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말에 팀이 극적으로 역전하고 1점차 상황 마무리할겸 올라왔다. 그러다 문득 내야에 있는 한 쩌리가 보였다.


찬호였다.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놈이다. 난 개고생하면서 1억 받는데 쟨 개못하면서 1억 번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 풍족한 야수팜들 그리고 유격수에 서있는 저 짝대기.


바꿔야한다. 프런트도 현장도 억지 프차 만들기에 정신을 놓았다. 내가 바꿔야 했다.

결심했다. 이 경기는 져야 한다.

다행히도 9회말 KT타순이 좋다.


황재균 선배 상대로 초구 실투를 던지려고 했다. 빌어먹을 재능. 커브가 오늘 너무 잘 들어간다. 2스트 노볼 볼카운트가 유리하다. 이러다가 첫타자를 잡을것 같다.

그러자 민식이형이 유인구를 요구했다. 저 형은 언제 유인구 요구 했다고 갑자기 유인구? 저 형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1.2구 코스랑 똑같이 넣었다.

깨끗한 파열음. 안타였다.

계획대로 되었다. 다음타자 로하스. 그러자 덕아웃에서 보고 있던 형우 선배가 아른거렸다. 형우선배와 타격왕 경쟁자 로하스. 잡아야 했다. 하지만 긴장탓인지 폭투에 3-1 볼카운트가 몰렸다. 거르고자 던졌던 볼이 실투가 되었다. 근데 파울치더라. 잡을 수 있을거 같았다.

시원한 바람소리. 삼진이었다.

그리고 대타. 김민..형..? 모르겠다. 아무튼 듣보잡이었다. 대충 가운데 던져주면 안타 치겠지 하고 던진 공이 내 손을 떠나 상대 배트에 맞았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그 포물선 주위로 찬호와의 이별을 기리며 담장을 빠른 속도로 넘어갔다. 역전 홈런이었다.


이로써 내 할 일은 끝냈다. 그 이후 타자 처리는 쉽다. 하던대로 범타 처리하면 되니깐.


경기결과 7:6패배. 7위와 1경기차.


그 짝대기를 제거하기 위한 나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것이다.

절대로.

- 20201027 광주KT 블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