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죽림은 넓다. 굉장히, 엄청 넓었다.

 시련을 받기 전에 '죽림 근경 정찰'을 간다고 하여도 -다시말해, 죽림 깊숙한곳까지 가지않더라도- 빼곡히 들어찬 대나무밖에 보이지 않는다, 는 뜻이다.

 피톤치드가 레브같은 모조 리바이어선에게도 좋은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다시 생각해보니 온갖 상태이상이 통하지 않는걸 생각하면, 큰 의미는 없으리라.)서늘한 숲속을 산책- 아니, 정찰하러 오자 기분은 꽤 좋았다. 앞으로 한화에서 해야할 일은 많지만, 잠시간은 잊을 수 있을테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소리. 

쾅! 

그 바람이 대나무에 스치며 나는 백색소음. 

퍼펑!! 

그리고, 그리고- 

쿠콰쾅!!!

방금 말한 모든 자연음을 먹어치우는 폭음. 

"이 소리는..." 

죽림에 들어선 순간부터 종종 보이는 야생 구현체. 

 녹스를 모으려고 해도 녹스가 아니라 [우주 청소기 탄두]라는것만을 떨군채 구현해제가 되어버리는 그 녀석들과의 전투에서도 간간히 발생하지만, 저 멀리서 들리는 폭음은 그녀석들이 모여있을 거대 녹스에 의해 나는 소리이리라.

 그것들을 상대한(그리고 면식이 있어보이는) 구현체들에게 물어보면, 그것들의 정체는 LEX EXE(레칼 실행부대)라고 하는 녀석들, 이라고 하던데.

 '우주 청소기'라는 이름은, 아무래도 우주의 불필요한 것들을 지워 없애던 그들의 역할에 의해 붙은 별명인듯 싶었다.

 LEX EXE의 녹스를 습득하려면, 저 간간히 발견되는 구현체가 아니라, 거대녹스를 때려잡아야 하는것으로 보였다. 어쩌면, 거대녹스에게서도 뽑아낼 수 없어서 뭔가의 재료를 통해 정보를 얻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한화궁 이전에도 그러한 녹스들이 꽤나 있었기에, 납득은 하지만.

 조금씩 쌓여가는 탄두. 그리고, 그보다 좀 더 적은 양이 쌓여가는 냉각기. 아무래도 LEX EXE의 녹스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이것들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런..."

 그리고 울려퍼지는 폭음을 따라 걸어간 끝에, 은은한 빛을 발하는 큼지막한 녹스 덩어리와 함께,

"......"

 방금까지 줄창 봐 왔던 LEX EXE 4인방이, 어느샌가 이쪽을 바라보고있었다. 아까까지의 녀석들과 모습은 같아도, 느껴지는 힘은 차원이 다르다. 거대녹스란, 으레 엄청난 정보량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기에 상대하기도 힘들지만- 그것을 토벌해서 얻는 보상또한 상당했으니까.

 검귀의 시련을 대비하기 위해서 꽤나 괜찮은 한편이 되리라. 거대녹스를 한두번 잡아서 끝날 일은 아닐것이고, 어쩌면 스피어를 이용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힘이 약하면, 정보가 적으면, 늘 뒤통수를 쳐맞는다.

 그렇게 인생 최초이자 최악의 뒤통수를 맞아보기도 했으며, 그렇게 뒤통수를 쳐보기도 하였다.

 객관적으로, 나는 강하다.

 하지만, 내 앞에 기다리는 적은, 그 새끼는, 나보다 강하다.

 그러니, 더이상 뒤통수를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뭔가를 잃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게는 힘이 필요하다.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외쳐왔고, 앞으로도 외칠, 마법같은 주문을 외친다.

"...리빌드."

 불러내는것은, ZEX(자키르 에일리어즈)의 녹스. 끔찍할 정도로 오래걸렸던 거대 녹스에서 얻어낸 입회의 천사들.

 천자가 되기위한 시련. 그것을 돕기위한 포석을 향해, 우리는 돌진했다-

 격렬한 전투가 끝난 뒤, 거대녹스에서 뭔가가 달칵, 하고 떨어졌다. 과연, [우주 청소기 엔진]을 뱉어 넀을-

"응... 우마루... 야..."

"아니 십발."

 그날은 죽림을 몇번이고 정찰헀다. 왕웨이가, 연비가, 검귀가 걱정을 해도. 장로들이 째려봐도, 그냥 죽림을 정찰했다. 그렇게 엔진 두개를 획득헀다.

 그리고, 그날의 나는 몰랐다.

 엔진보다 더한 뭔가가 나를 기다릴거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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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대충쓴 느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