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의 필립은 동성애자이면서 동시에 약간의 포비아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 포비아적인 성향은 당시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반응도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을거야. 어릴적 성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그에 대한 강한 혐오을 느끼면서 본성을 깊숙히 숨긴채 살다7가 평범한 이성애자처럼 여자와 결혼을 했지. 곳곳에서 계속 눈에 띄는 게이들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들과 같은 게이라는 것에 대한 혐오감이 강했을거고 그걸 좀 더 완벽하게 숨기고, 부정하기 위해 실비아를 사랑해야만 했을거야. 정말 이기적이고 끔찍한 선택이라는걸 본인도 알았겠지 그래서 실비아에게는 정말 다정한 남편노릇을 하기 위해 노력했을거고, 늘 강한 죄책감에 짓눌려 있었을거야..

하지만 실비아는 필립을 정말 사랑했고 누구보다, 그 자신보다 그를 잘 알고있는 사람이야. 필립은 자신을 꽁꽁 숨겼겠지만, 실비아는 결혼을 하고 함께 살면서 점점 느꼈을거야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속이 텅 비어있다는 것을..얼마나 끔찍했을까. 그래서 올리브와 필립의 만남에 대해 정말 오랜 고민을 했던 것 같아. 그 둘이 만나는 순간, 자신 곁에서는 늘 텅 비어있던 필립이 꽉 채워지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아서..본인도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텐데, 사랑하는 남편의 행복을 빌던 실비아가 참 대단하고 안타깝더라

정신병원에서 왜 오게 되었는지 묻는 의사에게 잊기 위해라고 답하던 필립..올리버를 잊기 위해서라고 들리기도 했지만, 자기 자신을 잊고싶어..라고도 들렸어. 자신의 본능과 성정체성..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혐오심과 고통, 그리고 그 모든걸 깨워버린 올리버..이 모든걸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어서, 이렇게라도 하면 이 끔찍한 감정들과 고통들을 모두 잊을 수 있을까..싶어서 병원까지 찾아 온 것 같이 보이더라.

실비아가 떠난 후 필립은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실비아의 바람대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을까..
훨씬 더 끔찍한 혼란과 지독한 외로움 속에 홀로 남겨졌을지도..

프라이드를 보는 내내
내가 살고있는 지금이 2014년이라는게 정말 행복하더라.
그 시대에 살았다면 내가 과연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14년에 등장했던 남자처럼, 가끔 무너질 때도 있지만 나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를 지키며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그리고 유일하게 커밍아웃한 가장 친한 내 친구와 나를 보는 것 같았던 14년 지현실비아와 쫑올리버ㅋㅋㅋㅋㅋㅋㅋ고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덕분에 극 내내 질질짜다가 빵터졌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이렇게 좋은 극을 올려준 쩌니도, 연출님과 모든 배우들도 너무 감사함ㅠㅠㅠㅠㅠ

이성애자들의 말도 안되는 상상으로 가득 찬 퀴어극이 정말 많은데..프라이드는 정말 특별한 극이더라. 그래서 사랑이라구...ㅎㅎㅎ 횽들 많이 봐~

진짜 그냥 주절주절..쓰다보니 포도알글같다 포도사탕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