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레슬링 접했던 시절엔 무적 선역의 존시나 팬이었다.

경기가 노잼이고 캐릭터가 유치하고를 떠나서 그냥 어릴때 만화볼때 느꼈던 감정으로 존 시나를 응원했었다.

그때 대립상대가 쉐이머스였는데  TLC테이블 매치에서 어이없게 시나가 패배해서 쉐발이가 덥챔땃던 그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게 처음본 ppv였음)

그때 육성으로 "와~ 진짜 존나허무하다.." 허탈한 탄식후 쉐이머스 좆밥인데 존시나가 그냥 이기는데.. 하면서 속으로 쉐발이 존나 욕도 했었다.

아 또 그거랑 별개로 크리스 제리코가 그때 스맥에서 찌질한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저 아저씨 저런 마인드로 결혼은 할 수 있겠나 하고 진심으로 걱정도 했었음.

여튼 티비로만 계속 보다 어느순간 인터넷으로 소식도 찾아보고 역사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며 본격적으로 덥덥이 덕질을 시작하게됨.

그러면서 슬프게도 어느순간 초창기 존 시나에게 감정 이입하며 응원하는 모습이라던가, 크리스 제리코의 찌질연기에 그의 앞날을 걱정하는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좆문가처럼 경기력이 어떠니 마웤이 어떠니 저샠 또 월챔주냐니 하며 평가질만하며 불평불만 가득한 내모습을 봤다.

근데 이건 프로레슬링 팬들이 매니악한 부분까지 깊이 파고들며 좋아하게되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함..

근데 요새 로만을 보면 문득 내가 좋아했던 시나가 떠오른다.

내가 죽도록 싫어하고 만악의 근원이라 생각하는 로만 레인즈가, 레슬링을 처음 접한 누군가에겐 진심으로 응원는 영웅일 수 있다고..

로만 레인즈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이 부럽다. 나도 그때  시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응원하며 그의 경기를, 아니 덥덥이 자체를 재미있게 봤었으니까.

만약 내가 아직 순수한 초창기 레슬링 팬이었다면 로만을 좋아하고 응원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