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즌 박준표, 전상현, 문경찬의 투구 스탯 중 특이한 점, 살펴봐야 할 점 위주로 간단히 쓴 글입니다. 경기를 재밌게 보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박준표 편 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igers_new&no=5945915

2. 전상현

13.1 이닝 era 0.00 fip 2.42

1) 기본

K/9 10.80

BB/9 3.38

BABIP 0.160

야잘알이신 분들은 당연히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시겠지만 0점의 ERA는 운 말고는 설명이 안됩니다. 전상현은 정통파 오버핸드고 땅볼유도형 투수도 아니기에 리그 평균보다 낮은 바빕을 가질 이유가 없고 통산 바빕 역시 0.310으로 평범한 수준입니다. 물론 전상현의 좋은 성적이 전부 운 때문만은 아니겠죠. 여기서 오해를 풀어드려야 할 게 한 가지 있는데 전상현의 투구 스타일입니다. 전상현은 19시즌에도 이닝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낼 만큼 구위로 먹고 사는 투수입니다. 제구는 의외로 BB/9가 3.38일 정도로 특급 보더라인 피쳐들에 비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제구가 핵심 무기가 아니라고 평가하는 이유 설명이 위 세 개 스탯으론 충분하지 않으니 뒤에서 추가 설명을 하겠습니다.

2) 타석

P/PA 3.69

투구 비율 S 64.4 B 35.6

2사 후 커트/선구 53.1/20.0 (리그 평균 75.3 34.9)

일반적으로 제구가 좋은 투수들은 전상현만큼 낮은 타석당 투구수와 낮은 스트라이크 비율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실제로 브룩스와 박준표는 전상현보다 6%나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상현은 강력한 구위를 통해 2스트라이크 이전 헛스윙을 리그 평균보다 잘 이끌어내(23.7%) 카운트를 잡으며 2스트라이크가 되면 과감한 승부를 통해 커트/선구를 할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스윙스트라이크 비율은 높은데 비해 정작 스트라이크 아웃 중에는 루킹 스트라이크 아웃이 많은 이유도 일맥상통합니다. 거의 모든 지표가 전상현이 강력한 구위를 통해 빠른 승부를 하는 파워피쳐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 타구

GO/FO 0.33

외야 타구 타율 0.308 (리그 평균 0.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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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은 커리어 내내 강력한 구위를 통해 수많은 플라이볼을 양산하는 극단적인 플라이볼 위주의 투수입니다. 그러면서도 커리어 내내 낮은 피홈런 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내야와 외야로 향하는 비율이 리그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리그 평균보다 무려 0.268이나 낮은 외야타구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전상현이 볼의 변화나 보더라인 제구보다는 강력한 구위를 통해 타자의 뱃을 눌러버리는 피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줍니다. 타자들은 전상현에게 쉽게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지 못할 뿐더러 외야로 가는 타구를 만들었다고 해도 10개 중에 7개는 그저 그런 플라이볼이 되고 맙니다. 전상현 전에 나오는 박준표와 모든 면에서 정 반대의 투구를 합니다.

4) 구종

포심 구사율 63.3% 구종가치/100 3.76 평균 구속 141.3

슬라이더 구사율 32.9 구종가치 4.58 평균 구속 133.6

전상현은 전형적인 투피치 투수입니다. 커브 스플리터 등이 구종으로 잡히긴 하지만 무의미한 수준입니다. 놀랍게도 구위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투수임에도 리그 평균보다 낮은 포심 패스트볼 구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심과 슬라이더 모두 높은 구종가치를 지녔습니다. 해설자들이 종종 강조하는 정상현의 디셉션과 포심의 무브먼트가 이뤄낸 성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상현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삼진, 높은 플라이볼 비율, 낮은 플라이볼 타율을 만들어내는지 스탯으로만은 알아낼 수 없습니다. 그냥 쩌는 구위를 가지고 있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5) 종합

전상현이 제구가 좋다는 오해를 풀어야할 듯 합니다. 전상현은 구위가 무기인 투수입니다. 구위를 결정하는 요소는 너무 다양하고 스탯으로 전부 판단하기 불가능합니다. 확실한 점은 전상현은 우상인 오승환처럼 불펜피쳐에 적합한 투구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종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클로져가 되고 싶다, 오승환 선배를 닮고싶다라고 밝힌 것처럼 좋은 불펜 투수로서 활약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상현을 상대하는 타자는 어퍼스윙보다는 레벨스윙을 가져가며 최대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많이 만들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스트라이크 이전에는 공을 착실히 봐 전상현의 구위에 맞는 타이밍을 만들어내야 하며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수비는 내야수를 굳이 교체할 필요가 없고 레인지가 좋은 외야수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터프한 상황일 경우 내야 전진수비보다는 외야 전진수비가 더 좋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됩니다.

세줄요약

1) 전상현 구속은 낮지만 구위로 상대 찍어누름

2) 생각보다 제구가 좋은 투수는 아님

3) 구속이 더 회복된다면 리그 수위의 클로져로 성장할 가능성 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