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꿀꿀한 김에 현매로 래빗홀 보고왔어 휘발되기전에 짧후기

예고 없이 곁을 떠난 아들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아들을 기억하며 괴로워하는 가족

극을 보면서 느낀건 원작 희곡이 정말 탄탄하고 좋을 것 같더라. 정반대의 성향인 자매들을 맺어주는 생명과 죽음의 연결고리, 죽음에 관한 공감대를 이루고 그것에 의지해 사는 모녀 등등 인물들의 관계가 촘촘하게 엮여있어서 좋더라. 대사도 좋은 것들이 많아. 스포가 될 것같아서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응...좋더라. 

자신의 아들을 닮은 남자아이를 마트에서 만나고, 그 아이에게 무심한 아이 엄마와 대판 싸우다 결국 뺨을 갈겨버렸다는 주인공 여자. 비정상적이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음에도 아들이 죽었으니까...하는 동정 아래 자신의 행동과 감정같은 것들을 억지로 납득시켜버리는 주변인들과 세상에 대한 괴로움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뭘 해도 그것이 <아들의 죽음>과 엮여서 불쌍한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가족들로 하여금 더 큰 괴로움을 주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설령 위로라고 해도 말야.

그런데 이연극 어딘가 넥을 생각나게 한다.

물론 같은 선상에서 볼 수는 없는 작품인데.

넥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있던 가족들이 용서와 화해를 통해 각자의 그림을 그려날 수 있도록, 그러한 용기와 자유를 얻게 해줬다면 래빗홀은 퍼즐처럼 거꾸로 흩어져있던 가족들의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서 다시 하나로 이어지는 그림으로 완성시킨 느낌. 속박과 억압에서 벗어난다는 것, 아들에 대한 내용이 아무래도 비슷해서 그런것 같아.

이미 일어나버린 비참한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슬픔에 무뎌지는 것은 현실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그것이 달라질 수 없음을 내가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용서라고 부른다...

어쨌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연극은 좋다.

그런데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좋았던 부분들까지 덩달아 루즈해지는 느낌은 있어...러닝타임은 조금만 줄였으면 좋겠더라.

극중 부부를 보면서 석옵-헬가언니가 상플됐다는 것도 덧붙이겠어.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