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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테저렉트 미궁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4.205) 2016.12.30 12:39:31
조회 1641 추천 43 댓글 10

트라진은 막사 안에 비치된 파이프 의자가 마치 자신의 왕좌인 것만이냥 팔짱을 끼고 느긋히 등받이에 기대 허리를 펴고 있었다. 금속 몸을 가진 네크론이 안락감이라는 것을 만끽할 리는 없었고, 이 행동은 단지 그가 얼마나 그의 '육신을 가진' 임시 동맹군의 생활 양식과 사회적 신호에 친숙한지를 보여주기 위한 과장일 뿐이었다.

트라진이 자세를 바꿀 때마다 손목에 걸린 황제교단의 로자리우스가 미약한 빛을 내뿜으며 짤랑거렸다. 전술 지도로 수북히 덮힌 연회장의 만찬상만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의 맞은편에 앉은 제국 인사들 - 로드 제너럴과 챕터 마스터들, 아크마고스, 인퀴지터, 워치 캡틴 등 - 은 시선이 물리적 질량을 가졌다면 당장 이 오만한 제노스를 분자 단위로 으스러뜨릴 만한 살기어린 눈빛으로 트라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옆에 선 카노네스는 로자리우스가 짤랑거릴 때마다 살갖이 산 채로 도려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제국 성인의 유물이 저 외계인의 노리개로 쓰이고 있는지 그녀는 알 길이 없었다. 허리춤의 볼트피스톨 위에 놓인 그녀의 파워아머 건틀릿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대조적으로 트라진의 양 옆에 서서 고대의 석상마냥 워사이드를 엇갈리게 치켜든 그의 네크론 경호병들은 당장 볼터 세례가 쏟아지더라도 미동조차 하지 않을 기세로 트라진의 뒤를 지키고 있었다. 이 경호병들이 아무리 위엄이 서슬퍼렇다 해도, 단 두 기의 호위만을 동행한 채 제국군 사령부로 걸어들어온 네크론 군주의 행동은 만용이라는 말이 모자랄 정도의 정신나간 행동이었다.

트라진은 이 코른의 신도라도 잠시 멈칫할만한 살기어린 분위기를 어느 정도 즐기는 듯 했다. 이윽고 그는 천천히 말문을 띄었다.

"그대들에게 전할 선물이 있소."

세 개의 구체가 책상 위에 놓였다. 칠흑같이 검은 색의 구체들은 하나하나가 사람의 주먹만 했으며, 한가운데에는 스위치같아 보이는 동그란 원이 파여 있었다. 거의 평생을 네크론과 싸워온 워치 캡틴도 이 물건의 정체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왼편에 선 아크마고스도, 오른편에 선 오르도제노스의 인퀴지터 로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이 늙은 트라진이 늑대의 군주, 까마귀의 군주, 초고리스의 군주에게 드리는 보물이오."

호명된 세 챕터마스터들은 잠시 시선을 교환했다. 침묵을 깨고 위대한 늑대의 군주, 로간 그림나르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이게 뭐지? 해명해라. 외계인."

"한번 써 보시면 알게 될 거요. 답을 아는 비밀은 재미가 없지."

트라진의 자신만만한 선언에 대한 대답을 한 건 레이븐 가드의 챕터마스터 카이반 슈라이크였다.

"제국 함대의 포문 절반이 네 월드 엔진을 조준하고 있다. 어떤 헛수작이라도 부린다면 너와 네놈의 우주선을 전부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

네크론 군주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참으로 인간다운 도발에 초고리스의 군주 코사로 칸은 파워 세이버를 쥔 손아귀에 힘을 꽉 주었다. 앙다문 이빨 사이로, 그의 대답이 새어나왔다.

"네놈들은 죄다 머리 한군데 나사가 빠진 것 같은 행동만 하는군. 좋아, 그 선물이란 걸 한번 써 보도록 하지."

로간과 슈라이크, 코사로 칸은 트라진에게 검을 겨눈 채 자신들의 앞에 놓인 구체를 하나씩 집어들었다. "조준!" 로드 제너럴의 명령에 철컥! 소리와 함께 작전실 안의 모든 총구가 트라진을 향해 돌려졌다. 가장 용맹한 워보스라 해도 잠시 당황할만한 상황에 놓인 상태에서도 트라진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분명히 깜짝 놀랄거요."

트라진의 충고를 무시하고, 로간은 손 안에서 구체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구체의 정가운데에 원형으로 금이 파인 것 말고는 아무런 장치 비슷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 속으로 각오를 다지며, 로간은 원형 스위치를 꾹 눌렀다.

그 순간, 구체는 번쩍 빛남과 동시에 5.5미터 크기의 거대한 인간형태를 띤 무언가로 화했다. 전원의 방아쇠가 반쯤 당겨진 상태에서도 트라진은 유유히 이 서프라이즈를 즐기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전원의 코에 동물 냄새와 알콜의 악취가 훅 하고 풍겨왔다. 바닥에 엎드려있는 더러운 금발머리의 거인은 코를 드르렁거리고 있었으며, 그가 입은 구형 파워아머는 걸레짝이 된 늑대가죽에 반쯤 덮혀 있었다. 그의 옆에 놓인 스페이스 마린 키만한 거대한 프로스트 블레이드와 액스의 칼날은 막사 바닥을 얼어붙이며 쩌저적 소리를 냈다.

초인의 두뇌로도 이해가 불가능한 몇 초간의 순간 뒤에, 로간의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쥐고있던 몰카이를 바닥에 턱 하고 떨어트렸다. 털컥, 털컥 하고 무기가 떨어지는 소리를 보아 그 자리의 다수가 로간과 같은 충격을 공유하는 듯 했다. 트라진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대들의 황제에겐 아들들이 아주 많이 있다고 들었건만..."

로간은 흐린 눈으로 그 자리에 무릎끓고 주저앉았다. 스퀴고스를 짊어진 그레친보다 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로간은 파워아머를 입은 거인을 뒤집었다.

반쯤 벌려진 입에서 침이 흐르는 러스가 입에서 지독한 술냄새를 풍기며 세상 모르게 디비져 자고 있었다. 수많은 고난 동안 간절히 바래왔던 프라이마크의 귀환이 가장 최악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에, 로간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의 옆에 어느새 다가온 트라진이 러스의 존귀한 엉덩이를 무엄하게도 온 힘을 다해 걷어찼다. 아까부터 이어진 상식을 벗어난 상황에 그 누구도 이 모욕에 대해 제때 지적하지 못했다.

트라진은 귀찮고 신경쓰이는 목소리로, 비유하자면 집 앞에 쓰러진 주정뱅이를 치우는 청소부 아주머니마냥 러스의 귀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썩을 주정뱅이 새끼야, 니네 집 다 왔어! 잘 거면 남의 툼월드 앞마당 말고 니네 집 들어가서 자!"
"아이 ...씨이...늑대의 시간.. 아직 안 왔다니까... 5분만 더..."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러스는 파워아머 사이로 손을 넣어 등을 북북 긁었다.

"테라의 옥좌시여어어어어어어!!!!!!"

로간은 절규인지 통곡인지 모를듯한 괴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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