지 걱정이 되었다
 
달달 양반인 룯허를 위하여 양인 의학도에게 남근을 내어주고 고자되길 감행한 한설은 신세가 처량하지 않을 수 없더라
 
용을 써서 차림한 당콩마저 팽당하니 이쯤하여 룯허는 버티고개에 나앉을 육시럴 자식으로, 어엿쁜 얼굴이 재차 그늘을 드리우고 한을 품으니 보는 소인또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돌봄이로 붙어살이하던 집의 자식인 돔히와 맺어져, 사랑 가곡인 <어둡고 찬 도성>을 부를 때 고운 가채와 흰 짐승의 털을 두르고 있는 다두익은 과연 놀라운 미모를 뽐내어 구비 전설로 기록하고 싶더라
 
모질었던 청년 돔히가 지혜를 대물림 받고 해두익과 설왕설래 할 때에 이제야 반 덩이를 찾은 듯 하여 마음을 놓을 뻔 했으나 재차 버림을 받고 흙바닥을 구르니 참으로 박복한 년이다
 
분노에 못 이긴 다두익이 가채를 집어 던지고 도마도 찜질을 할 때에는 소름이 돋았으나 마침내 절정과 화합에 이르러, 헐벗고 거수한 채로 <한밤의 전축>을 합창하니 온 몸에 진이 빠졌으나 진한 감동을 주더라
 
현 지아비인 이추학으로 분한 탁 형씨의 가창 실력은 남달라 귀가 쾌청해짐을 느꼈으며 대장 고수 준 씨를 필두로 한 성난 살덩이의 연주또한 훌룡하더라
 
해두익으로 분하였던 김 군은 나비부인 당시 도톰하였던 하복부가  사라진  비결이 궁금하더라
 
훌룡한 경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