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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 40k 엔드타임 - 홀리테라가 불타오르는 날

마사(119.70) 2017.01.06 10:23:52
조회 1830 추천 42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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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가 불타오르고- 엔드타임의 때가 도래했다.


전대미문의 규모인 카오스 대공세 앞에 제국의 방어진들은 하나하나 붕괴되었고,


불경한 의식과 함께 파일런들 또한 파괴되어 아이오브테라가 전우주로 확산되고 있었다.


홀리테라의 황궁앞에서 충실한 인류의 병사들도 고강한 초인들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싸우고 있지만,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절망을 비추는 것은 워프에 잠식되어 형형색색으로 일렁이는 하늘의 빛.


요사스럽게 빛나며 일렁이는 하늘에선 데몬들이 괴성을 지르며 말그대로 쏟아져내려오고 있다.


무한한 적들앞에서 황궁을 둘러싼 철벽같은 방어벽도 한겹한겹 파괴되고 있다.


그러나 적들중 가장 두려운 침략자는 데몬이 아니다.


"지금 승리의 때가 왔으니 시체 황제를 섬기는 머저리들을 신들에게 제물로 바쳐라!"


카오스의 힘이 넘쳐흐르는 검은 파워아머를 입고 두려운 마검 드라크니엔을 휘두르는 에버쵸즌.


아바돈이 홀리테라에 강습했다.


그 이마에는 가즈쿨이 가한 최후의 일격의 흉터가 남아 그의 얼굴을 더욱 흉악하게 만들고 있었다.



"애송이가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군!"


방어전을 진두지휘하던 리만 러스는 주변의 적을 일격에 쓸어버리고 아바돈을 향해 뛰어올랐지만


아바돈 주위에서 신기루처럼 나타난 새머리의 악마, 로드오브체인지가 쏜 자줏빛 화염에 직격당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어떤 스페이스마린이라도 뒤틀어버릴 불길 속에서도 프라이마크는 가볍게 일어섰지만 이미 코른을 섬기는 붉은 데몬들에 의해 둘러쌓인 뒤이다.


"흥." 아바돈은 코웃음을 친다.


"늙은 개는 거기서 내가 주인의 숨통을 끊어놓는걸 보고 있어라."


아바돈을 따라 나타난 카오스 4대신의 그레이터 데몬들에 의해 황궁 정문의 방어진은 삽시간에 파괴되고


아바돈은 유유히 피로 물든 계단을 올라 장엄한 황궁의 정면에 선다.


"내가 이곳에 왔으니 시체황제가 진정한 죽음을 맞이할 때가-"


의기양양한 선언을 끊은 것은 거대한 폭음.


돌아본 아바돈의 앞에 보인 것은 거대한 크레이터와 그 중앙에 있는 은색 파워아머를 입은 그레이나이트였다.


"칼도르 드라이고? 드라크니엔을 맞고도 살아남았다니 용하군. 그러나 그 상태로 뭘할수 있겠나."


아바돈은 비웃으며 턱짓을 했고 그 신호를 받아 블러드서스터가 날개를 펴고 드라이고를 향해 달려든다.


지켜보는 방어자들이 도울 틈도 없었으나. 도울 필요 역시 없었다.


드라이고의 검이 불타오르고 그레이터 데몬조차 반응하기 힘든 속도로 붉은 궤적을 그린다.


살육의 화신 블러드서스터 조차 팔에 상처를 입고 이코르를 흩뿌리며 물러선 것이다.  


"호오?"


아바돈은 흥미를 보였다.


다 죽어가는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전에 싸웠을때보다 오히려 더 검이 빨라진 것 같은데?


한편 블러드서스터는 노성을 지르며 다시 도끼를 쳐들었지만, 움직임을 멈추고 팔로 시선을 돌린다.


들어올린 팔의 상처에서 흘러 떨어지는 이코르가 허공에서 갈라지며 기화하고 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칼날에 베이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은 상처 자체도 마찬가지이다.


블러드서스터의 고함은 곧 공포에 잠식되고 그 몸조차 퍼지는 상처에 잠식되어,


몇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거대한 그레이터 데몬은 셀수도 없는 무수한 조각이 되어 무너져내리고, 바닥에 닿기도 전에 모두 증발해버렸다.


그리고 카오스 소서러들이 일제히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뭐, 무슨 일인거냐?"


아바돈에게 대답한 것은 어느새 그의 뒤로 도망온 머리둘 달린 로드오브체인지, 카이로스였다.


"불멸의 블러드서스터가 진정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저 불타는 검은 검이 아니라 불타는 우주의 조각이다.

시간이 막 시작되던 시점, 아직 생명도 정신도 워프도 없던 우주 자체를 저자가 가져온 것이다."


아바돈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드라이고가 그런걸 할수 있다고?"


"아니 그는 더이상 칼도르 드라이고가 아니다."


불길한 예감에 빠진 아바돈을 진정 섬뜩하게 만든 것은 리만 러스의 감격에 가득찬 한마디였다.


"아버지....."


돌아본 아바돈의 앞에 어느새 드라이고였던 자가 서있었으며, 그는 더 이상 은빛기사가 아니었다.


그 호칭의 기원인 은색 파워아머는 이미 금빛으로 휘황차게 빛나고 있었으며, 그레이나이트의 문양은 쌍두독수리로 바뀌어있었다.


그리고 갑옷의 몇배나 빛나는 광륜이 검은 머리 뒤에 떠올라있다.


그리고 수많은 데몬에 둘러쌓인 상황에서도 어떤 흔들림도 두려움도 없는, 호수와 같이 잔잔하며 깊이를 알수 없는 눈.


인류의 황제가 강림한 것이다.


"아 이거 차라리 잘됐군. 시체 토막내는 것보단 살아있는걸 토막내는게 재밌을테니까 말이야."


아바돈은 두려운 기색을 지우고 드라크니엔을 황제에게 겨누었다.


고대의 악마 그 자체인 칼날은 섬뜩한 괴성을 질렀지만, 황제는 시선하나 주지 않고 고요한 음색으로 말했다.


"언제까지 연극을 할셈이냐 짐승들아."


"뭐?"


"너희가 언제 나를 속이는데 성공한 적이 있더냐?"


황제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아바돈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온갖 만행을 저질러온 괴수다운 흉악한 표정과,


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싸워오며 생긴 흉터들이 녹아 지워지듯 사라졌다.


감정도 표정도 사라진, 인형의 얼굴로 변한 아바돈.


그리고 이제 인형사들이 직접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똑똑한 양반이 자기 자식들은 못챙겼지!"


"만년 넘게 뼉다구 꼴로 있다가~"


"용케도 지금 돌아왔지만 이미 늦었지."


"말해보라. 오늘 일이 있을 것도 알고 있었는지."


카오스 4대신의 한마디 한마디가 말해질때마다 데몬들이 비명을 울리며 형체를 잃고 순수한 워프에너지로 화하고 빨려들듯이 아바돈의 몸으로 모여든다.


살아남은 방어자들이 보기에 아바돈의 몸 주변은 어둠이 파도치듯 일렁이는듯 보였다.


너무도 집중된 워프에너지로 인해 아바돈 주변의 물리우주가 깨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오직 한사람뿐이었다.


"이미 보았도다."


"뭐?"


"묻지 않았느냐? 오늘 일을 보았냐고. 진실로 말하노니 오늘을 보았을뿐 아니라 이 다음에 올 것도 보았노라."


이 순간에는 카오스4대신 조차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어둠이 폭발하는 것 처럼, 아바돈과 그를 둘러싼 워프의 힘이 황제를 공격해왔다.


그리고 황제는 불타는 우주의 조각을 휘두른다.



이때 우주의 곳곳에서 수많은 지성체들이 보았다.


하늘 저편에 나타난 은하계 자체만큼이나 거대한 두명의 거인을.


한쪽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빛의 거인.


다른 한쪽은 온갖 빛을 집어 삼키는 어둠의 거인.


우주의 운명을 건 싸움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심상에 투영된 것이다.



불타는 우주의 조각과 드라크니엔은 서로를 파괴하며 사라졌다.


그 이전에 이미 황제와 아바돈의 몸을 감싸던 파워아머는 넘치는 에너지로 모두 가루가 되어버렸고.


그리하여 황제와 아바돈은 오직 천 한장만을 걸친 육체와 육체, 존재와 존재로서 싸우고 있었다.


아바돈은 재빠르게 황제의 허리에 태클을 걸었다.


그리고 황제의 팬티를 잡아 들어올리니 장엄한 엉덩이골 사이로 고결한 팬티가 말려들어갔으며,


살아남아있던 시스터 오브 사일런스들이 이를 보고 일제히 승천하고.


어디선가 나타난 성녀가 그들의 영혼을 인도하였다.


"흐음!"


황제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찌푸리고 오른손을 높이 들어 아바돈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그 찰진 소리가 중력파의 제한속도를 뚫고 우주 전역으로 울려퍼진다. 


머나먼 행성, 침공해온 레비아탄 군세의 잔해속에서 네크론 예언자 오리칸이 이 소리를 듣고 미소지었다. 


그 옆으로 다가온 침묵의 왕이 말했다.


"그대가 본 것이 이것이로군."


"모든 일은 순리대로 되기 마련이지요....."


둘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고, 생명을 잃은 리빙메탈의 껍데기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바돈과 황제의 육체가 부딫치며 앙! 소리가 울려퍼질때마다


크래프트 월드에 잠들어있던 수많은 엘다의 혼들이 슬라네쉬의 눈을 피해 영면에 들었다.


이는 엘다라는 종족에게 약속된 운명이 이루어졌음이라.



마침내 흘러넘친 워프로 물리 우주 자체가 찢어지기 시작했고.


홀리 테라 그 자체도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모든 건물이 모래로 만든 것 처럼 부스러지며, 대지가 갈라지고 생존자들도 대지 사이로 떨어져내린다.


오직 리만러스만이 자리에 버티고 서서, 싸움을 멈추지 않는 두 거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워프가 그를 삼켰고, 팬티 한장을 입고 엎치락 뒤치락하더 황제와 아바돈도 시공의 폭풍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하여 우주에 다시 한번 침묵이 찾아왔으니 모든 것은-



에이지 오브 엠퍼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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