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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설을 내일시험봐님께 바칩니다

사쿠야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11.07 08: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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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깨어지는 소리와 욕설 소리에 잠이 깼다.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집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무심히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이내 그러기엔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심장이 내 의지와 관계없이 고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얄팍한 벽과 허술한 방문은 접하고 있는 모든 사물에 자신의 감정을 실어내는 저 소음이 내 머릿속까지 울리는 것을 막아주지 못한다. 불안하다. 그러나 어릴 때 만큼은 아니다. 아마  이런 상황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기 때문이거나, 내가 더 이상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거나, 결국 그 때 만큼 그들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조용히 상황을 관조하려고 노력해본다. \'오늘은 무슨 일 때문일까?\'

욕지기는 대개 일방적이다. 그것은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에게 향한다. 아버지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행동파니까. 이번에도 술이다. 그깟 술이 뭐 대수라고. 설령 그 술이 6년 째 하루도 빠짐없이 마셔오고 있는 술이며, 그 술을 사는 데 사용된 것이 자신이 번 돈이 아니라 자신의 부인이 온종일 우유배달이니, 고물줍기니, 온갖 소일거리를 해가며 번 돈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마시고 죽어버리게 내버려두라지. 이미 그것 외엔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이 아닌가? 별일이 아니다. 그러자, 수면을 방해받은 것에 대한 분노가 마음 한 구석에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한다. 분노는 눈알을 희번덕이며 대상을 물색한다. 이성이 그 일을 손쉽게 도와준다. 어머니다. 

결국 어머니가 이런 형식을 택함으로써, 나는, 그들은 더욱 더 불행해지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만약 어머니가 좀 더 현명했다면, 좀 더 강한 사람이었다면 분명히 다른 결과가 있었으리라. 아버지의 타락을 애초에 논리로 설득할 수 있었거나, 아버지가 돈을 달라는 요구에 겁을 내고 굴복하지 않을 만큼 강했더라면, 하다 못해 내가 이혼을 하라고 그렇게 설득했을 때 받아들일 수 있었더라면 말이다. 심리는 명백하다.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 그 사실이 어머니에게 부여해주는 절대적인 도덕적 우월감이 이 모든 요란한 행동을 합리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쾌락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녀는 그녀의 무고함만을 추구한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그래서 목청 높여 소리친다. 어머니는 결국 여자다. 나약하고 불행한 여자. 

불행은 꽤 그럴듯한 이론을 낳는다. 자신의 고통을 무로 돌리지 않으려는 인간의 발악 같은 것이다. 언제나 경험은 배움을 산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나의 이론은 어머니에 관한 것이고, 여자에 관한 것이다. 나약함에 대한 증오. 진정한 돌파구를 만들 생각은 커녕, 타인을 괴롭힐 감정을 배설하고 오로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뿐인 나약함이다. 만약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의 어머니를 의심해보길, 쇼펜하우어가 따로 없으니. 

날아다니던 모기 한 마리를 잡아서 그 다리와 날개를 하나씩 뽑아낸다. 많은 것이 닮았다. 분노가 조금 가라앉으며 만족감을 느낀다. 

나의 생각과 행동이 거기에 미칠 때 쯤, 그녀는 유일한 관찰자이며 증인이 되어줄 나를 깨우기 위해 한층 더 요란하게 욕지기를 내뱉었으니, 나는 나가보아야 하는 것이다.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어머니 무슨 일이죠?\'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을 복습한 후, 상투적인 말로 어머니를 위로한다. 그렇다, 나는 위선자다. 그리곤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아버지에게 행동을 멈추라는 말을 한 마디 던진다. 어찌됐든, 내가 분노를 해소할 대상은 이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열등한 인물밖에 없겠지.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원인 제공은 모두 그들이지만, 서로의 욕망이 합치되어 맞물린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자식의 횡포에도 아랑곳 않고 쾌락을 취하며 자신의 힘을 만끽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어머니는 나를 통해 자신의 분노를 해소할 것이고, 나는 기꺼이 그 의지에 따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결코 생산적이진 못하지만.

예상대로, 아버지는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바로 내 눈 앞에 이 모든 악순환의 제1원인이 병나발을 불고 있음에도, 나는 그에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늘은 특별히 새벽에 잠을 깬 탓에, 그리고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과거의 상황들이 겹쳐지며 한 순간 충동이 일어, 나는 그의 주둥이로 향하는 술 병을 잡아채어 밖으로 던진다. 다행히 창문은 깨어지지 않았고, 나는 스스로의 행동에 조금 놀랐으며, 재빨리 이 돌발상황에 대한 그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눈길을 돌렸다.

그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술에 잔뜩 취한 어눌한 말투로, 그 흉한 몰골을 들이 밀며, 나는 네가 전혀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순간 나도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따라 웃었다. 내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오로지 한 가지 이유, 이 남성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한 가지 이유에서 웃었다. 그에게 내 행위는 도전이었고, 그가 나를 비웃는다면, 나도 그를 비웃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행동에 뒤이어 그 근거들을 분노에 자리를 내어주고 뇌 한구석에 틀어박혀 있던 미약한 이성이 채워나갔다. 이젠 완력도 대등하거나 오히려 앞지르게 된 지금, 내가 이 남성보다 열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육체적으로 대등하다는 사실은 무한한 차이를 불러 온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 나는 여자처럼 나약하지 않다. 나의 웃음은 정당하다. 나의 행위는 정당하다. 그리고 나는 그녀처럼 나약하지 않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싸움과 도망사이의 막다른 골목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고, 몸이 떨렸기 때문에, 그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는 진실을, 그가 나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그가 나를 비웃을 수 있는 이유는 그것뿐이기에,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그 천박한 낙천주의를 집어던지고, 도발에 대한 대가를 치르어, 진지한 눈빛으로 내 앞에 무릎 꿇고, 자신의 열등함을 인정하여 복종하고 반성하게 만들 유일한 수단이, 그리고 제1원인과 돌파구가 뇌리를 스쳤다. 

부엌으로 걸어가서 가장 큰 칼을 꺼냈다. 긴장과 흥분으로 범벅된 내 얼굴은 웃음으로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조금도 진지할 필요가 없는 강자다. 무기란 이런 의미다. 면도칼을 가방에 숨기고 다니는 초등학생 조차도 그것을 알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그가 나를 비웃는다면, 나는 틀림없이 그를 찌를 것이다. 칼을 들고 웃음거리가 되는 것만큼 패배스런 일도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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