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챕터 마스터시여, 저희 책임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거대한 헬멧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터미네이터 아머는 피로 물들었다. 바로 주군의 피로. 그는 내실의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프라이마크를 의료실로 후했다.

아우구스톤이 웃었다.

“전하께서 자네를 해임시키셨더군. 말씀하시길, 자네가 없어도 괜찮다고 하셨네.”

“변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저희들이 만류했어야 했습니다. 또한 겉으로 어떻게 보이건 간에 출입자 명단과 대조해 철저히 검문했어야 했습니다. 또한, 암살자들은 알파 리젼 소속이었습니다. 놈들의 전자전 기량은 매우 뛰어납니다. 우리는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놈들로부터 배우면 되는 게 아닌가?”

“그들의 장비에는 자폭 장치가 내장되어 있어 우리가 역설계 하기도 전에 부서졌습니다.”

3챕터의 지휘관 니아스 네수스가 내뱉었다.

“알파 리젼이라. 우리가 자랑스러운 리젼에서 대체 무엇이 된건가? 작금의 전쟁이 어떤 사태로 발전하겠나?”

아우구스톤이 답했다.

“우리가 죽이고 싸울 수 있는 무언가겠지.”

카스페안이 말했다.

“내가 보기에 우리가 앞으로 더 현명해져야 할 것 같네.”

“조금 전에 입 다물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는 이곳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슨 내용을 말해야 할지 정해야겠군.”

그 때 의무실의 문이 갑작스럽게 열렸다. 우주선의 격벽이 열리기라도 한 듯, 무균실의 공기가 새어나왔다. 혈향과 패혈증 방지용 겔, 수액 팩, 멸균제의 냄새가 풍겼다. 그들 앞에 의료기기의 낮은 빛만이 비치는 어두운 내부가 보였다.

길리먼이 문가로 나왔다. 그는 군단의 지휘관들을 동굴 밖으로 나오는 상처 입은 맹수처럼 바라보았다. 무겁게 숨을 쉬는 그의 가슴과 목, 한쪽 옆머리에는 붕대와 거즈가 덮였다.

“벽이 자네들의 다툼을 가릴 만큼 두껍지는 않았군. 이건 위기 속에서 우리가 취할 행동이 아니다.”

아우구스톤이 말을 꺼냈다.

“위대하신 주군이시여, 치료를….”

길리먼이 반복했다.

“이건 위기 속에서 취할 행동이 아니다.”

돌로르가 앞으로 나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필멸자와 초인을 아울러 한 명씩 같은 행동을 취했다. 아우구스톤은 마지막에 무릎을 꿇었다.

“주군이시여,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일어나라.”

“나는 지금 즉시 4두정의 회합을 소집할 것이다. 낫기까지 누워만 있을 수는 없다. 수석 챕터 마스터 아우구스톤, 그대는 궁성과 시내의 모든 보안체계를 다시 점검하라.”

“예, 주군.”

“아우구스톤, 나는 그대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또한 임무에 태만했다는 명확한 입증 없이 처벌이 가해졌다는 그 어떤 소식도 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적이 침입한 방법과 더불어 다음에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방책이다. 우리의 보안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보를 찾아내라. 유동 인구를 어떻게 찾아낼지, 특히 행성 외부로부터의 유입에 집중하라. 유동 인구를 보다 세밀하게 감시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겠는가? 알파 리젼이나 다른 적이 여전히 어딘가에 숨어있는가?”

아우구스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이시여, 제 참모진들로 하여금 면밀히 조사시킨 다음…”

길리먼이 말했다.

“아니다, 아우구스톤. 자네가 직접 하라. 다른 이에게 위임하지 마라. 직접 감독하라. 모든 방법을 써서 논의하되, 현명하게 하라. 캡틴 폴룩스와 함께 하도록.”

“임페리얼 피스트의 형제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그들은 테라의 수호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행성 수호를 위해 배우도록 하라. 이해했는가?”

“예, 주군.”

답하는 아우구스톤의 턱선이 단단히 굳었다.

“내가 자네를 견책한다고 생각하는가, 파투스? 내가 하급자들이 할 일을 맡김으로서 자네에게 모욕을 주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울트라마린의 수석 챕터 마스터이자, 리젼에게 있어 마크라지의 수호만큼 더욱 중요한 책임은 없다. 나는 자네의 밑으로 이런 중책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죄송합니다, 주군이시여. 명하신 임무는 제 명예입니다. 완벽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길리먼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 그러리라 기대하겠다. 남은 이들은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라. 수석 챕터 마스터의 요청이 있으면 무엇이건 간에 협조하도록. 또한 리젼은 물론 공공당국 내에 이 사건으로 인해 생긴 지나친 경계나 초조함을 철저히 배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