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까악거리는 까마귀로 뒤덮인 거대한 검은 첨탑에 도착 했을 땐 이미 어둠이 드리우고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이 묘비같은 건물을 보며 살며시 몸을 떨었다.

그는 현관종을 찾을 수가 없어서 까마귀 모양의 도어 노커를 두드리고는 거대한 나무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며 기다렸다. 갑자기 까마귀가 우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한쪽 문이 열리며 산발의 검은 머리를 한, 창백하지만 아름다운 얼굴의 낯이 익은 여자애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문을 열고는 차분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그를 반겼다. “안녕, 와줘서 기뻐... 내가 사는 곳이 이런... 곳인데도 말이야”

그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뭐, 난 코라 널 위해서라면 무덤도 헤치고 올 수 있어”

“어이구 요 사랑꾼씨” 그녀는 웃으며 그를 안았다.

그러고는 코라는 그의 손을 잡고 남자의 예상처럼 우울해 보이는 건물 안으로 들여보냈다. 하지만 코라가 옆에 있으니 그는 그런 것도 별로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물론 방의 크기만 보고도 놀랐지만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그는 검은 까마귀가 그려진 각양각색의 기와 깃발들, 그리고 까마귀 석고상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왠지 그것들은 모두 그에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구도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찰 하는 듯하여 그는 점점 꺼림칙해지기 시작했다. “우와” 그가 탄식했다. “정말 대단하네...”

코라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네가 검은 색을 좋아한다면, 정말 대단하긴 하겠지.”

그가 그녀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현재 가장 큰 소망은 이 무서운 방을 최대한 빨리 떠나는 것이었다. 실망스럽게도 그녀는 그를 방의 가죽 팔걸이의자에 앉히고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내가 좀 챙겨야 할 것들이 있어서 말이야. 편히 있어, 금방 올께!”

코라는 빠르게 구불구불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그를 깜빡이는 불빛 속에 남겨둔 채.

적막 속에서, 그는 밖에서 까마귀들이 우는 소리와 첨탑을 감싸고 휘몰아치는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봤고, 순간 그는 자신의 앞이 더 이상 비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서서히 돌아서자 거대하고 창백한, 짧은 검은 머리에 무지막지하게 근육질의 몸을 지닌, 소년을 의심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드러났다.

“네가 알아채지도 못하는 새에 널 죽일 수 있는 방법이 34가지는 있다만”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코라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군. 그러니 그냥 네게 몇 가지만 물어보는게 더 좋겠지, 소년. 나는 코락스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관계가 더 좋아질 수도 있겠지.”

소년은 침을 삼키고 검은 거인이 그에게 한 말 중에 죽음에 관한 부분을 애써 외면하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소년이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코락스님. 저는...”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 너의 존재와 행동만이 중요한 것이다. 네 적들이 네 이름 때문에 널 두려워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뭐에 당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에 두려워하게 만들어야지.”

“어... 예, 맞습니다.” 소년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코락스는 교활한 웃음을 지으며 느리게 소년 쪽으로 몸을 숙였다.

“자, 소년. 네가 싸움꾼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겠다. 하지만 힘이라는 것은 폭력이나 용맹함만이 다가 아니지. 자네가 감히 이 까마귀첨탑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이 그걸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제군. 그러니 자네가 내 딸의 데이트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두고 보겠네. 우리 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만한 결정적인 한 수를 준비해놨길 바라네.”

남자는 윙크를 하고는 일어서, 그의 딸의 남자친구가 될 수도 있는 소년의 어깨를 토닥였다. “두고 보겠네, 제군” 코락스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방의 뒷문으로 향해, 멍한 소년을 남겨두고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버렸다.

코락스가 사라지고 얼마 안 있어, 코라가 그 전보다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코라는 정신이 나간 그녀의 데이트 상대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우리 아빠 만났구나, 그렇지?”

그리고 그들은 서로 손을 맞잡은 채 까마귀첨탑을 나섰다. 그리고 정문 위에는 거대한 형체가 아무도 모르게 서 있었다. 그의 검은 망토가 바람에 나부꼈다. 그는 전화기를 들어 올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카이반. 이후로 계속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코락스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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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장 딸의 데이트 염탐을 맡게 된 카이반 쉬라이크씨와 

결국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못한... 코락스의 사위 후보입니다.

전개가 커즈랑 비슷하지만 좀 더 인정이 있는 아저씨네요.

흑발의 흰 피부라면 내 이상형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