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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엇박자 걸음

마리엔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2.22 01:32:20
조회 1508 추천 55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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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사이 익숙한 하이톤 목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 사쿠라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여전히 한 쪽으로 넘겨 묶은 머리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 있으면 카페라도 가자."


오늘도 카페구나. 우리 둘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도쿄로 상경하기 전까지는 카페에 가 본 적이 없다. 지금은 혜성이 떨어지는 사건 때문에 사라지고 없는 이토모리 마을에는 청소년들의 유흥거리라고 할 만한 것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껏해야 친구들끼리 운동 경기를 하거나 수다를 떠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사쿠라와는 중학교에서 처음 만났는데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지금까지 베스트 프렌드로 지내고 있다.


고등학생 때의 사쿠라는 카페라는 장소를 동경했는지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카페 얘기를 꺼냈다. 사실 이토모리의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카페에서 관해서라면 가장 심드렁한 축에 속하던 나조차도 어떤 장소인지 궁금하긴 하다는 막연한 호기심 정도는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상경한 뒤에는 둘이 만나기라도 하면 으레 카페에 들르곤 했다.


"시간이야 많지. 근데 그냥 쓰레기 버리러 나온 거라서."


"잠깐 집에서 메이크업이라도 하고 와."


"그래야겠다. 너도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어."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사쿠라는 나를 앞질러서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을텐데도 굳이 문 앞에 멈춰서서 도어락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표정으로 나를 기다렸다. 27살이나 먹었지만 아직 어린애 같은 녀석이라니까. 그 점이 신경써서 한 티가 나는 짙은 화장과 대비되어 다소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슬쩍 웃음을 흘리며 문을 열어주었다.


"마츠모토는?"


간단한 화장을 하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미팅을 나가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꾸밀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


"일하는 중이겠지. 그 녀석은 우리가 다 노는 시간에 혼자 바쁘잖아."


"그런가? 편의점 일 같은 게 원래 그렇지."


자연스러운 자문자답으로 대화의 흐름을 끊고 거울에 눈을 가까이 가져갔다. 거울에 비친 사쿠라는 내 침대 위에 올라가 베개를 안고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최근 선크림을 제대로 바르지 않고 이리저리 쏘다녀서 그런지 피부 상태가 조금 나빠진 것 같아. 얼굴을 찡그릴 수도 없어서 입만 삐죽 내밀고 아이라인을 그렸다.


"고등학교 때가 좋았는데, 생각해보면 말이지."


"나도 가끔 그런 생각 하는데. 별 거 없는 마을이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 마츠모토도 괜찮은 녀석이었고. 요즘엔 만난 적이 없어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다만."


"미야미즈 패거리들을 놀리는 재미도 있었지."


아, 또 시작이야. 사쿠라는 물론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들을 계속 입 밖으로 꺼낸다는 점이다. 미야미즈는 내 고등학교 시절 친구였는데 동시에 이토모리 마을의 중심에 있는 신사의 무녀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학교에서도 늘 놀림감이 되었고 그래서 그 아이는 아주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잘못 없는 미야미즈에게 미안한 감정이 싹트기도 했고 이젠 어쩔 도리가 없는 과거의 일인지라 이제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사쿠라는 친절하게도 계속 그 이야기를 꺼내며 지워지려는 기억을 매번 되살려 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직접 찾아가 마주보고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미야미즈와는 혜성 사건 이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우리와 같이 도쿄로 상경해 대학을 다니다가 평범한 직장에 취직했다는 어렴풋한 소문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 때 일을 너무 오래 담아두는 것도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사쿠라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눈치를 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뭐 어때. 그냥 장난이었는데. 솔직히 그 쿠치카미자케라는 거, 살짝 이해하기 힘든 건 맞잖아?"


그 때는 장난이었겠지. 나도 어른이 되고도 한참 지나서야 그 '장난'들이 미야미즈를 얼마나 괴롭혔는지가 짐작이 가는데, 아직 정신상태가 덜 자란 것 같은 너는 오죽하겠니. 나는 대꾸하지 않고 화장을 마친 뒤 손을 탁탁 털었다.


* * * * * * * * * * *


평소에 자주 가던 집 근처의 카페에 왔다. 가까운 데다 3천 엔 정도로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있을 수 있어서 할 일 없을 때 가기 딱 좋은 곳이다. 사쿠라도 사이드 메뉴 같은 걸 주문할 기색은 아니었다. 아마 둘 다 입에 맞지도 않는 커피를 마시면서 시시콜콜하게 잡담을 주고받으며 세 시간쯤을 허비할 것이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옆에 있던 사쿠라가 누군가를 보고 그 쪽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지만 무시당했다. 급하게 달려가느라 핸드백이 그네처럼 흔들거렸다. 도착한 곳에는 모카색 가죽 재킷을 입고 염색한 갈색 머리를 둥글둥글 말아내린 화려한 분위기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사쿠라, 여긴 어떻게?"


"원래 자주 들르는 카페인데... 선배는 어떻게?"


"그냥 걷다 보니까 이 카페가 있길래 들어왔는데. 평소에 자주 오나 봐?"


"네. 옆에 있는 이 녀석도 불러서요."


사쿠라는 나에게 그 화려한 여자를 소개해 주었다. 


"대학교 선배야. 나보다 한 살이 많아. 최근엔 자주 못 만났지만."


"반가워요. 아이자와 쇼우코에요. 편하게 대하세요."


그 선배라는 사람이 나에게 슬쩍 손을 건네며 말했다. 나는 얼떨결에 그 손을 악수하듯이 잡았다. 군데군데 상처가 있는 내 손이 아이자와 씨의 티 없는 하얀 손과 맞닿아 조금 불편한 감촉을 만들어냈다.


"아... 네. 야마시타 하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색하게 인사를 한 뒤에 사쿠라와 함께 맞은 편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직사광선이 비치는 자리여서 피부 건강에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쿠라가 커피를 주문하는 사이에는 초면인 친구의 선배와 함께 앉아있는 꼴이 되어서 마치 바늘 방석에 앉은 것처럼 분위기가 불편하고 어색했다. 뭐라도 이야기를 꺼내야 하지 않나 싶은 찰나 테이블 위에 올려진 담배 한 갑이 눈에 띄었다.


"흡연하시나 봐요?"


"고등학생 때부터 어쩌다 시작하게 됐죠. 건강에 나쁜 건 알지만 벌써 중독인지 끊을 수가 없네요."


대화를 오래 지속시키기가 힘들어서 금방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나도 성인이 된 뒤 몇 달간 담배에 손을 댔던 적이 있지만 피부가 상하고 담배 냄새와 향수 냄새가 섞여 끔찍한 악취를 만들어내는 탓에 금방 단념할 수 있었다. 사쿠라도 비슷한 시기에 흡연을 시작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처럼 바로 끊지는 않았고 아직까지도 가끔 피운다고 한다.


내가 주변 사물에서 어떻게든 이야깃거리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을 즈음 사쿠라가 커피 두 잔을 들고 테이블로 다가왔다. 서빙하는 웨이트리스처럼 커피를 테이블에 조심히 내려놓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요?"


"아니, 별 건 아니고. 초면이라 아직 어색하네."


"그럴 만도 하죠. 하나도 원래 나랑 다를 게 없는 성격이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말수도 적어지고 조용해지고... 뭐 그런 성격으로 바뀌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가끔 재미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나 나름대로는 세월의 흐름이 내면에 새겨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들으며 사쿠라는 결혼을 하고 나서도 아이 같은 성격으로 남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이 녀석의 남편이 될 작자는 여러 가지 의미로 감탄스러운 사람일 게 분명했다.


사쿠라는 뭐라고 한 마디 받아치길 기대한 것 같았지만 정작 나는 별로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아서 잠자코 커피를 홀짝거렸다. 내가 말을 꺼내지 않자 나머지 둘도 얼마 안 가서 입을 닫아버렸다. 이런, 실례인가? 뭐라도 말해야 하나? 다행히 사쿠라는 주변 환경이 조용해지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 조그만 입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말들이 튀어나올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선배는 캐러멜 프라푸치노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예전에는 모카칩이 있는 쪽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입맛이 바뀌었어."


아이자와 씨는 그 말을 하면서 고개를 들어올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엷은 미소를 띠고 있던 얼굴은 무언가를 회상하듯이, 꿈에 젖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또다시 기분 나쁜 정적이 시작되었나 싶었지만 다행히 이번 정적은 5초도 되지 않아 깨졌다.


"내가 고등학생 때, 2013년이었으니까 벌써 10년 전이네. 카페에서 담임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때 선생님이 커피를 사 주겠다고 하셔서 모카칩 프라푸치노로 부탁했지. 그런데 잘못 들으신 건지 아니면 주문 실수인지 캐러멜 프라푸치노를 가져오셨지 뭐야. 그 때부터 이 맛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해야 되나."


깊은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인 것치고는 소박한 이야기였다. 옆에서 에이, 별 거 아니네요. 기대했는데.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반대편에서는 짧은 눈웃음으로 답했다. 바깥에서 비쳐 들어오는 햇빛이 눈부시게 느껴져서 설치된 블라인드를 내렸다.


어느 정도 말문이 트인 뒤에는 남자친구 문제 같은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이자와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친구가 꽤 많았다고 했지만(미인인데다 화려한 분위기 때문에 예전에는 학교의 인기 스타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지금은 솔로라며, 그 이상으로는 언급하는 것을 꺼려했다. 이전에 남자친구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그동안 눈치 없는 사쿠라는 자기 남자친구의 마음에 안 드는 점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고 나는 그러는 사쿠라를 몰래 노려보았다.


"맞다. 하나, 그 소식 들었어?"


"뭔데?"


"테시가와라랑 나토리가 사귀고 있다는 거. 결혼 약속까지 했다는데."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아니,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이었다. 둘 다 시골 소년소녀답게 순박해서 연애까지 가지 못하고 평생 친구로 지낼 줄 알았는데, 결혼이라니. 그럼 미야미즈도 남자친구가 있을까?


"...몰랐네. 테시가와라가 연애를 한다면 미야미즈 쪽이 될 줄 알았는데."


"그러게. 좋아하는 티도 팍팍 내던데, 갑자기 왜 노선을 변경한 건지 미스테리라니까."


그 셋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가 않아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사쿠라가 혼자 떠들도록 내버려두었다. 아이자와 씨는 조용히 듣고 있다가 담뱃갑을 들고 천천히 일어서며 말했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 공기가 답답해서 원."


"공기가 답답한데 피우는 게 담배예요?"


"공기도 답답하고, 가슴도 답답하고, 그러네. 이럴 땐 역시 담배가 최고지."


"뭐 아무튼,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이자와 씨가 나가고 난 뒤에도 사쿠라는 미야미즈와 그 친구들 이야기를 끊임없이 꺼냈다. 세상에, 이게 무슨 뻔뻔함이람.


"미야미즈도 옛날에 무녀 일을 했다는 것만 밝히지 않으면 남자친구 정도는 있지 않을까? 얼굴도 반반하고, 나름대로 조신하니까. 남자들이 꽤 좋아할 타입이잖아?"


"뭐... 그렇긴 하지. 그래."


"너 이상하다. 미야미즈 얘기는 하기 싫은 것 같아."

아주 잘 아네. 그럼 좀 다른 이야기 하자. 그렇게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녀석은 우리 때문에 고등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 미야미즈에게 죄책감 같은 걸 전혀 가지지 않는 것 같다. 마츠모토까지 포함해서, 셋이서 한 말들은 지금 돌이켜 보면 많은 고통이 되었을 텐데. 공감 능력이란 게 없는 걸까. 조금 화가 났다.


"당연하잖아. 우리가 미야미즈에게 심하게 대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러운데."


"어라? 내가 말했잖아. 그건 그냥 장난이었다고."


자기만 재미있으면 모든 게 장난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순간 열이 뻗쳐서 벌떡 일어난 다음 밖에 좀 나갔다 오겠다고 말했다. 사쿠라는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소리 죽여 비웃고 있을 게 분명했다.


* * * * * * * * * * *


"야마시타 씨...였나요? 공기가 답답하죠?"


"네. 그것도 그런데 사쿠라 녀석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해서, 그냥 밖으로 나왔어요."


담배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와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나는 아이자와 씨 옆에 서긴 했지만 먼저 말을 걸지 못하고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며 담배 연기만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그냥 고등학교 때 친구 얘기 같던데."


"친구...라면 친구인데, 저와 사쿠라와, 또 남자애 하나가 고등학교 때 같이 몰려다니면서 많이 놀렸던 친구예요. 집안 배경 같은 걸로 놀리는 건 기본이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심한 말들을 했었죠. 그런데 저 녀석은 반성하는 자세라고는 전혀 없는 것 같네요."


아이자와 씨는 갑자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놀라는 표정은 금방 후회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한숨 소리가 들렸다. 왜 그런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시에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쯤 벌렸던 입을 다시 닫았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아, 담배 피우시나요?"


"감사합니다만 끊은 지 오래 됐어요."


어쩌다 보니 손사래까지 치면서 거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내 당황한 모습이 우습게 보일 것 같아 괜히 부끄러웠다.


"저도 고등학교 때 누군가를 힘들게 한 적이 있어요."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 귀를 쫑긋 세웠다. 아이자와 씨는 나에게 내민 담뱃갑을 다시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후-하는 희미한 숨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는 다시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좋아하던 선생님이 있었어요. 젊은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전에 제 남자친구였던 인간이 어떤 일을 벌여서... 그 선생님을 싫어하게 되었고, 끝내는 내 손으로 선생님을 학교에서 쫓아내 버리고 말았죠. 선생님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었다는 걸 깨달은 뒤에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계속 이야기를 들었다. 네, 하고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실제로 들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도 그 선생님은 제 꿈에 나오곤 해요. 아주 끔찍한 악몽이죠.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만, 미안해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아이자와 씨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먼발치를 바라보았다. 수채화로 그려놓은 것 같은 맑고 푸른 하늘 아래의 도쿄가 갑자기 낯설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복잡한 기분으로 발 밑으로 굴러온 돌멩이 하나를 걷어찼다. 돌멩이는 힘차게 나아가더니 앞에 주차된 트럭의 타이어에 부딪혀 튕겨져 나갔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미야미즈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사쿠라와 마츠모토, 그리고 신사 때문에 얼마나 오랜 시간을 조용히 참아야 했을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만나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게 고등학생인 내가 저지른 잘못을 조금이라도 뉘우치는 길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 이후로는 나와 아이자와 씨 둘 다 아무 말 없이 카페 벽에 기대 서 있었다. 낯설게 느껴졌던 도쿄는 시간이 지나며 점차 익숙한 도쿄의 풍경으로 돌아왔다. 10분쯤 지난 뒤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쿠라가 우리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안 들어와? 선배도 안 들어오세요?"


"이제 들어가려고. 담배는 느긋하게 피우는 게 맛이야."


"아무렴요. 하나도 별로 할 거 없으면 들어가자. 화 풀어."


사쿠라는 선배의 손을 잡아 이끌고 카페 문을 다시 열었다. 나는 몇 발자국 뒤에서 두 사람이 걸어간 길을 따라갔다. 지금까지 같은 길을 같은 박자로 걸어온 나와 사쿠라의 걸음이 엇박자가 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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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녀 두명을 소재로 글을 써보고 싶긴 했는데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다가 양아치는 양아치끼리 만나야지! 싶어서 언정 양아치 아이자와랑 만나게 했다. 세계관 통합시키면 나이도 아마 한 살 차이가 맞을 거임.


양아치 갱생시키는 건 원래부터 써보고 싶었던 내용이라 즐겁게 적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갱생시키는 건 아니고 원래 반성하고 있던 애로 설정하긴 했지만..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고 평가도 해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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