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북십자성 - 34

연기가 형태를 갖추자 호루스 루퍼칼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입이 열리며 안개로 이루어진 입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고하라,’ 그가 요구했다.

‘현재 목적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크리드가 낮게 숙이며 답했다. ‘상당한 숫자가 모여들었습니다, 워마스터시여. 제9군단의 거의 전부가 그들의 프라이마크의 부름에 응했습니다.’ 

‘나머지는 이번 일이 끝나는 대로 처리할 것이다,’ 얼굴이 말했다. ‘바알은 또다시 불탈 것이고, 이번에는 완전히 먼지가 되리라.’ 

‘생귀니우스는 당신의 말을 진실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사도가 말을 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들들을 전투로 내몰고 있고, 그들은 일말의 의심 없이 그를 따르고 있습니다.’ 

‘물론이지,’ 연기가 모양을 바꾸자 얼굴이 더 딱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를 믿고 있다. 가장 강력한 무기를, 아주 가볍게 내게 내어주고 있지.’ 

차가운 미소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 쉬움이란… 배신의 공포를 넘어선 순간 나머지는 일사천리로군.’ 

얼굴이 갑자기 크리드를 향하자, 그는 둘 사이의 엄청난 거리에도 불구하고 한 치도 누그러지지 않은 힘이 담긴 시선 아래에 놓였다. ‘똑똑히 이해하거라, 워드 베어러. 생귀니우스는 충직하기도 하나, 바보가 아니다. 만약…아니, 그가 의심을 하게 될 때, 그는 너의 노력에 가장 위협적인 상대가 될 것이다.’

크리드의 몸이 굳어졌다. ‘그는 의심하지 못할 것입니다. 블러드 엔젤들은 전부 외계인들을 박멸하기 위해 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들이닥친 현실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을 쯤엔, 이미 모든 게 늦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하라,’ 얼굴이 답한 뒤, 차가운 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카노의 방은 이런 종류의 방들이 그렇듯 꽤 널찍했다. 한 쌍의 수련생들이 생활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크기였다. 이전에 그가 라이브라리우스에 속해있었을 때의 혜택을 물려받은 것이었다. 붉은 눈물호의 배쪽 갑판에 위치해있는 빈 방 중에 하나로, 두꺼운 강철판들로 이루어진 벽으로 둘러 쌓여있었다. 양질의 거치대와 무장 보관대가 한 구석에 마련되어 있었다. 

니케아 칙령이 블러드 엔젤 군단 내에서 사이킥 전투가 금지하기 이전엔 렉시카니아(Lexicania), 에피스톨라리(Epistolaries), 그리고 코디시어(Codiciers)를 포함한 카노 같은 자들에게 이런 방들이 지급되었었다. 이 방 안에서 이들은 상대적인 고요함 속에서 명상을 하거나 자신들의 실력을 갈고 닦았다. 이런 성소는 비록 작을지라도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카노의 재능을 갖고 있지 않은 자들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 방이 부여하는 평온에 같은 방식으로 동화되지는 못했다. 칙령이 반포된 이후 이전 사이커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평범한 배틀 브라더들과 같은 숙소를 사용했지만, 명상실의 사용은 여전히 이들에게 허용되고 있었다. 

카노는 그와 같은 이전 사이커들이 이 명상실을 찾을 때 감시관들이 자세하게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방바닥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지금, 그는 이 순간에도 아넬루스나 그의 형제들 중 하나에게 카노의 등장에 대한 전갈이 가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는 이내 그 생각을 그만두었다. 야손 아넬루스의 생각들은 그의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그는 지난 며칠 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잊은 후, 눈을 감았다. 그에게 이식된 카탈렙시안 노드가 잠에 대한 필요성을 잊게 해주었다. 그는 알파 상태에 진입한 뒤 자신의 진정된 정신 속에 있는 고요한 곳으로 향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이 고요함을 잘 기억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뇄다. 그의 전사로서의 분노를 온전히 외계인들에게 향하게 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했다. 

이것이 그의 발 밑의 갑판이 얇은 얼음판처럼 무너지며 암흑 속으로 떨어질 때 그의 생각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만트라였다.

중력이 카노를 투명한 사슬처럼 그를 붙잡고 끌어내리자 강력한 바람이 그의 몸을 강타했다. 기류가 도축장의 냄새를 풍기며 그를 뼈속까지 벌거벗기려는 듯이 폭력적인 힘으로 휘몰아쳤다. 

그는 영원히 떨어지고 있었고, 그를 집어삼켰던 갑판의 구멍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제 비명을 지르는 어둠과 상승기류에 붙잡힌 눈송이들처럼 재로 이루어진 폭풍만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카노의 정신 한 조각이, 그가 태어난 바알의 넓은 사막과 그의 몸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이 경험과 동떨어진 한 조각이 이 모든 것이 꿈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육체에서 뜯겨져 나간 뒤 영혼과 상징들의 세계로 내던져졌고, 지금 한 예지 속을 뒹굴 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감이 부족한 것도, 덜 위협적인 것도 아니었다. 

이곳은 워프 속이었다. 함선 속에서, 수많은 에이커 두께의 아다만티움과 겔러 필드의 보호막, 그의 정신에 세워진 정신적인 보호막에도 불구하고 이마테리움의 강력한 사이킥 힘이 카노를 점점 내면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워프의 손길이 그의 정신을 이전에 다시 방문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공간 속으로 내던졌고, 차가운 잉걸불로 사그라진 재를 다시 불길로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그는 몸부림치며 이곳을 벗어나 깨어난 세계의 살과 피로 이루어진 현실로 돌아가려고 했다.

재 파편들이 붉은 방울들로 녹아내렸고, 카노는 암흑 속의 살로 이루어진 혜성이 되어 현실에서 가능한 속도를 초월하며 점점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저 먼 아래 어딘가에는 종착지가, 점토로 만들어진 인형처럼 충돌하게 될 알 수 없는 바닥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산산조각 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생각만으로도 이 추락을 멈출 수 있었다. 그저 칙령을 따르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의 정신 속의 불을 다시 타오르게 하면 됐다. 카노는 그 생각이 머리 밖에서 엄청난 힘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울리며, 그에게 희망과 탈출의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만약 그리 한다면…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는 그의 초자연적인 힘을 거부하겠다고 맹세했고, 그 맹세는 여전히 그의 생각 표면 바로 밑에 묻힌 채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그 맹세를 어길 수 없었고,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카노 주위의 공기가 내뿜는 메아리가 바뀌면서 귀청이 터질 정도로 커졌다. 추락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곧 이었다. 이제 곧 모든 게 끝날 것이었고, 그는 강철로 이루어진 방의 바닥에 떨면서, 정신의 벽에 기댄 채 죽음을 맞이할 것이었다. 이 꿈에서 죽는 것이란 현실 세계에서의 죽음 또한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