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개인의 의견임을 먼저 밝힐게.

나는 라이트 팬이야. 또 영어를 못 하지는 않는 수준이라고 생각해. 웬만한 쇼는 '여기 대다수가 그렇듯' 자막 없이 날 것 그대로 프로모나 세그먼트들 보고 흥분하고 즐길 수 있는 정도는 되는 것 같아. 

그러나 해외 시청자를 고려해서 매우 정석적이고 음절이 떨어지는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는 WWE 위클리 쇼를 벗어나 레슬링 관련 팟캐스트들을 들어보니 이건 도저히 내가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 레슬링 관련한 배경 지식도 적잖게 필요할 뿐더러 마구 쏟아내는 그들의 말을 다시 한국어로 체화해서 다시 뱉거나 내 스스로 이해해야 하는 작업은 생각보다도 훨씬 고난이도였다.

그런 갈증이 있는 상태에서 간수가 올려주는 번역글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잘 모르겠네. 어떤 상황인지 100%, 150% 인지를 하고 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전문 번역가 수준의 영어 실력에 전문가 못잖은 레슬링 애정과 지식을 가진) 한 명이 달라붙어서 당신들과 우리들이 원하는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해주는 이 상황에서 어버버하면서 아는 단어들 캐치하다가 "어 이거 번역 고의로 왜곡했네? 간수가 잘못했네!" 빼애애액 하는 건 물론 옳은 부분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정말로 문제인가 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네.

물론 알고보니 멜처가 로만 레인즈를 사실은 매번 찬양했는데 개인의 신념을 이용해 로만 레인즈를 비판한 것처럼 여태 글을 써왔다! 하면 나도 좀 그렇겠지.

그런데 이 상황은 그 정도의 라인을 넘은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이렇게 열을 내는 것도 사실은 이해가 잘 안 돼.

"아니 라이트 팬인 네가 인식하는 것보다 사실은 이거 정말 화나는 상황이야!" 라고 누군가 얘길 한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나는 그렇네.

지금 킬킬거리면서 간수의 예상 패턴이니, 뭐니 글을 써대는 사람들도 막상 그 블로그가 닫히면 오래 지나지 않아

당시 내가 느꼈던 갈증을 다시 느끼게 될 것이라 확신해. 그래서 나는 간수가 고마워.

만약 간수와 같은 라인에 서서 심판하고 비웃고 싶다면 적어도 그 정도의 노력은 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