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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크리스마스 선물앱에서 작성

마리엔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1.26 01:19:15
조회 1699 추천 26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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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깊은 밤인데도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적당한 음량으로 실내에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롤 소리와 선물을 사러 가게를 방문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지럽게 섞여 귀에 들어왔다.

'쇼우짱, 타카오가 이 책 갖고 싶다고 한 적 있지 않아?'

'아... 맞아. 그걸로 사 가면 되겠다. 아마 좋아할 거야. 그 녀석 가게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네. 다음에 한 번 찾아가봐야겠어.'

'그럼 이걸로 결정한 거지? 계산하자. ... 네. 회원 번호는 3409, 테라모토 리카입니다. 얼마나 적립되어 있나요? ...'

매장에는 서로 팔짱을 끼고 체온을 나누고 있는 커플부터 손을 움직일 수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두꺼운 장갑을 낀 아주머니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들 누군가에게 정성을 담아, 저 책 같은 선물을 하려는 거겠지. 문득 내가 지금 혼자라는 사실에 기분이 나빠진다. 하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깜짝 이벤트잖아.

입구 근처 벽에 가만히 기대 서서 몸을 반 바퀴 돌려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타키와 츠카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도 틈만 나면 지각을 하던 타키 녀석은 그렇다 치고, 츠카사까지 약속에 늦을 줄은 몰랐는데.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라인으로 둘에게 가볍게 질책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츠카사는 바로 답장을 보냈지만 타키는 메시지를 보지도 않았다.

[3분 뒤 도착. 늦어서 미안.]

가만히 입구에 서 있기가 뭐해서 일단 가게 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나 양말처럼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를 법한 초록색과 빨간색이 섞인 상품들이 즐비해 있었다. 무엇을 선물해야 그녀가 기뻐할까, 잠시 감각을 버리고 망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어깨를 손으로 눌렀다. 누구인지는 뻔했다.

'뭐 하냐? 왜 멍하니 있어. 타키는?'

아직 안 왔다고 대답하니 역시나,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본인도 늦은 주제에 참 당당하다. 녀석이 약지에 낀 반지가 조명빛을 반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부터 오쿠데라 선배와 열애를 시작한 츠카사는 그 이후로 완전히 선배에게 꼼짝하지 못하고 잡혀 사는 중이다.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눈치 빠른 선배 앞에서는 소용없는 모양이다. 비밀 이벤트로 선물을 사다 주기로 계획한 나와는 다르게 선물 사러 가는 티를 지나치게 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앞에 서서 웃고 있는 녀석 뒤에 선배의 미소가 눈에 비치는 것 같았다.

'타키는 아무래도 늦을 것 같은데, 둘러보고 있자.'

'그럴까. 넌 일찍 온 것 같던데 뭐 마음에 드는 건 있냐?'

'아직은. 근데...'

갑작스럽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녀에게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츠카사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궁금했다.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사주러 왔잖아. 대충 생각나는 게 있었을 거 아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진심을 담아서 주는 선물 싫어할 사람 아무도 없어. 어렵게 생각하지 마.'

선배랑 약혼하더니 안 그래도 빠르던 눈치가 더 빨라진 것인지, 마음을 고스란히 읽혀버리고 말았다. 무안해져서 모자 진열대 쪽으로 도망쳤다. 젠장, 타키는 언제 오는 거야. 츠카사는 금방 쫓아와 정곡을 찔렸냐며 비아냥거렸다. 대화를 이어가기가 뭐해서 핸드폰을 다시 꺼내들었다. 타키는 여전히 문자를 보지도 않고 있었다. 급하게 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

가만히 서서 상품을 구경하던 츠카사가 걸어가서 모자 하나를 집어들었다. 패셔너블하고 제법 따뜻해 보이는 모자였다. 오쿠데라 선배에게도 꽤나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나이스 초이스인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타키는 츠카사가 그 모자를 갖고 계산대로 가서 계산한 뒤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가지각색의 닭살 돋는 멘트들을 나눌 때쯤에야 가게로 들어왔다. 뛰어왔는지 머리가 바람에 날려 헝클어져 있었다.

'여어, 타키.'

'늦었지? 미안. 일이 갑자기 생겨서.'

'문자도 안 보더니. 뭐, 상관없어. 난 다 사고 계산까지 했으니 저 녀석이랑 예쁜 걸로 하나 골라와.'

얼마 전 처음 타키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굉장히 놀랐다. 24살이나 먹고도 통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는데, 그런 녀석에게 갑자기 애인이 생기다니. 설마 이상할 정도로 진지하게 '누군지 모르겠지만 소중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던 게 진심일 줄은 몰랐다. 그 뒤 타키는 하루를 꿈을 꾸는 것 같은 표정으로 지내곤 했다.

실실 웃으며 핸드폰을 귀에서 떼지 않고 있는 츠카사를 뒤로 하고 타키와 둘이서 선물을 고르기로 했다. 타키는 별로 망설이지 않고 구석에 놓여 있던 머리끈을 집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타키의 애인인 미야미즈 씨는 긴 머리에 오래된 머리끈을 묶고 있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장발이 취향이라고 하던데 꿈을 이루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타키가 계산을 하는 사이 나는 모자 진열대 옆에 있는 목도리가 눈에 띄었다. 따뜻해 보이고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추워진 날씨 때문에 늘 코트의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다니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 목도리라면 그녀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겠지. 마음 속으로 결심을 굳혔다.

각자 선물 상자를 하나씩 손에 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 타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뜬금없는 질문인데, 미야미즈 씨와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거냐?'

타키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만나자마자 내가 그동안 찾고 있던 사람이구나, 싶었어. 그게 다야. 내가 예전부터 항상 하던 말 있잖아. 사람인지도, 장소인지도 모를 무언가를 계속 찾고 있다고. 미츠하를 본 순간 그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었어. 그렇게 처음 만났지.'

'참 특이한 연애담도 다 있네.'

'놀리지 마. 거짓말 하나도 안 섞인 이야기니까.'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의 커다란 눈 속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음을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길을 걷는 내내 선물 멘트를 생각해 봤지만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즉석에서 내 입에 맡기기로 했다. 천천히 걷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녀를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손가락에 낀 반지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빛을 냈다. 그걸 보고는 엉뚱하게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초인종을 누르자 그녀가 반가운 표정으로 나를 맞아 주었다.

'늦었잖아. 추운데 빨리 들어와... 이건 뭐야?'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선물 상자의 리본을 풀었다. 그녀는 안에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놀라는가 싶더니 갑작스럽게 나에게 안겼다. 깜짝 놀랐지만 그렇지 않은 척 나도 그녀를 꼭 안았다. 마치 잠깐 동안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이번 겨울은 왠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웃으며 그녀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 주었다. 그녀는 따뜻하다며 함께 웃음으로 답했다. 반지 두 개가 형광등 불빛을 받아 유리 파편처럼 빛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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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타군의 연애담과 관련된 얘기를 써보고 싶어서 한번 시간 내서 써 봤다. 이런 걸 써본 건 처음이라 글 솜씨가 서툴지만 재밌게 읽어줬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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