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시발 무슨 이런데다 차를 갖다 대놓냐?"
"개념을 후쿠시마에 절이고 왔나"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산을 타러 온 타키는 산 중턱에 세워져있는 하이에이스를 보고는 혀를 찼다.
"어떤 새끼들인지 낯짝이라도 봐둬야지"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옮기는 타키의 눈에 차가 조금씩 들썩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안에 있나본데?"
점점 더 가까이 가면 갈수록 수상하기 그지 없다.
차의 창문은 물론 앞유리와 뒷유리까지 짙은 선팅이 되어있던 것이다.
"야야 이거 설마 AV촬영이라도 하는거 아니냐?"
신타의 짓궂은 말에 타키의 마음이 슬쩍 동했다.
"그럼 공짜 관람이라도 살짝 해볼까?"
으히히히 하고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둘은 한숨을 쉬는 츠카사를 뒤로 한 채 살금살금 차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곤 들썩거리는 차의 창문을 살짝 들여다 본 순간...
드르륵
타키는 구부린 몸을 박차고 일어나 거칠게 차문을 열어제꼈다.
"이 씨발새끼야!"
주저없이 가장 먼저 보인 얼굴에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억"
불의의 일격을 당한 누군가가 중심을 잃고 좌석에 쓰러진다.
그 틈을 타서 신타는 재빨리 안에서 숨을 헐떡거리는 여자를 밖으로 꺼냈다.
여자의 상태는 말도 아니었다.
얼굴은 수치심으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에 상의는 풀어헤쳐진 채 가슴은 타액으로 번들거렸고 치마는 젖혀 올라간 상태였다.
그야말로 삽입직전의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타키를 더더욱 화나게 한 것은 그 여자가 바로 자신이 익히 아는 얼굴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츠쨩!"
그녀는 반쯤 풀린 눈동자로 타키를 올려다보더니 그를 알아보고는 이내 두눈 가득 눈물을 채우며 그에게 매달렸다.
"무...무서,웠어요....흑흑..."
"으아...하츠쨩, 지금 매달리면 조금 곤란...한데...!"
샥하고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타키의 볼을 살짝 스쳤다.
주춤하며 소녀를 끌어안은 채 물러선 타키의 눈에 아까 맞은 놈이 폴딩 나이프를 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야야...저 인간 진짜 미쳤나봐. 칼이야 칼!"
신타도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자세를 숙인 채 경계를 했다.
'야단났네...'
기세좋게 선빵을 날린 것은 좋았지만 여전히 타키는 싸움이 젬병이었다. 하물며 상대는 무기까지 든 상태. 신타가 곁에 있다지만 그 역시 맨몸이다.
칼자루를 쥔 상태라는 말이 이런 것이라는걸 절실히 실감하는 타키의 앞에 츠카사가 나서더니 그와 칼 든 남자 사이에 섰다.
"아저씨, 그거 알아요?"
갑자기 자신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 안경잡이 녀석이 재수없게 보였는지
"알긴 뭘 알아 이 새끼야!"
남자는 욕설을 뱉으며 칼을 쥐고 츠카사를 향해 돌진했다.
"츠카사!"
타키와 신타가 동시에 그의 이름을 외쳤다.
"후..."
그리고 츠카사는 마치 물이 흘러가듯 남자의 공격을 옆으로 흘려내며 손을 쳐서 칼을 떨어뜨리고는 그대로 팔목을 잡아 뒤로 힘껏 꺾었다.
"어억!"
남자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넘어져 고통의 신음을 흘렸다.
"내 소중한 친구의 얼굴에 상처를 내다니...뒈질래요?"
"으...으윽, 미안해. 잘못했어. 팔...팔 좀 풀어줘...아파. 아프다구 제발...!"
"아니, 미안할 짓을 애초에 왜해요? 사람 죽여놓고도 미안하다고만 하면 끝나겠네요?"
어이없어하는 츠카사는 신타를 향해 차 안을 살펴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리고 신타는 차 안에 들어가더니...이내 튼튼해보이는 밧줄을 들고 나왔다.
"이야~ 이 아저씨 아주 그냥 준비가 철저하네"
달그락 하고 밧줄에 걸려 딜도와 로터 등등 위험한 물건들이 줄줄이 차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
남자는 고통으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오른 채 신음만 흘릴 뿐 말이 없었다.
그렇게 남자의 두 손목을 밧줄로 묶은 뒤에야 츠카사는 그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럼 이제 신고만 하면 끝이군"
"등산하러 왔는데 산은 커녕 웬 아저씨만 올라탔네"
"어감이 묘한데 츠카사?"
"시끄러"
실실대는 신타를 뒤로 한 채 츠카사는 여전히 울먹이는 소녀를 안고 있는 타키에게 다가갔다.
"피 많이 안났어?"
"그냥 살짝 베인거야. 이정도면 흉터도 안남을걸"
"그래. 다행이다"
츠카사는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더니 아직도 떨고 있는 소녀의 한손을 잡고선 말했다.
"괜찮니?"
"네에..."
그렇게 대답하며 소녀는 더더욱 타키의 품에 파고 들었다.
"그러고보니 너 아까 하츠쨩이라고 외치던데 아는 사이인가봐?"
"어?으응...세상 참 좁네"
"그래. 타키가 싸움은 좀 못해도 나름 괜찮은 남자니까"
그렇게 말하는 츠카사의 미소 속에 아주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을 소녀는 알아챘다.
하지만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뒷처리는 간단했다.
츠카사는 공원관리국에 전화를 걸어 산 중턱에 차가 한대 있으니 가서 봐달라는 식으로 신고를 했다.
물론 남자는 묶인 채로 두고. 그리고 차 안의 그렇고 그런 물건들도 예쁘게 정리해서 그 옆에 놓아두었다.
나머지는 저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셋은 소녀를 데리고 내려갔다.
그리고 타키는 중간에서 둘과 헤어져 소녀와 함께 소녀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어...하츠쨩? 아무리 봐도 여긴 집이 아닌데?"
눈앞에 반짝이는 HOTEL의 반짝이는 네온사인 간판을 보며 가벼운 질문을 던졌지만 소녀의 표정이 답변을 해줄 표정이 아니었기에 잠자코 그 손에 이끌려 따라갔다.
쏴아아아...
쏟아지는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요츠하는 롤러코스터 같았던 하루를 되새겨본다.
그 우악스러운 팔이 자신을 잡아 챌 때의 공포, 그 냄새나는 혀가 자신의 가슴을 유린 할 때의 역겨움, 치마가 들춰질 때의 절망감...
"우웁..."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적당히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는 수건도 걸치지 않은 채 맨몸으로 욕실을 나섰다.
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침대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올라타고는 그대로 넘어뜨린다.
"하...하츠쨩?"
당황한 듯 자신의 가명을 부르는 남자에게 요츠하는 몸을 찰싹 붙이고는 그를 끌어안았다.
그래. 모든걸 포기했던 그때, 문이 열리며 자신에게 달라붙던 남자를 떼어내던 그 모습. 그리고 그 얼굴을 확인했을 때의...안도감.
"흑..."
또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고인다.
"저기...진정좀 하고...읍?!"
남자의 말을 끊고 그와 입을 맞춘다. 혀와 혀가 얽힌다.
"후으..."
한바탕 진한 키스를 하고서야 요츠하의 마음이 조금 진정된다.
"지워줘요...."
요츠하가 남자의 바지를 내리며 말했다.
"그 더러운 흔적들..."
그렇게 말하며 올려다 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요츠하의 두 볼을 잡아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긴 밤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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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타가놈이 마스크 뒤집어쓰고 직접 하이에이스 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좀 아닌 것 같아서 제낌.
그리고 내가 쓰는 글에 나오는 츠카사는 뭐든 잘하는 만능 슈퍼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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