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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코멘대본소취] 악의로 가득한 세상에서도 피어나는 꽃처럼

과몰입한꽃씨(110.11) 2020.12.03 14:49:08
조회 707 추천 49 댓글 12
														

내가 한밤중에 나가서

살인이라도 저질렀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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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가

중식당 살인 사건 때문에

현수에게

검은 우비를 입혔을 때,

현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반문하지.


그 때

그렇게 생각했었거든.

갑자기 왜 저런 말을?

저건 너무

도둑이 제 발 저린

대사 아니야?


물론

그 때는

대부분 "우리 현수"가 아니라

"무습은 배키성씨"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형사의 눈으로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였지만.


그래도

이상했어.


그런데

좀 더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


설사

지원이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더라도,

현수는

언제나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당할지

모른다는 생각,

줄곧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되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을 것 같더라고.


말해 봐.

넌 날 믿어?

아님,

마음 한 구석에

조금이라도

내가

사람을 죽였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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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날 안 믿는데,

세상 누가 날

믿어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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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누군가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 줄 수

있을 거라고는

아예

생각지도 않으면서

살았던 거야.


비록

그걸

바라고 또

바라기는 했지만.


변하지 마.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봐 주면 돼.

너만 날 믿어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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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삶을

살았으니까.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그런 삶.


왜?

누가 너한테

시켜?

나에 대해서

알아

오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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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서

비롯된

관심이라는 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런 삶.


아버지의 망령은

그런 그의 두려움을

부추기고

부채질했겠지.


살면서,

누군가를 믿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니가

나약해지고 있다는

증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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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는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지.


난 내가

의심스러워요.

내가

진심이라는 게

있긴 있는

놈인지,

내가 나를

믿을 수가

없어.

난 단 한 번도

누군가한테

지속적으로

감정을 준 적이

없어요.

그런 내가

지금 형사님한테

느끼는 이 감정이

과연

얼마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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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

서로 족쇄 하나씩

나눠 차고

제자리를 빙빙

도는 것만

같아요.

형사님은

내 뒷모습만 보면서

쫓고,

난 형사님한테

내 앞모습

보이기 싫어서

도망치고.




현수에게

뒷모습은

신분을 속이고

배키성으로 살아왔던

시간,

거짓의 시간이지만,

지원이에게

그 시간은

배키성씨를

사랑하고

지원이만을 위한

삶을 살았던 그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은

그런 시간이지.

한 사람에게는

거짓말이었지만,

다른 한 사람에게는

유일한 진실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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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과

앞모습이 같은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현수는

자기 앞모습,

진짜

자기를

보여 줄 수

없었던 거야.

서로가 서로를

아무리

사랑해도.


지원이의

변함없는 사랑을 알고

자신이 지원이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현수가

틈만 나면

고해성사를 하면서도

여전히

그녀를

속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거기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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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고해성사는

이제

그만 하지.

그런 얘기 그만하고,

우리도 이제 좀

평범한 얘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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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기는?


이런 얘기지.



(* 이제 도차는 저런 얘기만 하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기만 하겠지?

그런 거겠지?

날이 차서 그런가...

오늘따라 유난히

두 사람 생각이 나네.)


이제 알겠어.

지금껏

내가

그 끔찍한 사건들을

견뎌 왔는지.

자기였어.

자기가 잊게 해 줬어.

자기랑 있으면

잊을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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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세상의 악의를

한 순간이나마

잊을 수 있게 해 주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

악의로 가득찬 세상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는 건

그 때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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