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나 같은 경우엔 정반대로 좆노잼이라 못 보겠다는 삼치 경기도 굉장히 재밌게 본 사람인데

요즘같은 스타일은 '영혼이 없는 레슬링이나 한다' 고 까기에는 좀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내용이 깊은 경기라는건 테크닉적으로 정말 좋아서 초반부터 죽어라 상대헛점을 노리거나 하는 식의 극도의 테크닉 대결이 되지 않은 이상,

결국 서로와 서로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부딫히는 순간에서 내용이 깊은 경기가 나올듯.

가령 언더테이커가 랜스 스톰보다 테크니컬한 레슬러는 아니겠지만, 우리가 언더테이커 경기를 랜스 스톰 경기보다 훨씬 재밌게 보는건

(감정 표현 같은 실력에서는 언더테이커가 훨씬 우위에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언더테이커라는 캐릭터의 세계관이 사람들에게 그만큼 잘 인식되었으니까, 훨씬 몰입되는 측면이 있다고 봄.

그런데 요즘 같은 경우엔 팬들에게 확실하게 공감대를 주는 캐릭터 자체가 쇼에 거의 없을 뿐더러

대립 스토리라는것도 영혼 없고 아무 맥락도 없다 보니 그런 감정적인 면을 끌어내기가 불가능에 가까움.

심지어 이럴때 기대해볼 수 있는 '신선함' 이라는 요소는 한번 대립 붙었다 하면 위클리쇼에서부터 미친듯이 펼쳐지는 리매치 지옥 탓에 금세 소진되어버리고

아무런 감정적 연결고리도 찾지 못한 채 그냥 링에 몰아넣고 "싸워라!" 하는데 그걸 한번도 아니고 10번 연속으로 시키면

할 수 있는건 범프형 레슬링 밖에 없음.

별개로 작년 존 시나 경기 같은 경우엔 어차피 복잡한 스토리라인이 아니라, "오늘 하루 한바탕 도전자와 신나게 어우러져 본다." 라는 단순명쾌함이 기본 테마라,

그런식으로 너무 깊게 안들어가고 한바탕 즐겁게 뛰고 마는것도 나쁘지는 않았다고 봄. 

오히려 삼치 vs 숀 경기처럼 너무 진득하게 들러붙는 경기면 좀 보기 불편했을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