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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 검사니>필살 간병인 오오쿠리카라 히로미츠-1

사니와(211.219) 2024.04.17 21:53:53
조회 300 추천 13 댓글 0


늅이와 9년치 연성의 숲을 헤집고 다니려니 진짜 혼이 나갈거 같다.

그와중에 취향 직격인 소설을 찾았는데 2015년도라는 날짜에 잠깐 울고 여기 올라온 적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올려봄...


무단 번역이니 문제시 자삭. 여기서만 봐.


원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5631902

주소에서 ◆빼면 됨.


의역 중심이고 오역 있을 수 있어. 번역 톤이 싫다면 번역기로라도 읽어주라...

분명 글자수 확인 했는데 넘는다고 해서 부득이하게 나눴다.


괜찮았으면 링크 타고 가서 북마크든 좋아요 눌러줘... 원작자님 최고...



이하 해당 소설 설명란:


2015년 8월 4일 일일 랭킹 26위,

남성 인기 랭킹 60위,

여성 인기 랭킹 17위,

2015년 8월 5일 일일 랭킹 10위,

여성 인기 랭킹 27위, 감사합니다.


/도검난무드림 /여사니와 /오오쿠리카라 /검x사니 /도검파괴 /도검난무드림소설북마크1000명달성

/눈물샘파괴 /눈에서냉각수가 /쿠리사니 /도검난무드림소설북마크3000명달성


☆공식이 아닌 날조 설정 다수 함유

☆오오쿠리카라가 비교적 잘 어울립니다

☆도검파괴 묘사가 있습니다.


이상의 내용에도 문제 없을 분만 다음 페이지로 가주세요.




◇◇◇◇◇


"애인이야?"


사니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몸을 돌려 등 뒤에 서있는 이를 바라봤다. 방금 말을 꺼낸 건 화려한 붉은 색 치장을 한 눈가를 장난기를 담아 부드럽게 휜 지로타치로, 불과 사흘 전에 현현한 혼마루 유일의 대태도였다. 이 혼마루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니와가 현현한 도검의 수는 극히 적었다. 그중에서도 향후 큰 전력이 되리라 기대되는 지로타치는 오늘도 출진으로부터 복귀해 지금 막 수리실로부터 나온 참이었다.


"...일단 묻겠는데, 누구 말하는 거야?"

"다 알면서 또 그런다."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는 사니와를 지로타치가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찔렀다. 사니와도 일단 되묻긴 했지만――――사실 짐작 가는 이가 있긴 해서 무심결에 어깨를 움츠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보여?"

"음음 뭐랄까, 아니라고 하든 맞다고 하든 둘 다 그래 보인다고나 할까?"

"뭐야 그거. 그럼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 거 아니야? 그리고, 그런 사이 아니야."

"어머나. 그렇게나 가깝게 지내면서?"

"그야, 음,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굳이 표현하자면 날 간호해 주고 있으니까."

"그건 또 뭐람. ...뭐, 아무튼, 옆에서 보기에는 사이 참 좋아 보인다고. 아무 이유 없이 대뜸 하는 말이 아니라는 뜻이지."


알겠지? 하고 지로타치가 말하며 한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그쪽에서 갑자기 혀를 차는 소리가 나서 사니와는 놀라고 말았다. 역시 도검남사. 기척을 감지하는 게 빠르다.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거라 막연하게 생각하긴 했어도 사니와는 근시인 그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알아채지 못했는데. 지로타치의 고개가 향한 쪽은 두 사람이 서 있는 복도의 난간 너머에 자리 잡은 큰 녹나무였다. 싱그러운 푸른 잎이 우거진 그 상록수를 향해 사니와는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말했다.


"정부가 또 서류를 보냈는데, 이따 정리하는 것 좀 도와줄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사니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마워."


지로타치가 웃음을 터트렸다.


"당신, 성격 한번 진짜 좋은걸."

"응? ...아, 그런 거 아니야. 싫다면 싫다고 말하니까 아무 말 없는 건 그러겠다는 뜻이거든."

"어려운데?!"


무엇보다 이 혼마루에서 그와 지내는 동안 거절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그나마도 이후에 다른 일이 있을 때나 그랬다. 다테의 검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참 성실하다는 사실을 사니와는 이미 오래전에 알았으니까. 지로타치와 함께 복도를 걸으며 돌아보자 잎사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 듯싶더니 짧은 검은색 옷자락이 반대쪽 모퉁이 너머로 막 사라지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오려는 거겠지. 정말이지 성실하다니까. 사니와는 다시 한번 어깨를 움츠렸다.


현재 지로타치 혼자 사용하고 있는 대태도 방 앞에서 그와 헤어진 후, 사니와는 새삼 새롭게 느껴지는 복도를 혼자 걸어 나갔다. 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깨끗한 벽은 사니와에게 위화감을 안겨 주어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 혼마루에는 도검남사가 몇 명 없어서, 아직은 각자 개인실을 가지고 있었다. 지로타치의 방은 대태도 전용으로 조금 넓은 편이라 혼자 지내기에는 분명 외롭겠지. 쾌활하고 밝은 그 대태도는 다른 이와 함께 지내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니, 하루빨리 다른 대태도를 불러와 주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그의 형을. 사니와는 지로타치를 현현한 직후부터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현재 혼마루에 있는 남사는 가장 최근에 현현한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사요 사몬지, 지로타치, 우구이스마루, 이마노츠루기, 호리카와 쿠니히로, 히라노 토시로, 호네바미 토시로, 그리고 근시인 그가 전부다. 사니와는 한숨을 내쉬며 집무실의 문을 밀어 열었다. 사니와가 쓰는 넓은 독서대 옆, 근시 전용 책상 위에 벌써 서류를 펼쳐놓은 남자가 있었다. 가늘고 긴 금빛 눈이 이쪽을 힐끔 보더니 그대로 서류로 돌아갔다. 오래전부터 느꼈지만 의외로 자세가 참 정갈하다.


"여전히 빨리 갈아입네. 고마워."

"...별로, 상관없지 않나."

"그래도."


집무실에 도착한 사니와가 입을 다물자 방 안에는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때때로 서류끼리 스치며 소리가 나거나, 붓을 내려놓으며 달깍 하는 딱딱한 소리만이 울릴 뿐. 세세하게 분류한 서류를 빠른 속도로 처리해 나가는 오오쿠리카라는 실로 우수한 근시였다. 오늘도 덕분에 살았습니다요.


사니와 본인도 익숙한 일이었기에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서류는 거의 다 처리되었다. 마지막 한 장을 눈으로 훑으며 누락된 건 없는지 확인한 사니와는 붓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오오쿠리카라는 작성이 끝난 서류를 진즉에 모아 다시 세어보고 있었다. 어깨를 한번 돌려 뻐근한 정도를 확인해 봤다. 음, 오늘은 컨디션이 좋다.


"있지, 오늘은 좀 더 해볼 만한 거 같으니까, 내일 할 거를 미리..."


말하는 순간 서류에서 시선을 들어 올린 오오쿠리카라가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본 사니와는 말끝을 흐렸다. 금색 눈에는 그 어떠한 책망의 빛도 깃들어 있지 않았지만, 이쪽을 살피는 듯한 기색은 확실히 느껴졌다.


"... ..."

"...미안."

"...난 상관없다만."

"응..."

"일이 끝났으면 얌전히 있어."

"넵."


사니와는 고개를 떨궜다. 이 혼마루의 고정 근시가 신중하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고분고분 대답하는 사니와의 모습에 오오쿠리카라는 한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대로 일어나 천천히 집무용 책상 앞에 서서는, 아직 앉아있는 사니와의 턱을 잡았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이었지만 다른 뜻 따윈 없는, 그저 확인 작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사니와는 잘 알고 있었다. 느릿하게 사니와의 얼굴을 좌우로 돌려가며 주의 깊게 살피기를 10초 남짓. 그저 조용히 그가 움직이는 대로 가만히 있자 애초부터 힘이 별로 실리지 않았던 그의 손가락이 금세 떨어졌다.


"도장 세 개, 아니면 단도 한 자루."

"...알았어. 도장 세 개로."


별다른 설명 없이 짧게 제시된 두 선택지에 사니와는 씁쓸히 답했다. 방금전은 그저 사니와의 안색과 피로도를 확인하기 위한 행동으로, 그가 제시한 선택지는 곧 오늘의 업무를 뜻했다. 도장을 세 개 만들거나, 단도를 한 자루 하거나. 오늘의 출진에서 가장 최근에 현현한 검인 사요 사몬지가 도장을 깨트렸다는 걸 사니와는 기억하고 있었다. 단도를 택하지 않은 데에 별다른 의미는 없었지만, 오오쿠리카라는 여전히 말없이 이쪽을 응시했다. 사니와는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무리는 안 해."


그저 조용히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남자는 언제나처럼 아무 말 없이 발을 돌려 방을 나갔다. 도장 제작을 위해 자원을 미리 분배한다거나 준비를 해둘 생각인 거겠지. 항상 그래 주니까. 사니와는 무의식적으로 작게 웃고 말았다. 오오쿠리카라 라고 하는 도검남사는 그 나름대로 마음씨가 참 좋은 사람이다.



◆◇◇◇◇


"사요, 이리 와봐."


한창 밭일을 하고 있던 사요는 사니와의 말에 하던 작업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봤다. 툇마루에 서서 잠깐 와보라며 손짓을 하는 자신의 모습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도 종종걸음으로 달려온 그 작은 머리를 사니와는 가볍게 쓰다듬었다.


"더운데 고생이 많아. 그, 오늘 출진에서 도장을 잃어버렸지? 그거에 대해서 말인데"

"...죄송해요."

"사과할 필요 없어. 괜찮아. 애초에 이건 도검남사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아무튼, 방금 오오쿠리카라랑 새 도장을 만들었는데... 짠. 최고급 도장이 나왔지 뭐야. 이거 사요에게 줄게."


평소보다 기쁜 표정의 사니와가 내민 것은 금빛으로 반짝이는 둥근 구체. 평소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시피 하던 사니와의 들뜬 기색에 사요는 눈을 몇 차례 깜빡이더니 곤란하다는 듯 아까와는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가져도 돼?"

"응?"

"다른 사람 말고 내가 가져도 되는 거야?"

"...? 다른 애들은 각자 도장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요는 지금 없고."

"...???"

"?"


고개를 더 기울이는 사요를 따라 마찬가지로 고개를 기울이는 사니와. 의사소통이란 본디 어려운 것. 이 경우에는 두 사람 모두 말을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사니와는 일단 사요의 손을 잡고 나이에 비해 뼈가 도드라지는 그 손바닥 위에 도장을 올려놨다. 사요가 이를 받아 들면서도 망설이는 사이, 그녀는 옆에 놓인 쟁반을 재빠르게 끌어당기며 일단 앉으라고 사요에게 웃어 보였다. 쟁반에는 보리차가 담긴 유리잔 두 개와 차가운 물양갱이 올려져 있었다. 분명 호리카와가 준비했을 게 분명했다.


"많이 덥지? 좀 쉬는 게 어때."

"...알았어."


사요는 사니와 옆에 앉기 직전, 순간적으로 툇마루 끝의 모퉁이를 바라봤다. 딱히 모습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니면서 그렇다고 숨으려는 기색 하나 없이 벽에 기대앉은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사니와도 저쪽에서 걸어왔으니 아마 모르고 있진 않을 테지만,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일까. 사요는 망설였다. 사니와를 지긋이 바라봤지만 그녀는 그저 상냥하게 웃기만 했다. 결국 아무 말 없이 그녀의 곁에 앉자, 사니와는 만족스럽게 후후 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사요는 자신의 주인인 사니와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이상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만서도. 협차들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그녀는 아마 20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사요에게 있어서 그리 익숙하지 않은 이상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끝단에 접힌 짧은 주름이 나풀거리는 감색 하카마에, 똑같은 색깔의 각 잡힌 옷깃이 달린 새하얀 상의. 가슴께에는 큰 매듭이 있어서 바람을 따라 길게 늘어질 때마다 사요는 자신도 모르는 새 눈으로 그 궤적을 쫓고야 마는, 부드러운 웃음이 자주 맺히는 기묘한 사람.


사요는 곤란하게도 말이 유창한 편이 아니다 보니 사요가 사니와에게 먼저 말을 건 적은 별로 없었다. 반면 사니와는 혼마루 내 도검에게 빈번하게 말을 거는 편인데다 그 대상에 있어서 사요도 예외는 아니라, 둘 사이에는 종종 이런 부드러운 침묵이 내려앉곤 했다. 딸랑딸랑. 창문가에서 높은 음색이 울려 퍼졌다. 누구였더라. 이마노츠루기던가가 원정 나가서 사온 기념품인 풍경 소리였다. 이마노츠루기던가가 원정 나가서 사 온 기념품인 풍경 소리였다.


"맛있네."

"... ..."


밝은 사니와의 목소리를 따라 사요도 물양갱을 입에 물었다. 천천히 스며 나오는 팥 본연의 단맛과, 살짝 서늘하면서도 매끈한 감촉에 송글송글 맺혔던 땀이 서서히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사요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늘이 참 맑았다.


"...당신은"

"응?"

"당신은,"


여기까지는 아무 망설임 없이 꺼낼 수 있는데, 왜일까. 사요는 이상하게도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였다. 당신은, 당신은. 이다음은 뭐였더라. 말이 잘 빚어지질 않았다. 고민하며 혀 위로만 단어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자니, 사니와가 아주 부드럽게 공기를 울리며 웃고는 손을 뻗어 사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듯이.


"뭔데?"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말하고 싶어지면 언제든 찾아와."


불현듯 사요는 어제 이마노츠루기가 한 말을 떠올렸다. 있지 사요, 주인님은 정말 상냥한 사람이야. 겉모습과 달리 아주아주 오랫동안 존재해 온 데다 총명하기까지 한, 헤이안 시대에 태어났던 단도가 가엾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사요는 불과 이틀 전, 이 혼마루에 소환되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벚꽃이 어지러이 춤추는 와중, 현현한 발끝부터 땅을 딛고 서서 붕 떠오른 머리카락을 흔들며 사요는 자신의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나는 사요 사몬지. 당신은, 복수하고 싶은 상대가 있어?


이건 정해진 말이었다. 영혼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내보이는, 사요 그 자체를 나타내는 한마디. 사요를 이 혼마루에 불러들인 어린 소녀가 눈앞에서 희미하게나마――숨을 삼키는 게 사요와 그녀의 근시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그리고는 입술 끝을 밀어 올렸는데 그건 웃는 거라기에는 조금, 아니 아주. 아니요. 없어요, 사요 사몬지. 답하는 그 목소리는 분명 떨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요는 자신의 주인이 싫지 않았다. 이마노츠루기는 주인을 상냥한 사람이라 했고, 지로타치는 참으로 고지식한 아이라고 했으며, 호리카와는 툭하면 무리하는 분이라고 했다. 고지식하다는 건 사요도 이제는 이해하지만 자주 무리를 한다는 점은 아직 잘 모르겠다. 거기다 사요는 상냥함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만큼 이 부분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요는 자신의 주인이 싫지 않았다―――진정되기 때문이다. 그날, 사요의 눈에 들어온 한 소녀는 분명 어둠의 밑바닥에 있었으니까. 지금 이렇게 볕이 들이치는 툇마루에서 부드러운 갈색 빛을 띄는 평온하기 그지없는 저 눈동자가, 그 찰나의 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는 걸 사요 사몬지는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단 한 사람, 그녀의 근시를 제외한다면.


딸랑, 하고 또다시 풍경의 맑은 소리가 공기를 흔들었다. 사요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손끝이 앞머리를 빗어 내리며 천천히 떨어졌다. 그 손의 움직임을 좇던 사요의 시선이 닿은 소녀의 얇은 팔에는 오래된 흉터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사니와가 빈 유리잔과 접시를 얹은 쟁반을 들어 옮기려 하자, 구릿빛 팔이 옆에서 슥 뻗어와 쟁반을 뺏어 들었다. 이에 놀라 고개를 들자 오오쿠리카라가 아무 말 없이 한팔로 쟁반을 든 채 시선만으로 사니와를 재촉했다. 사요는 진즉에 밭일을 하러 돌아갔기에 사니와는 한발 먼저 걸어 나가기 시작한 그를 잰걸음으로 따라잡았다.


"고마워."

"그러던지."

"또 그런다."

"내가 알 바 아니다."

"미안."


아무래도 조금 화가 난 모양새다. 좀 미안해지네.


"아 맞다. 오오쿠리카라 몫도 냉장고에 넣어놨어. 두 번째 칸 안쪽. 멋대로 꺼내 먹을 사람은 없으니까,"

"알았다."


대뜸 말을 잘라먹었다. 기분이라도 상한 걸까. 의외로 단 것을 좋아하니 물양갱으로 적당히 넘어가 줄 거라 생각한 게 문제였던 것 같았다. 실로 얄팍한 수이긴 했다. 으으으, 어떡하지. 고민에 빠진 사니와의 걸음걸이가 점점 느려지자, 이를 이상하게 여겼는지 이쪽을 돌아보며 오오쿠리카라가 걸음을 멈췄다.


"? 오오쿠리, 카"


――――――마지막 한 음절이 소리 없이 허공 속으로 흩어지며 사니와는 그대로 굳었다. 천천히 올라간 그의 손끝이 사니와의 턱을 감싸고는 엄지의 두툼한 부분으로 입술 위를 덧그렸다. 그저 훑는다고 하기에는 다소 힘이 실려있던 엄지는 입술 중앙에 다다르자 그 힘이 더욱 강해졌다. 여태껏 경험 해보지 못한 느낌에 사니와의 등줄기가 한순간 떨렸다. 몇 초 후 손끝이 떨어지고 나서야 사니와는 자신의 입가에 물양갱의 팥소가 묻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손가락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입가로 가져간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한 듯했다. 그대로 자신의 엄지를 핥고 나서야 비로소 사니와의 시선을 알아차린 그가 그 시선에 담긴 의미를 파악한 듯――――――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어색할 때나 보이는 표정이었다. 부끄러워한다거나 그런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뭐랄까, 정말 그다운 반응이었다.


"괘, 괜찮아. 버릇이잖아. 알고 있어."

"... ..."

"날 돌봐주는 동안 생긴 버릇이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좀 당황하는 것 정도는 이해해 주길 바란다. 이래뵈도 여고생이니까. 남자와 연애 경험이 한두 번 정도 있긴 해도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기도 하고. 오오쿠리카라는 한동안 이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다시 한번, 그것도 이번에는 손등으로 사니와의 입가를 훔치고는 물러났다. 그것도 좀 세게. 입술이 저릴 정도로. 사니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볼을 양손으로 꾹 눌렀다. 뜨거웠다.



◆◆◇◇◇


"차를 마시고 싶군."

"마음대로 해."

"그럼 그러지."


서로 대화를 하고 있긴 한 건지 아닌지 애매하게 오가는 말을 사니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지켜봤다. 시큰둥한 답이지만 오오쿠리카라가 나쁜 의도를 품은 것도,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닌 평소와 같은 상태였다. 이에 전혀 개의치 않고 차―라고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사라지는 우구이스마루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런 그와 교대하듯 타이밍 좋게 나타난 호리카와의 눈매가 사니와를 보자 부드럽게 휘었다.


"다행이네요 주인님. 요즘은 잘 드시네요."

"...그때는 폐를 끼쳐서...?"

"아뇨, 전혀 아니었어요. 잘 드셔 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도검남사들보다 확연히 적은 양의 요리가 담기던 사니와의 밥상이 오늘은 깨끗이 비어 있었다. 호리카와는 부엌에서 밥통째로 들고 온 밥을 겉모습과는 달리 놀랄 정도로 잘 먹는 호네바미를 위해 더 퍼주기 시작했다. 우구이스마루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식후에 마실 차를 찾아 막 떠난 참이고. 아아 실로 평화로운 식사 시간이다. 좋을지고.


호네바미에게 공기 한가득 백미를 퍼준 후, 왜인지 모르겠지만 호리카와는 조용히 무릎걸음으로 사니와에게 다가붙었다. 그의 작은 손짓을 따라 몸을 기울이자, 웃음을 머금은 호리카와가 귓가에 속삭였다.


"오오쿠리카라 씨가 종종 걱정했거든요. 말수도 적고 좀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주인님은 좀 더 먹어야 한다거나, 식재료를 살피면서 어떤 걸 사용해야 먹기 쉬울까 같은 걸 고민하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었고요."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려 바라보는 사니와에 호리카와는 귀엽게 웃어 보였다. 그 시선은 보호자의 그것 만큼이나 따듯해서 사니와는 어딘가 낯간지럽다고나 할까, 마음이 조금 불편해져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떠돌던 눈이 도와달라는 듯 하필이면 이 모든 일의 발단이라 할 수 있는 근시로 향하자, 호리카와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시선을 알아차린 오오쿠리카라가 굉장히 수상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똑같은 말이었지만 사니와와 호리카와의 목소리 톤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이쯤 되면 눈치 챘으리라 생각되지만, 이 혼마루에서 부엌을 담당하고 있는 건 오오쿠리카라와 호리카와로, 때에 따라서는 다른 이들이 도와주는 형태였다. 왜 오오쿠리카라냐고 묻는다면 그가 요리할 줄 아는 남자라는 것 외에 달리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이 혼마루는 사니와와 오오쿠리카라 둘이서 꾸려나가기 시작했으니까. 안타깝게도 사니와는 그가 직접 요리한 음식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처음 맛보았던 순간을 기억하진 못 했다. 실로 애석하기 짝이 없었다. 후회막급일 정도다. 그저 지금 그의 요리를 먹을 때마다 담백하면서도 섬세한 솜씨로 맛을 낸 다정한 음식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칭찬받는 게 굉장히 어색한지, 그가 벌레를 한 백여 마리는 족히 씹어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던 걸 사니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했다. 그런 표정까지 지을 일인가. 그러면서도 사니와의 입에 맞는지 어떤지를 반드시 확인하고는 했다. 두 번이나 말하는 거지만, 오오쿠리카라는 정말이지 참 좋은 사람이다.




"놀랍군."


익숙한 말이었지만 그걸 담은 목소리는 기억하는 것과는 달랐다. 큰 방에서의 식사가 끝나고 모두의 밥상을 모아들고 온 오오쿠리카라를 향해 부엌 내 벽에 기댄 채 서있던 남자가 조용히 웃어 보였다. 오오쿠리카라는 그의 어린 풀잎과도 같은 눈을 한차례 말없이 응시한 후, 싱크대 안에 접시를 하나씩 내려놓았다.


"...뭐가."

"그런 부분이. 너는 무뚝뚝한 듯 보이면서도 매번 꽤 성실하게 답하지. 천성부터가 그렇기 때문일 테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오오쿠리카라는 불쾌해졌다. 타인이 자신을 꿰뚫어 보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말없이 싱크대의 수도꼭지를 틀자 물소리가 부엌 전체에 울려퍼졌지만, 우구이스마루는 이에 아랑곳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뭐, 그런 녀석이 주인의 곁에 있다는 건 기쁜 일이지."

"뭘 다 안다는 듯이..."

"알지는 못 해도 이해는 해. 나도 그저 오래 살기만 한 건 아니니까. 네 본심이 어떻든, 주인의 곁에 네가 있는 게 옳았다.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해."

"... ..."


절로 새어 나온 혀 차는 소리에 우구이스마루가 소리 내 웃었다. 뭐가 웃긴 거지. 노려보는 오오쿠리카라의 시선을 자연스레 흘려 넘긴 가장 오래된 태도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무튼 간에, 힘내도록 해. 그 말이 하고 싶었을 뿐이니."

"쓸데없는 참견 마라."

"그건 미안하게 됐어. 젊은이들은 그저 보고 있기만 해도 재밌어서, 절로 참견하고 싶어지거든."


손을 흔들며 부엌을 나서는 그 뒷모습에 오오쿠리카라는 다시 한번 혀를 찼다. 확실히 오오쿠리카라는 도검남사 사이에서야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는 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상대로 연상 행세를 하는 건 썩 좋아하지 않았다. 미적지근하게 지켜보는 듯한, 엉겨 붙는 시선 자체도 좋아하지 않고.


한때 두 사람분의 기척만이 느껴지는 채로 몇 번이고 계절을 넘었던 이 혼마루도 이제는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게 됐다. 잘된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주인은 웃고 있었지만 오오쿠리카라는 그걸 잘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의 주인인 소녀가 단도를 행하는 일에 찬성하지 않는 편이기도 했다. 아직은 이르다, 라고 생각하면서. 이건 본인의 의향에 따를 부분이기도 하고, 오오쿠리카라에게 있어서는 반쯤은 아무래도 상관없기도 했기에 그리 적극적으로 반대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대체 누구의 천성이 성실하다는 건지.

오오쿠리카라는 고작 그런 이유로 이러는 게 아니었다.




다음 편 링크: 필살 간병인 오오쿠리카라 히로미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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