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북십자성 - 39
생귀니우스는 입고 있던 갑옷의 목 가리개에 은밀히 설치되어 있는 통신 단추에 대고 말했다.
‘제독, 표준 통신 프로토콜을 실행하도록. 함선 신호나 경계 드론들을 찾을 수 있도록 고도 탐색을 시작하라.’
‘명을 따릅니다,’ 그녀가 답했다.
‘영상기,’ 프라이마크가 명령을 내리자, 먼 천장에서 가느다란 청동 장대가 거미 다리처럼 펼쳐지며 홀로그램 영상기의 유리 화면을 드러냈다. 초소형 렌즈들이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기기에서 수 미터 길이의 푸른 홀로그램 구체가 뻗어 나왔다. 각 행성들의 현재 위치를 나타내고 있는 시그누스 항성계의 전략 지도였다.
‘행성 7개, 위성 15개…’ 아즈켈론은 그의 주군 뒤쪽으로 다가서며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댔다. ‘전부 다 적의 손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가 말하자 홀로그램이 여러가지 전투 수단들을 표시하며 원정 함대의 최적화된 진입로를 보여줬다.
‘네비게이터들에게 내 감사를 전하도록,’ 생귀니우스가 말했다. ‘우리의 진입 지점이 예상했던 장소와 완벽히 일치하는군.’ 그가 이미지에 손을 가져다대자 마치 잔잔한 웅덩이를 만지는듯 홀로그램에 파동이 일었다. 천사의 검지가 가장 외곽에 위치한 행성의 궤도를 따라 움직였다.
‘이 방향을 유지하면 오늘 내로 포루스의 궤도를 지나갈 것이다.’
식민지 행성의 이름이 호명되자 영상기에서 포루스의 현재 위치를 나타내는 지점에 행성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가 표시된 가상 페이지가 생성됐다. 대기가 존재하지 않는 바위 행성의 지형, 인구 조사 결과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정보들이 지나갔다.
아즈켈론은 전략 정보들을 살펴봤다. ‘함대가 밀집 진형을 유지할 경우 수도 행성에 도달하기 전에 한 개 혹은 두 개의 행성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나갈 수 있습니다.’
‘아직 함대를 나누지는 않을 것이다.’ 프라이마크가 답했다. ‘그래도 각 비행 중대장들과 지휘 편대장들에게 2차 배치 계획들을 공유하도록. 만약 접근 과정에서 함대를 나누거나 항성계 전체를 포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내 모든 전함들이 즉각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를 원한다.’
‘듀케이드 제독이 몇가지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생귀니우스는 영상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러하겠지.’
포루스의 궤도를 지나선 얼음 행성인 홀스트까지 수 광분(光分) 거리의 텅빈 공간이 존재했다. 황무지와 분화구로 뒤덮인 외곽 행성과 달리 홀스트는 제국에 의해 완벽하게 식민지화 되어있었다. 고리가 둘러져 있는 이 파란 행성은 얼음으로 결정화된 가스가 풍부했고 희박한 질소 대기 아래에는 화학 정제소들이 지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대규모의 하이브 도시들 주변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하이브 도시들에 거주하는 상당한 숫자의 일꾼들이 제국의 엔진들에 사용될 금속 슬러지를 채취했다. 세번째 행성의 잔해뿐이었다. 메카니쿰이 파견한 정찰조들은 이 잔해들이 붕괴한 가스 행성의 핵과 산산조각난 위성들이 남긴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잔해들은 시그누스 황도를 둘로 나누는 소행성대를 이루고 있었다. 항성계 주민들은 이 소행성대를 구성하고 있는 소행성들이 높은 광 반사율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흰 강’이라는 애칭을 붙여줬었다.
항성계의 행성들 중 대기권이 없거나 약해 개조 작업이 가능한 행성들 안쪽에는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들 3개가 존재했다. 두 개는 곡창지대 - 바람이 잘 부는 농업 행성인 스콜트룸과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행성인 타-록 - 였고, 세 번째 행성은 함대의 궁극적인 종착지이자 높은 인구수를 보유한 수도 행성, 시그누스 프라임이었다.
생명이 필 수 있는 지역을 지나 붉은 태양에 가까워지면 시그누스 터시어리와 가장 안쪽 행성인 콜이 있었다. 두 행성 모두 거주하는 인구가 있었지만 이 방사능에 뒤덮인 바위 덩어리들엔 작은 전초기지나 광산들이 존재할 뿐이었다.
생귀니우스와 그의 휘하 지휘관들은 워마스터의 명령이 떨어진 후 수일 동안 시그누스 항성계의 지도들과 자료들을 검토하며 네필림과 같은 적이 어떤 방식으로 각 행성들을 굴복시키고 자신들이 원하는 용도로 바꿀지 고민했다. 천사는 이들이 온화한 기후를 가진 수도와 농업 행성들을 먼저 침공한 후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인간들이 죽거나 네필름 특유의 괴상한 피부 마스크를 쓴 채 울부짖을 때까지 대기할 것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시그누스 감마의 전자기장이 함대의 진입을 부분적으로 가려줄 것입니다,’ 아즈켈론이 말했다. ‘정찰중인 외계인 함선들과 조우하게 된다면 눈치채기 전에 격침시킬 수 있는 거리로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두 정찰 편대들을 외곽 행성의 공격거리로 접근시켜라,’ 생귀니우스가 답했다. ‘본 함대에소속되어 있지 않는 모든 함선들은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적군으로 간주한다. 그 어떤 개체든 접촉이 이루어지는 즉시 보고하도록.’
소리가 다시 울렸다. ‘주군?’
생귀니우스는 즉각적으로 듀케이드 제독의 목소리 음색에 변화가 생겼음을 눈치챘다. 그가 아즈켈론을 바라봤다. 그 또한 변화를 눈치챘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대한 분석은 마치 숨쉬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프라이마크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뭔가 잘못되었는가?’
듀케이드는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 묻지 않았다. 그녀는 블러드 엔젤들이 평범한 인간들과 달리 감각만으로도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있음을 알 정도로 오랫동안 그의 밑에서 복무해왔다. ‘주변 우주의 최초 스캔 결과 제국 규격 함선들이나 보고된 네필림 동력원과 일치하는 드라이브 분출 기둥이나 에너지 변위 흔적들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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