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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갤문학-폴 언니(2)

청띠제비나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1.01 21:14:24
조회 876 추천 1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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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농사짓는 건 너무 힘들어요.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계속 생기니까요. 

이럴 땐 내 남동생 휴즈가 정말 짜증나요. 3살이라고 농사도 안 짓고, 맨날 마루에 누워서 잠만 자니까요.

그리고 엄마 아빠는 남동생만 좋아하고... 아, 여하튼 그날도 잡초를 뽑고 있는데 밭 길로 웬 군인 하나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더니 저희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아빠는 빨리 우리보고 허리를 숙이라고 했어요.

"이봐! 파울 양의 집이 어디인지 아나?"

"파울이랍시구요? 그런 사람은 없는 거 같은데유.."

그 기사는 더워서 짜증이 났는지 한숨을 푹 쉬었어요. 그런데 나도 언제까지 허리를 굽혀야하는 거지요? 허리가 끊어질 거 같아요.

"꼬맹아. 허리 좀 그만 펴라. 할머니니? 에이 관아까지 귀찮게 가야겠네."

그 군인 아저씨는 날보고 낄낄 거리더니 말을 타고 휭 가버렸어요. 그 바람에 모래바람이 아버지를 우스꽝스럽게 덮쳤지만요.

아빠는 군인에게 욕을 했어요. 물론 안들리게요.

"에이 빌어먹을 인형병사들같으니.. 에잉 빌어먹을.. 제니? 뭘 멍하게 서있어? 빨리 잡초나 뽑아!"

괜히 나한테 승질낸다니까요. 엄마 말이 맞아요. 남자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원숭이라구요.

여하튼 잡초 뽑기는 1시간 뒤 끝났어요. 허리가 지끈거려서 걸어올 때 비틀거리면서 오긴 했지만요. 

난 또 아빠 눈치를 봤죠. 왜냐면 아빠가 중간에 마을 술집에 갈 수 있거든요. 그러면 나도 몰래 폴 언니 집에 갈 수 있겟죠?

다행이 아빠는 나보고 먼저 집에 가라고 했어요. 나는 신나서 폴 언니 집 쪽으로 뛰어갔어요. 오늘따라 폴 언니가 보고 싶었어요. 

아마 가면 더워서 고생했다면서 이상한 '콜라'란 물도 주겠죠?

중간에 가는 길에 에리를 만났어요. 우물 앞에선 페터도 만났구요. 우리 셋 다 같은 생각을 하다니. 가끔은 신기하다니까요.

그런데 폴 언니 집에 오늘따라 사람들이 우글우글했어요.

그런데 문 앞에 사또님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 뚱뚱한 몸매는 멀리서도 알아차릴 수 있다구요. 마을에서 유일하게 뚱뚱한 사람이니깐요.

그 옆에 있던 생쥐같이 생긴 이방님이 우릴 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쳤어요.

"이놈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와! 썩 집으로 가지 못해!"

뚱뚱한 사또님도 큼큼 거리면서 우릴 짜증나는 표정으로 노려봤어요. 

그때 폴 언니의 집이 덜컥 열리더니 어떤 사람이랑 같이 나왔어요. 그 사람은 오늘 낮에 아빠에게 모래바람을 던지고 간 그 인형병사였어요.

폴 언니는 뭔가 굉장히 심각한 얼굴이었어요. 예전에 우리 마을에 홍수가 나서 밀이고 쌀이고 다 쓸려버렸을 때 짓던 표정이었지요. 

그런데 사또님이랑 이방님이 우리가 사또님에게 늘 했던 거처럼 폴 언니에게 굽신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귀하신 분을 몰라뵈서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송구하지만 모쪼록 수도까지 즐거운 여행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여기.."

사또님이 이방을 툭 치자 이방님이 소매속에서 돈주머니를 꺼냈어요. 

"푼돈이지만..."

"즐거운 여행은 아닌 것 같네요. 그나저나 이럴 돈 있으면 여기 사람들 원두막이나 지어주세요... 민원이 벌써 몇개월 째인데 아직도... 어? 얘들아!"

폴 언니가 우릴 향해 웃으며 손짓을 했어요. 언니는 한쪽 무릎을 꿇곤 우리 눈을 마주봤어요. 늘 똑같이 웃는 얼굴이었지만 언니의 하늘색 눈동자가 약간 떨리고 있었어요. 분명해요!

"어떡하지. 오늘은 아니 당분간은 너네들에게 과자를 못주겠구나..."

"폴 언니 어디가요?"

"혹시 임금님 만나러 가는 거에요?"

폴 언니가 낮게 웃었어요. 그리고 다시 일어났어요 

"그래 임금님이 불러서 말이야..."

페터가 또 철없게 끼어들었어요.

"폴 누나! 그럼 임금님에게 우리 아빠가 이 대륙 최고의 농사꾼이라고 말해줘요! 아빠가 늘 그랬단 말이에요."

"그래그래, 절대로 안 까먹을게."

그때 옆에 서있던 인형병사가 헛기침을 했어요. 

"흠흠, 파울 양 이제 가봐야겠습니다. 벌써 해가 지고 있어요. 밤에 여섯발 호랑이라도 덮치면..."

"그래요.. 가봐야겠네요. 얘들아 더워도 좀만 참으렴. 좀있으면 이 행성에 우기가 오잖니..."

폴 언니는 그 인형병사와 말을 타고 마을 밖으로 멀리멀리 사라졌어요.   

우리는 서글프게 집으로 돌아갔어요.



다음화부터 본격적일듯.

워햄40k 냄새가 너무 안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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