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패자이기 때문에 흉상까지도 어리숙한 인상으로 묘사되는 굴욕을 당하는 폼페이우스지만
예전과 달리 사료를 잘 보면 영계 율리아 파느라고 허리가 휘고
오래 전장에 등판하지 않은 탓에 소위 말하는 '감'이 떨어져서 진 것일 뿐
이 사람도 어지간히 패기 돋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자신을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 '위대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대왕'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즉 젊은 나이에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같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존엄한 호칭을 달고 다녔다는 얘기 -로 칭한 그의 패기를 보여주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보자
1.
술라는 이탈리아를 점령하고 살육파티를 벌였음
(물론 카오스의 그것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냉혈한 정치적 숙청이었지만)
그러고 나서 마련된 피의 자금과 땅을 부하들에게 붐빠이 해주고 있었는데
폼페이우스의 재능을 눈여겨본 술라는 그 정도로 그치지 않고
기존의 마누라와 폼페이우스를 이혼시킨 뒤에 딸을 직접 시집보내 결혼동맹을 맺었음
(이건 뭐 강제로 시킨 것 같지만 로마 정계에서는 흔한 정략결혼 방식임. 그렇게 쓴 시오노 여사가 알못인 거)
그러고 나서 이젠 든든한 동맹이 된 폼페이우스에게 대군을 줘서 반대파 잔당들이 있는 시칠리아로 출동시켰음
폼페이우스는 다른 파벌들은 어느정도 친절하게 대접하면서도
메사나의 마메르티니족에게만은 불법적인 폭거를 자행했는데
얘들이 대표를 보내서 자기들도 로마의 법률에 의거해 대접해달라고 호소했음
폼페이우스 위대한의 대답
"법 얘기 따위는 집어치워라. 우리에게는 칼이 있다!"
롬1의 로딩창에도 나오는 문구임
2.
폼페이우스는 아프리카와 시칠리아의 마리우스파를 일소하고 로마로 돌아왔음
그런데 폼페이우스의 군단은 술라가 해산을 명령하자 '장군을 버릴 수 없다'며 폭동을 일으켜버림.
술라는 이 소식을 듣고 "어휴 시발 나도 늙었나보다. 이제 꼬마들이랑 싸워야 하노"하면서 한탄했지만
사람들이 너도 나도 폼페이우스를 환영하러 나간다는 소식을 듣자
정치가답게 자기도 재빨리 달려나가 그 환영행렬의 선두에 섰음
그리고 술라가 폼페이우스를 찬양하며 공인해준 별명이 그 유명한 '마그누스' ("위대한")
처음에는 사령관을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폼페이우스 휘하 군단병들이 달아준 별명이었는데
사실 '알렉산더 대왕'의 '대왕'과 비슷한 의미라서 너무 심하게 거창한 별명이었지만
이때 술라가 '공인(사실상 박제)'해버린 덕에 폼페이우스는 쪽팔린줄도 모르고 평생 이 이름을 달고
평생 서명과 공적인 장소에서 이 이름을 사용하며 다녔음. 앗...아아...
술라의 저 제스처는 거의 비아냥 아닐까 싶을 정도
3.
이런 사건이 있고 나서 폼페이우스는 술라에게 개선식 거행을 요구함
폼페이우스는 폭동을 일으킨 부하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자살하겠다!!!'라면서
굉장히 신중한 자세를 연출했지만 본색은 전혀 신중하지 않았던것이지
술라는 당연히 이것만은 띠꺼워서 거절함. 젊은놈에게 너무나 큰 영광을 줄 수는 없었으닌깐
"히스파니아(스페인)의 훨씬 더 큰 전쟁에서 카르타고인을 물리친 저 위대한 스키피오조차
법무관이나 집정관 경력이 없었기에 감히 개선식을 요구하지 않았네.
하물며 자네는 수염도 아직 다 자라지 않았고 원로원의 자격 연령(30세)에도 미치지 않은 애송이가 아닌가?"
그런데 위대한의 대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음
"허나 사람들은 지는 해보다는 뜨는 해를 숭배합니다."
즉 눈앞에서 로마 역사상 최악의 인간백정이자 자기 장인을 퇴물로, 자기를 대세로 공언한 것
(플루타르크에 의하면)게다가 둘이 이 얘기를 한 곳은 둘만 있는 곳도 아니고 사람들이 다 듣는 곳이었음!!
(로마인들이 '그라비타스(위엄)'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임을 기억하자
퇴물이란 말을 들은 술라가 폼페이우스 칼찌하려고 해도 이상한게 아님)
그런데 술라는 주변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반응을 보고 폼페이우스 말이 맞다는 걸 알아챘고,
자기도 폼페이우스의 대담무쌍함이 맘에 들었음
그래서 "이분더러 개선식 하시라 그래라!"라고 두번이나 소리를 쳤다고 함
근데 술라가 한가지 간파하지 못한 것은
위대한이 아직도 만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음
위대한은 통상적인 개선식에서 개선장군의 전차를 끄는 백마 4마리를
아프리카에서 끌고온 코끼리 4마리로 대체하려고 했던 것
하지만 위대한은 코끼리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좁은 로마 성문 앞에서 좌절해야 했음
코끼리가 끄는 전차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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