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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맨더 단편] 헌신의 무게-끝

고등어(115.23) 2016.10.30 18: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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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초고퀄 삽화의 출처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514995&page=2&exception_mode=recommend


중구난방의 어설픈 글에 이리도 큰 관심과 사랑들을 주신 독자분들 고맙습니다. 드디어 끝났음. 


이번화의 브금은 한국 노래. 가사가 참 맘에 들었어양.













헌신의 무게


그 해 추수제는 정말로 기이한 밤이어서, 정말로 슬픈 밤이어서, 후미카-2의 소작농들은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지평선 너머에서 기이한 분홍빛 불길들이 반짝이던 날. 하늘에 뜬 연들조차도 빛이 사그라들어 어둡던 밤. 항상 밝고, 건방지고, 그리고 순수했던 카데 아씨가 사라져 돌아오지 않았던 밤. 별들 너머에서 찾아온 죽음의 천사들께서는 그날밤이 끝나자 조용히 돌아갔었다. 올 때는 스물두 명, 갈 때는 스물 세 명이었다.

소작농들은 아직도 그날을 기억한다. 아마도 백년, 이백년이 지나면 그들은 잊을 것이다. 샐러맨더들이 자신들의 별에 내려왔었다는 사실도, 노래를 잘 부르는 리멤브란서 카데가 이 땅에 있었다는 것도, 천칠백년동안 헌신의 무게를 지고 있었던 지친 전사가 마침내 안식을 찾았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연자줏빛으로 타오르는 여명을 보면서, 그들은 그 해 추수제를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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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드노트 바스통은 무릎을 꿇었다. 이제 그의 몸은 반 토막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의 참혹한 몰골이 되어있었다. 악마가 빠져나왔던 좌반신은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웠고, 그나마 남아있던 우반신은 악마의 숨통이 끊어질 때 일어난 워프에너지의 폭발로 그을리고 찢어져 만신창이였다. 크게 균열이 일어나 내부의 고대인까지 보일 정도의 손상이었다. 온몸에서 연기와 불꽃을 피워 올리면서, 드레드노트는 생명이 급격히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바스통은, 비록 스스로는 알지 못했지만 천칠백 년을 악마의 조력 속에서 목숨을 이어온 존재였다. 그것을 스스로의 손으로 쓰러뜨린 것은, 자살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부끄럽게도 바스통은 죽음이 두려웠다. 그것이 찾아오면 리멤브란서의 목숨을 확인할 수 없을 테니까.


심장이 앞으로 몇 번 뛸 수 있을까. 호흡을 앞으로 몇 번 할 수 있을까. 그것들이 멎기 전에, 리멤브란서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가물거리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바스통은 기도했다. 떨어져나가기 직전인 다리를 힘겹게 움직여 기어나갔다. 한 번의 움직임마다 한 움큼씩의 부품뭉치와 윤활액과 연료가 세어나가, 바스통을 죽음으로 몰아갔지만 드레드노트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는 두 눈으로, 바스통은 동굴 어딘가에 있을 리멤브란서를 찾았다.


폐하, 부디 단 한번만 더 심장이 뛰게 해주소서. 한번만 더 호흡할 수 있게 해주소서. 이렇게 비나이다. 이 비굴하고 나약한 바스통이 애원하겠나이다. 그 처녀에게 삶을 주소서. 제 더럽혀진 육신과 영혼은 아무 상관없나이다. 한번만…. 그 처녀에게 살아갈 기회를 주소서.


몸 어딘가에서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무릎 아래가 바스러지며 떨어져나갔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드레드노트는 이제 파워피스트만을 움직여 기어나갔다. 기어가는 그의 몸체 아래서 다 타버린 개미집들이 무너졌다. 흰개미 첨탑이 으스러졌다. 왕궁이, 유적지가, 농장의 폐허가 쓰러져갔다. 바스통은 멈추지 않았다.


그 파워피스트 끝에,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그것은 작고, 떨리고 있었고, 따스했다. 리멤브란서 카데는 몸을 웅크린 채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워프게이트를 열기 위해 개방되었던 갈비뼈와 내장들은 그 불경한 문이 닫히는 순간 몸 안으로 쑤셔 들어가 다시 봉합되었고, 카데의 하얀 나신에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새겨져있었다. 훈련조차 받지 않은 인간의 몸으로 열어두기에 워프게이트는 너무도 위험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녀는 살아있었다. 온몸에 남아있는 고통의 앙금에 떨지언정,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옅은 호흡만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어도, 살아있었다. 바스통의 고통어린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연기 너머에서 육중한 기계음이 울렸다. 바스통의 눈에 암녹색 갑주들이 들어온다. 스물 두명의 샐러맨더들이 바스통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중 가장 거대한 이, 중대장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가 잘려나간 팔의 반대편에서 볼터를 꺼내 바스통에게 겨누었다. 가장 용맹하게 싸우던 이, 팔이 잘려가면서도 악마에게 달려들던 샐러맨더였다. 바스통은 그의 후손이 자랑스러웠다. 자신의 타락을 정화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오히려 분에 넘치는 이였다. 타락한 선조를 내려다보는 바르텔로는 혐오도, 분노도 아니라 그저 연민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바르텔로는 선조와 리멤브란서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놀람을, 그리고 그 뒤에는 크나 큰 고통을 느꼈다. 오염된 드레드노트와 워프게이트를 연 미등록 싸이커, 그런 존재가 안전할 리 없었다. 이 평화로운 별에 언젠가 또 재앙의 문을 열어버릴지도 모르는 이를 살려둘 수는 없었다. 바르텔로는 고통스런 얼굴로 선조와 선조에 안겨있는 처녀를 바라보았다. 이 별에 와서 만난 가장 소중한 존재들을 둘이나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니. 드레드노트는 입을 열었다. 


[불민한…선조가…. 아버지 불칸을…너희들을 수치스럽게 했구나….]


타버린 복스케스터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잡음이 가득 섞여있었고, 아스타르테스의 개량된 청각으로도 듣기 힘들만큼 작았다. 그러나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바르텔로는 고개를 숙였다. 바르텔로는 선조가 한순간 타락했을지언정, 스스로의 목숨까지 버려가며 악마를 처단하는 모습을 보았다.


“선조시여, 그렇지 않나이다.”


[악…마…에게 오염된…몸이니라. 너희들에게 선조라…불릴 자격조차 없구나. 그저…반역자라고 불러다오.]


“그러지 않겠나이다. 존경하는 선조시여.”


[리멤브란서는…. 살아있노라. 잘…돌봐주거라. 그림은…. 폐하의 그림은…이 근처에…. 타버렸겠구나, 안타깝게도…. 리멤브란서가 다시 그려준다면… 좋겠구나.]


바르텔로는 참담한 기분 속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차마 리멤브란서를 그와 함께 정화할 생각이라 말하지 못했다. 선조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지켜낸 아이를 죽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는, 죽어가는 이에게조차 진실보다 거짓이 나으리라 생각하면서.


쿨럭 거리는 기침소리. 바르텔로는 본능적으로 드레드노트의 숨이 끊어져간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생명을 보존해주던 악마가 사라진 이상 바스통은 천칠백 년 동안 죽지 못한 시체에 불과하다. 억지로 살아있는 매분, 매초가 지옥 같은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당기려던 방아쇠는 드레드노트의 조용한 제지에 멈춰 섰다. 


[염치…없지만…속죄…할 기회를 주…겠느냐?]


“기도할 시간을 드리겠나이다. 선조시여.”


상처투성이들인 스카웃들이 고개를 숙였다. 몇몇은 극심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꿇고 손을 가슴에 모았다. 드레드노트는 힘겹게 기도를 읊었다. 조심스럽게 하나 남은 사지 위에 처녀를 눕혔다. 두근, 두근, 두근. 아다만티움과 세라믹 장갑체 위로, 처녀의 작은 심장고동이 울려, 드레드노트를 감동케 한다. 작은 심장박동, 그 소리 하나를 지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바스통은 만족했다. 천칠백 년의 기다림을 납득했다. 


폐하, 그동안 당신께 제 기도에 대답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던 것을 용서하소서. 당신의 대답은 이리도 가까이에 있었나이다. 이 처녀가, 이 별이, 이 제국이 당신의 답이었나이다. 제가 헌신의 무게를 지고 걸어가야 할 이유였나이다.


[이…아이에게…삶을 주소서. 이 불민한 것은…결코 만들지 못할…노래를, 그림을, 부르고 그리며 살아가게 하소서. 삶으로 당신을 찬미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생명의 무게를 지게 하소서. 마지막의…마지막에, 이 불경한 것에게…지킬 가치가 있는 것을…지킬 수 있게 해주셔서…감사하나이다. 테라에 계신 분이여, 아버지…불칸이시어….]


메마른 총성이 울렸다. 드레드노트의 쪼개진 장갑판 사이로 단 한발의 볼터탄이 파고들어, 이천년의 시간을 걸어온 전사는 마침내 등에서 헌신의 무게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볼터가 이윽고 방향을 바꾸어, 드레드노트의 품에 안긴 처녀를 겨누었다. 그 총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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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브란서 카데는 꿈을 꾸었다.


용과 화염의 별에서 제련된 천사들이, 이 따분한 여름의 행성에 찾아온 뒤로 줄곧 꾸던 꿈. 보라색이 악마와 강철의 전사가 서로에게 맹렬하게 달려들던 꿈.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간 꿈을 꾼다. 워프가 보여주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본다. 별들과 별들,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끝없이 싸우는 전사들의 이야기를.

황제의 천사들, 황제의 방패들, 황제의 딸들, 인류의 수호자들의 꿈을. 그들은 평원에서, 초원에서, 사막에서, 극지에서, 우주의 진공에서, 이마테리움의 환상 속에서 싸웠다. 베고, 쏘고, 두들겨 부수고, 찢기고, 녹아내려, 덧없이 사라졌다. 잊혀져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헌신을 지다 잊혀져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짐을 짊어 매는 이들이 있었다. 죽음을 한번 맞이하고도 강철의 관 속에 스스로를 묶어, 다시 한 번 죽음과 마주할 때 까지 싸우는 이들. 가장 무거운 짐을 진 이들. 드레드노트들. 

워프의 환상 속에서, 카데는 그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잊혀지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카데는 눈을 떴다. 가느다란 팔이 힘겹게 올라와 뺨을 쓰다듬는다. 고통에 바닥을 긁어대느라 손톱이 다 빠진 손이 지독하게 아프다. 흉터 가득한 몸 아래, 억지로 다시 짜맞춰진 내장기관이 지르는 비명이 낯설다. 구토감이 몰려와 구역질을 해보지만 속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콜록거리던 카데는 한참 후에야 자신이 있는 장소를 볼 수 있었다. 조금 어두컴컴한 방이다. 후미카-2에서는 익숙치않은 어둠. 벽 곳곳에 파인 구멍 안에서는 양초가 타고 있다. 기침을 하며 주변을 둘러본 카데는 방 구석에 자신의 것인듯한 화구가 쌓여있는 것을 본다. 그것들에게선 희미한 재 향기가 났다. 바싹 마른 입술을 매만지며 카데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여기…어디지….”


“일어났는가. 리멤브란서.”


낮은, 장중한 목소리가 들려, 카데는 흠칫 놀라 얼굴을 돌린다. 어두컴컴한 방에서도 가장 구석진 어둠, 그곳에 아스타르테스 하나가 앉아있었다. 샐러맨더 특유의 석탄 같은 피부 덕에, 그 거구에도 불구하고 카데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카데는 한참을 멍하니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 아스타르테스가 중대장 바르텔로임을, 그리고 그의 팔이 하나 없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바르텔로님…? 팔이…왜….”


바르텔로는 쓰게 웃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몸은 괜찮으냐.”


“…아파요. 엄청.”


힘없이 대답한 리멤브란서는 몸을 일으키려다, 실패하고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다. 바르텔로는 일어서더니 한손만으로 능숙하게 처녀를 안아 올렸다. 품 안에서 카데가 작게 중얼거렸다.


“꿈속에서…. 바스통님을 본 것 같아요. 바스통님 같은 분들을 본 것 같아요.”


카데를 안은 채로 방을 걸어나가던 바르텔로는 잠시 멈추었다. 잠시의 침묵 뒤에, 아스타르테스는 대꾸했다.


“그랬느냐.”  


“전쟁을 본 것 같아요. 싸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너무 슬퍼서…. 그렇게 나이 드셨으면서도 계속 싸우셔서…울었던 것 같아요.”


“그랬구나.”


“봤어요. 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스타르테스님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무슨 전쟁을 해왔는지, 앞으로 해야할지…. 봤어요.”


카데를 안아 든 바르텔로는 이윽고 카데가 처음 보는 긴 복도에 들어섰다. 희미하게 양초로 밝혀진 장대한 복도였다. 카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대체 여긴 어딜까. 후미카-2의 어떤 건축물도 이 복소에 비하면 허술한 초갓집 같을 것이다. 대도시의 대로 같은 복도의 벽면마다 빼곡히 그려진 부조들은 아름답고, 슬펐다. 그것들은 전쟁을 묘사하고 있었다. 부조에 새겨진 영광된 이름들은 전사자들의 이름이었다. 사이사이 걸려있는 무구와 갑주들은 전사자의 것이었다. 바르텔로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기술과 과학의 힘은 잊어라, 너무나 많은 것들이 사라졌으며, 두 번 다시는 배울 수 없게 되었다. 진보와 이해에 대한 약속은 잊어라, 오로지 전쟁만이 있을 뿐이니. 우주에는 더 이상 평화가 존재치 않으며, 오로지 영원한 살육과 학살, 그리고 목마른 신들의 웃음만이 있을 뿐이다.”


카데는 그 문장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에 고개를 숙였다. 


“슬픈 말이네요….”


“아버지 불칸께서 하신 말씀이로다.”


바르텔로는 계속해서 걸었다. 끝없이 이어진 전사자들의 기록이 리멤브란서와 아스타르테스의 옆으로 흘러갔다.


“우리의 우주는 전쟁이로다. 행성 너머, 성운 너머, 섹터를 넘어서 있는 것은 오로지 전쟁뿐이노라. 길고도 길었노라. 잔혹하고 급박하노라. 전사자들조차도 미처 안식하게 허락하지 못할만큼, 천년이 넘도록 계속 싸워야했던 이도 있노라. 우리 아스타르테스가 만들어진 이유가 그것 때문이노라. 드레드노트를 만든 이유도, 그것때문이노라. 제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 그것은 괴로운 일이노라. 같은 짐을 진 나조차도 드레드노트 형제들의 고통을 짐작할 수는 없노라.”


“바스통님…같은 분들이군요….”


바르텔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감히 선조 바스통 형제를 용서하겠노라. 그 형제는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은 긴 세월 동안 겪어왔노라. 누군가는 그가 흔들리고 유혹에 넘어간 것은 참멸해 마땅할 죄일지도 모르나,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노라. 바스통 형제는 결국 폐하의 길로 다시 돌아왔느니, 다른 누구도 아니고 스스로의 의지로 그리하였노라. 나는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이 선조를 존경하겠다.”


카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르텔로를 올려다보았다.


“폐하의 길? 바스통님은…. 어떻게…?


“전사하셨노라. 명예롭게.”


짧은 대답. 카데의 입술이 떨렸다. 리멤브란서는 입을 열어 말을 꺼내려다, 목이 타는 것처럼 뜨거워져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아스타르테스와 리멤브란서는 침묵 속에서 걸어나갔다. 이윽고 복도가 거대한 홀로 바뀌었다. 카데가 지금껏 보아왔던 그 어떤 건축물보다 거대한 그 공간은, 까마득한 높이를 떠받치는 열주들과, 그 열주에 세겨진 동상들, 그리고 한없이 투명한 유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유리 너머로 카데가 늘 상상해왔던, 그러나 한번도 실제로 보지는 못했던 것이 펼쳐져 있었다.

카데는 숨을 삼켰다. 그녀는 우주에 있었다. 암청빛의, 끝없이 광활한 공간. 보랏빛 성운의 우아한 점멸. 때때로 스쳐지나가는 유성들의 환희에 찬 명멸. 밤바다에 뿌려진 버려진 보석 같은 별들. 전쟁만이, 목마른 신들의 웃음소리만이 가득하다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공간, 인류의 제국. 투명한 벽들은 우주의 빛을 그대로 내부에 받아들여, 홀을 그 빛깔로 물들이고 있어, 마치 카데는 우주에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푸른빛의 별이 떠있었다. 그 별은 찬란했다. 두 개의 항성은 그 행성에 무수한 생명이 자라나도록 보살폈고, 수천, 수만년 동안 그 별에서는 생명이 번창했다. 아그리월드, 후미카-2.


“여기는…. 아스타르테스님들의 배군요.”


바르텔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슬라네쉬의 워프게이트를 연 미등록 싸이커, 카데는 이제 그 행성으로 돌아갈 수 없다. 원래대로라면, 그녀는 이 함선에 있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태워 정화해, 한줌 잿더미로 남아있어야 했다. 그러나 바르텔로는 그러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저 바스통이 마지막 숨과 바꿔 구해낸 처녀마저 죽일 수는 없었다. 설령 이 일로 이단심문을 당할지언정, 바르텔로는 그녀를 데려갈 생각이었다. 녹턴으로, 바스통 형제가 그리도 돌아가고 싶어하던 샐러맨더들의 고향으로. 그곳에서 그녀는 비록 통제된 삶일지언정, 폐하께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부디 용납해주소서, 폐하. 잿더미는 당신께 아무런 봉사를 할 수 없지 않나이까. 저 바스통 형제의 마지막 기도였나이다.


카데는 내려달라는 듯이 힘없이 손을 부여잡았고, 바르텔로는 무릎을 굽혀 그녀를 내려주었다. 두 다리로 서있기도 힘든 듯,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바르텔로에게 기대어 서있었다. 멀어져가는 아그리월드를 바라보며 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항상…. 따분한 곳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정말 예쁘네요.”


“폐하의 백성이 기거하는 곳은 모두 아름답노라. 은총이 거하는 곳이니까.”


“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렇노라.”


“저는 돌아갈 수 없나요?”


“미안하구나.”


카데는 희미하게 웃었다. 항상 지긋지긋한 별, 떠나고 싶은 별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부터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그리워, 스스로가 우습다. 


“바스통…님을 보고 싶어요. 여기 계시나요?”


바르텔로는 말없이 홀을 떠받치는 기둥 중의 하나를 가리켰다. 녹턴에서 가져온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그 기둥들의 높이는 어림잡아도 백 미터는 넘을듯했다. 그 기둥 하나하나에, 샐러맨더들의 전사자들의 부조가 새겨져 있었다. 암타네아의 방패 시델로, 불굴의 막시쿠스, 틸로아의 대장장이 레갈테. 그리고 가장 최근에 새겨진 이는 그 기둥의 가장 밑단에 새겨져있었다. 카데는 무릎을 꿇고 그 부조를 만졌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흑요석은 묘하게 따스했다. 그곳에 적힌 이름은 짧았다.


헌신의 바스통.


부조는 드레드노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괴수와 악마를 쪼개고, 으깨는 모습으로 그려진 다른 전사자들과 다르게, 그 드레드노트는 가만히 앉아있는 얌전한 모습이었다. 그 위에는 섬세한 솜씨로 자라난 풀잎과 들꽃이 새겨져있다. 조금 더 손가락으로 더듬어 본 카데는 부조의 양쪽에 작은 그림이 더해져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나는 정방형의 연이었고, 다른 하나는 황제의 초상화였다. 그녀가, 리멤브란서 카데가 바스통에게 준 선물들이었다. 목이 매여 오는 것을 느끼며 카데는 바스통의 묘비를 쓰다듬었다. 


“불칸께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제국을 보고, 오로지 전쟁뿐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당신들을 만드셨다고…. 아스타르테스들이 존재한다고…. 그저 싸우고 지키다 잊혀지기 위해서…. 제국의 방패가 되기 위해서…. 그래도, 그 분을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죽으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살라고, 싸우라고 말씀하셨어요.”


부조의 쪼개진 장갑 사이로, 감긴 눈이 보였다. 오랫동안 햇빛을 받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피부는 검었다. 바스통은 불칸의 아들이었으니까. 열기와 화염의 행성인 녹턴에서 제련된 전사였으니까. 카데는 틈새로 손을 뻗어 녹턴의 아들의 뺨을 만졌다. 리멤브란서는 조용히 흐느꼈다.


“제가 기억할게요, 바스통님. 십년이 지나도…. 백년이 지나도…. 천칠백년이 지나도, 저는 당신을 기억할게요. 바스통님이 지고 있던 무게를 기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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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행성 세박타니-3

하이브 월드->무덤행성

인구수-200,000,000(전쟁 전)

십일조 등급: 없음

등급: EW120-X003


갱신된 현 상황(776.M32)

행성 내 성체 상태의 타이라니드: 16억 개체 이상(관측치)

행성 내 각성 상태의 네크론: 백만 이상(추정치) 

행성 내 생존 상태의 인류: 없음


데스와치 공습선 코르부스 블랙스타 ‘카르타고’에겐 운수가 좋은 건지 나쁜건지 햇갈리는 날이었다. 미익의 끝이 외계애벌레들에게 파 먹혔고, 엔진 속에는 발톱과 이빨이 가득 박혀있었으며, 주익은 가우스 에너지에 의해 깔끔하게 관통되었다. 기체 정비의 시점에서 보자면 정말이지 끔찍하게 재수 없는 날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그 꼴을 하고서도 모선의 격납고에 돌아올 수 있던 것은 에누리 없는 행운이다. 타이라니드 포식자들과 네크론 불사자들이 바글거리는 행성에 착륙했다가 그 정도의 손상만을 입고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하긴, 애초에 이런 거친 잠입비행은 괴짜 인퀴지터가 억지로 밀어붙인 작전이 아니었다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제노스와 제노스의 전투를 관측하고 샘플을 가져오라고? 도대체 무슨 취향이란 말인가. 결국 ‘카르타고’의 기계령은 이 모든 것이 인퀴지터 때문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투덜거리면서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


코르부스 블랙스타의 엔진이 꺼지자 데스워치 요원들은 한명씩 격납고로 내려왔다. 네크론들과 타이라니드들이 서로를 죽이며 날뛰는 행성에서 돌아온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게 그들은 모두 험악한 인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암녹색 갑주를 입은 터미네이터가 가장 특이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격납고에서 기다리고 있던 인퀴지터 라엘은 뻔뻔스런 미소를 지으며 데스와치들을 환영하다가, 샐러맨더 출신의 버네칸 요원이 품에 안아들고 있는 것을 보고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아스타르테스 버네칸, 그건 뭐지?”


녹색 거인의 품 안에는 소녀가 안겨있었다. 열너댓살이나 먹었을까, 덩치가 워낙 조그마해, 터미네이터 아머를 두른 버네칸에게 안긴 모습이 꼭 애완견 같았다. 그 아이는 피곤에 지친 듯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버네칸은 보면 모르겠냐는 태도로 대꾸했다.


“보시다시피, 생존자입니다. 인퀴지터 라엘.”


“생존자라고? 대단한걸! 세박타니-3에서 온 것이 맞나?”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로는 유일한 생존자로 사료됩니다만.”


버네칸은 미심쩍은 얼굴로 지나치게 반색하는 키 작은 인퀴지터를 노려보았다. 이 괴짜 인퀴지터가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면 뭔가 원하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음, 그래, 지금까지 살아남았단 말이지? 혼자서? 감염체인 것은 아닌가?”


버네칸을 위시한 데스와치들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인퀴지터는 아무래도 황제의 백성을 구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 연구실에 집어넣을 연구과제가 생겨서 좋아한 게 분명했다. 최근에야 제국에 그 동향이 알려진 타이라니드들의 역겨운 기생체 진스틸러들은 민간인 사이에 침투하는 생명체였고, 인퀴지터 라엘은 그 생물들에게 열광적인 연구태도를 보이는 중이었다. 그러고보니 지난번 작전 때에는 진스틸러를 생포해오라고 때까지 썼었는데, 오르도 제노스의 인퀴지터 사이에서도 그 태도는 조금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수근거릴만큼, 하여튼 인퀴지터 라엘은 굉장한 괴짜다.


“블랙스타의 의료기로 간단히 조사해봤습니다만, 이 아이는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인퀴지터 라엘. 이 아이는 순결한 황제의 백성입니다.”


“하지만 말일세, 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진스틸러 감염은 굉장히 섬세하고 은밀하다네. 역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겠나?”


버네칸은 한숨을 쉬었다. 세상모르고 잠들어있는 세박타니-3의 유일한 생존자의 시련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라엘은 명목상 상관이라지만 정말이지 상대하기 싫은 작자다. 그 아래에 있는 아스트로패스가 중재자 역할을 해주지 않았다면 진즉에 언쟁을 일으켰을 지도 모르는 일…. 


버네칸은 눈을 빛냈다. 그래, 그녀가 있었군.


“인퀴지터 라엘, 그렇다면 그대의 아스트로패스를 부르는 게 어떤지요? 그녀는 뛰어난 싸이커고, 훌륭한 판별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퀴지터는 당황한 듯 눈을 깜박거렸다.


“그…렇군. 하지만 말일세, 그녀는 지금 통신으로 바쁠지도 모르네만…. 역시 내가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무리 봐도 수집품을 포기하지 못하는 눈치라, 버네칸은 가볍게 비아냥거렸다.


“아스트로패스가 아무리 바쁘다한들 인퀴지터보다 바쁘겠습니까?”


점잖게 말했지만 누가 들어도 가서 일이나 하라는 뜻이다. 결국 인퀴지터 라엘은 스컬프로브를 불러 아스트로패스를 호출했다. 샐러맨더 출신이란, 어쩌구하면서 궁시렁대긴 했지만, 라엘도 결국엔 능력과 효율성으로 인정받은 오르도 제노스의 인퀴지터인 것이다. 데스워치들이 각자의 정비를 위해 흩어지는 사이, 버네칸은 소녀를 소중히 품에 안은 채 아스트로패스의 통신실로 향했다. 오르노 제노스 소속 특수 공작함 ‘검은 말벌’의 통신실은 특별하다. 네크론들의 전파 왜곡이나 하이브마인드의 그림자조차도 단거리라면 뚫고 통신이 가능한 최신 시설인 것이다. 물론 그 위엄이 부각되는 일은 많지 않은데, 왜냐하면 그 통신시설의 책임자인 아스트로패스가 어떤 의미로는 그의 고용주인 인퀴지터보다도 더 괴짜인 탓이었다. 다른 의미로 말하자면, 그 정도의 괴짜였기 때문에 인퀴지터 라엘이 받아들인 싸이커라 할 수도 있었다.

수많은 전선과 철골이 엉켜있고 곳곳에서 스파크가 튀는 통신실에 들어서자 그 한가운대 다리를 꼰 채 앉아있는 아스트로패스의 뒷모습이 보였다. 버네칸은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인퀴지터의 이야기는 들었겠지, 아스트로패스. 이 소녀의 순결을 증명해다오.”


의자가 빙글, 돈다. 장난기 가득한 눈과 입술이 데스워치를 바라본다. 


“아, 버네칸님! 얘기는 들었어요. 근데 뒷부분은 엄청 야하게 들린 거 알아요?”


발랄하고 유쾌한 목소리. 버네칸은 쓰게 웃었다.


“장난은 삼가게, 아스트로패스 카데. 이 아이가 외계생명체에 감염되었는지 확인을 부탁하네.”


추수기의 밀밭 같은 금발이 발목까지 내려오는 아스트로패스는 빙긋 웃었다. 


“이리 주시겠어요?”


버네칸은 소녀를 아스트로패스에게 안겨주었다. 그 서슬에 소녀는 꿈지럭거리다 눈을 뜬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금발에 감싸인 소녀의 얼굴에, 아스트로패스 카데는 마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성녀처럼 보였다. 아이의 얼굴이 의아함에 물든다. 카데가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 지었다.

 

“안녕, 아이야. 나는 카데. 아스트로패스 카데. 이름이 뭐니?”


세박타니-3의 마지막 생존자는 카데의 얼굴을 한참이나 올려다보더니, 간신히 입을 열어 대꾸했다.


“토히….”


“그래, 토히. 만나서 반가워.”


소녀는 멍한 눈으로 손을 뻗어, 아스트로패스의 목에 달린 금속 기관을 만지작거렸다. 사이커 통제용으로 장착된 그 구속구는 유사 시에는 폭발해서 경추를 날려버리는 용도였다. 그러나 아스트로패스 카데가 그 구속구를 넉살좋게도 치장하는 데 시간이 생길 때마다 투자한 덕분에, 아이의 눈에는 장신구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목걸이….”


“아, 이거? 예쁘지? 토히도 하나 줄까?”


“싫어. 이상하게 생겼어.”


“아. 나 상처받았다. 이래 뵈도 예전엔 리멤브란서인데.”


카데가 희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자, 소녀는 이윽고 눈을 감았다. 도로 잠든 것일까, 아니면 사이킥으로 다시 재운 것일까. 버네칸은 묵묵히 그녀들을 들여다보았다. 잠시 소녀를 안고 부드럽게 흔들던 카데는 버네칸에게 그녀를 돌려주었다. 턱을 괴고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등을 기댄 카데가 속삭였다. 아이를 깨우기 싫은 모양이었다.


“특이사항이 하나 있는 것 빼고는 건강한 아이네요.”


“특이사항?”


“귀엽잖아요. 엄청.”


버네칸은 잠시나마 긴장했던 자신이 한심해져, 잠시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고개를 숙이곤 물러나려 했다. 카데가 입을 열어 그를 멈춰 세웠다. 돌아본 눈에 비친 그녀는 어딘가 그리운 얼굴로 웃고 있었다.


“잠깐만요, 버네칸님.”


“무슨 일이라도?”


“그냥, 보고 싶어서요. 샐러맨더들은 항상 아이를 안고 돌아오는 것 같다니까요. 나도 그렇게 처음 우주에 왔었고.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들어서.”


버네칸과 카데는 잠시 서있었다. 문득, 둘 사이에 삭막한 통신케이블로 가득 찬 방이 아니라, 미풍에 흩날리는 풀잎이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보인 것 같았다. 아스트로패스는 엷게 웃었다.


“버네칸님?”


“왜 그러는가, 아스트로패스 카데.”


“아직도 가끔 저는 그분이 그리워요. 이상하죠. 천칠백년을 살아온 전사를, 고작 한달 정도 만난 여자가 그리워한다는 건.”


“한번도 만나지 못한 폐하를 만년간 그리는 제국이 있는데 무엇이 이상한가?”


“어머.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카데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만 통신을 재개해야겠다며 손을 흔드는 아스트로패스를 뒤에 두고, 터미네이터는 통신실을 나왔다. 그의 등 뒤로 가느다란 노랫소리가 들렸다. 


=============================================================================


영원한 녹색의 별이 있었다.

여름이 끝나지 않는 행성이었다. 별 위에 사는 이들은 계절을 들꽃의 색깔로 구분했다. 분홍빛 꽃잎이 흔들리면 봄, 타는듯한 붉은 색이라면 여름, 요염한 자줏빛이라면 가을. 겨울은 없었다. 그 행성에는 항상 푸른 초목이 자라고, 개미와 흰개미들이 위대한 왕국을 세우고 멸망시키고, 황금빛의 밀밭이 까불거리는 바람에 몸을 누이고, 거대한 나무들이 느리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키를 키워나갔다. 


여자는 꿈을 꾼다. 항상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별의 꿈을. 항상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던 별의 꿈을 꾼다. 너무 지쳐버린 전사와 만났던, 그러나 끝내 긍지를 다시 짊어 매고 걸어갔던 전사와 만났던 별의 꿈을 꾼다.


황금의 도로, 먼 테라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빛의 길을 따라 헤엄치며, 아스트로패스 카데는 웃으며 속삭이고, 노래 불렀다. 


들리나요, 바스통님? 저는 여기에 있어요. 


포도 넝쿨이 구르는 언덕에서

밀밭이 까불거리는 평야에서


아마를 짜자, 다가올 저녁을 기다리라

기다려 온 당신을 위해 아마를 짜자


아침이 올 때까지

아침이 올 때까지


끝.


=============================================================================


후기


에필로그의 이야기 시점은 헌신의 무게 본편이 끝난 뒤 한참 후의 일. 


읽어본 분이 있으면 좋겠는데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508932&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16억 이 단편의 소녀가 구출된 후의 이야기임.


헌신의 무게에 나온 신병 버네칸이 데스워치 베테랑 버네칸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해보면 꽤 오랜 후의 일일듯함.


카데는 원래 그냥 죽여버릴 작정이었는데(애초에 죽이려고 만든 캐릭터였고) 스다보니 나도 애정이 생겨서 무리수 좀 써가면서 억지로 살렸음. 목에 폭탄목걸이 붙어있긴해도 유능한 아스트로패스니까 나름 행복하게 살듯.


뒤로 갈수록 어째 중구난방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끝은 냈네. 다음 편은 임나 이야기를 쓰고싶다. 임나 설정 하나도 몰라서 문제지만.


지금까지 읽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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