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막하게 후기 남길게. 꽤 예전에 봤었는데 이제야 남기네...거의 공연 막바지 아니니 지금?

귀휴를 받고 돌아온 아버지를 통해 파헤쳐지는 상처투성이 가계도, 단 한번의 실수로 파멸에 이른 아들과 병이 있는 엄마, 살인한 아버지, 나약한 이모

한마디로 멘붕 그 자체인 스토리였어. 희곡 자체는 탄탄하다고 느껴졌는데 희곡의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더라.

비밀을 누설한 아들로 인해 가족이 파멸하는데, 아들이 저지른 실수라는게 개인적으로는 "어라 이렇게까지?"라고 생각이 들만큼 작위적인 느낌.

가족을 위해 개인의 삶을 포기한 아버지에게 귀휴가 가지는 의미, 엄마,아빠,이모가 왈츠라는 행위를 통해 드러내는 욕망과 배신

이 두개의 키워드만으로도 충분히 끌고갈 수 있었을 것 같더라고. 개개인에게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다보니 희곡에 힘을 불어넣어 줄만한 인물이 없는 느낌.

또 무대가 너무 심플하더라. 소극장의 제작여건은 당연히 알고 있는데 그걸 이야기 하려는 건 아니고, 희곡의 분위기랑 그렇게 모던한 느낌의 무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음.

다만 문이라던가 액자같은, 인물사이의 "벽"이 되는 소재들을 실사대신 빈 공간에서 행위만으로(문과 액자 둘다 틀만 있어)표현한 점, 영사막을 이용한 이중적인 차단은 참 좋더라

배우는 1번 페어...였던것 같은데(두 페어가 있거든)

손진환 배우! 엠나비에서 본 이후로 오랜만에 만났는데 연륜이 느껴지고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걸 느꼈다? 발성 또렷하고 초연한 감정도 마음에 들고. 모든 인물들이 감정과잉인 상황이라 연기가 정도를 지나치면 극 내용 자체가 오버될 수 있었는데 중심을 잘 잡아주셨음.

나머지 배우분들은 이름이 기억 안나는데, 사실 아들 역할 맡은 배우분의 발성과 연기가...이분때문에 극 30%는 휘발됐어.ㅎㅎ

어쨌든 쏘쏘였던 것 같아.

숨가쁜 조명과 부분부분 연출이 좋았고, "3"이라는 숫자에 한국적 정서를 넣어서 인물들의 관계와 복선을 깔아준 대사들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